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집단폭행 사망 사건’ 자체도 끔찍하지만, 군이 이 사건을 처리한 과정 또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비슷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허술한 보고다. 28사단은 윤 일병이 숨진 4월7일 곧바로 3군사령부와 육군본부, 국방부 등에 15쪽 분량의 첫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의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를 토대로 1쪽짜리 문서를 만들어 8일 아침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상세한 보고를 받지 못해 사건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맞다면 조사본부가 핵심 내용을 빼고 보고한 게 된다. 이후 자세한 추가 보고가 국방장관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헌병의 조사와 군검찰의 수사도 부실했다. 헌병은 ‘(가해자들이) 입안에 만두를 가득 집어넣고 때렸다’는 진술을 윤 일병 사망 직후 확보했으나 폭행 사실만을 확인하고 ‘미필적 고의’ 등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군검찰관도 이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검찰관은 법무 경력이 전혀 없는 초급 장교였다고 한다. 세 차례 진행된 공판도 이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리 설정한 결론에 맞춰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재판에서 가해병사(공범) 변호사가 주범(이아무개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일 뒤늦게 가해자들에게 상해치사죄보다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1심 재판장을 대령급에서 장성급으로 높이기로 한 것도 전형적인 뒷북치기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데는 인권 문제에 상투적으로 접근하는 군의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몇 차례 병영문화 혁신이 추진됐으나 국방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법안이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제도로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러 해 동안 논의됐지만 군의 반대 탓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 도입은 더 늦출 일이 아니다. 또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군내 형사사건 처리를 일반 검찰과 법원이 맡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방부와 군이 자신의 불편함과 기득권 상실만을 걱정한다면 또다른 윤 일병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