박근혜 대통령의 적폐 청산과 정부·관료 개혁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하는데 도려내기는커녕 반대로 적폐를 더 쌓을 태세이고,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하지만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좋게 개조되기는 틀린 것 같다.
 
박 대통령이나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나 부지런하기로 치자면 우리 헌정사상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대통령으로서 실패했듯이, 박 대통령도 ‘깨알 지시’를 해가며 부지런히 일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근정’(勤政)의 바른 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부지런해야 하는 것만 알고 부지런해야 하는 바를 모르면, 그 부지런하다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고 세밀하게 흘러 보잘것없는 것이 된다”고 했다. 예부터 “임금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을 밝음으로 삼는다”고 하였고, 오직 “어진 이를 구하는 데에 부지런하고 어진 이를 쓰는 데에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옆 나라 아베의 수첩을 몰래 훔쳐보고 뽑았냐는 비아냥이 돌 정도인 ‘이상한 사람’을 일국의 총리랍시고 지명해놓고, 무엇이 문제냐는 듯이 밀어붙일 기세다. 적폐의 누적이다.
 
새로 교체된 장관, 수석비서관이란 사람들도 대부분 충성스러운 측근들 돌려막기 수준이라니, 이들 또한 개혁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 같다. 하기야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휘두를 수 있는 힘은 인사권에서 나오고, 궁지에 몰릴수록 그 인사권을 가지고 자신의 주변을 맹목적인 충성파들로 둘러싸는 것이 다반사이니 그런 인사를 한다고 놀랄 일은 아니지만 국가개조 운운하는 대통령이 할 인사는 아니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관료·정부 개혁이 화두가 되니 정치적 계산에 따라 적폐 청산, 관료개혁에 혼신의 힘을 다 바칠 것처럼 말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다시 흐지부지될 것은 뻔하다. 경제민주화, 복지를 단물만 빨아먹고 버렸듯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오직 개혁하는 척만 할 뿐이지, 개혁해야 하는 바는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인가. 그러니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 왜 개혁해야 하는지,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누가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무엇이 적폐이고 왜 그것이 적폐인지, 그 적폐를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그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개혁방안이랍시고 며칠 만에 밀실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듣기만 했다고, 그것도 장장(?) 세 시간 동안이나,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를 뿌려댔다. 그리고 청와대 밀실에서 주말 내내(?) 열심히 일해 만들었다니 참 대단하다. 그렇게 졸속으로 만들어낸 것을 가지고 국가개조를 하겠다니 국가개조라는 것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던가. 그런 개혁방안이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해경을 해체하네, 소방청을 해체하네 하는 황당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관피아를 청산하겠다면서 여전히 ‘정피아’ 내려보내기 바쁘고, 관료개혁은 고작 5급 행정고시 공채를 줄이고 민간 경력자 몇 명 더 늘리겠다는 것이 전부이니 관료개혁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던가.
대한민국 정부부처에는 부처당 장관 이하 선임사무관까지 평균 480여명이나 상급자들이 있는데, 이런 층층시하 명령조직에 민간 경력 신입 5급 사무관을 매년 부처당 두어명씩 더 뽑아 보낸다고 관료개혁이 되겠나. 황당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오직 개혁하는 척만 하고자 할뿐인 것 같다.
 
진정 적폐를 청산하고 관료•정부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가 개혁해야 할 적폐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지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여야, 시민단체가 참여한 범국민 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은 이 일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고 개혁의 대상이니까.
< 이동걸 -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