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14일 보도한 삼성물산 임직원들의 민원인 및 노조 간부 실시간 사찰 사건 전말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회사 쪽은 보도가 나간 뒤 “깊이 사과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 고객만족팀 소속 직원 3명은 13일 서울 길음동 삼성래미안아파트에 사는 강아무개씨가 정기주주총회 장소인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로 출발한 직후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이동과정을 미행했다. 강씨는 주차장 소음 문제로 몇 년째 회사 쪽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만족팀 소속 27명의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는 “세대 불이 아직 안 켜져 있음”, “첫 발견자는 착용 의복 등 공유 바랍니다”, “하얀 점퍼, 검은 바지, 흰 운동화다” 등의 내용(사진 포함)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같은 날 7시48분에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소속 집행부 8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이라는 글도 있다. 한화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테크윈 노조 간부에 대해서도 실시간 사찰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작성시 보안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 글로 미뤄볼 때, 회사 쪽이 문제가 될 만한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찰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의 조직적인 미행·사찰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이아무개 부장 등 5명은 선불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 일행을 미행하다 발각된 적이 있다. 앞서 2004년엔 삼성에스디아이(SDI) 쪽이 전·현직 노조원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해 약 1년간 위치추적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의 기소중지로 흐지부지 처리되기도 했다.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미행•사찰하는 행태는 삼성이 내세우는 ‘초일류 글로벌기업’이란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올 들어 삼성이 2015년의 열쇳말로 내세운 ‘도전과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다. 삼성이 1월16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보상기준을 공개하자, 3세 승계를 앞두고 불편한 ‘과거사’를 일정 정도 털고 가려는 전향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낮에 아무 거리낌 없이 조직적인 미행·사찰을 하는 모습은 삼성이 내세운 도전과 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