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주었다고 숨지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 총리는 “돈을 한 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총리에게 쏠리는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나눈 대화 내용을 집요하게 캐물었던 것도 3000만원 수수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증거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현직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피의자가 된 사상 초유의 사태는 결코 범상히 보아 넘길 수 없다. 이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으나, 현 단계에서도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실, 검찰 수사 결과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총리직을 그만두는 정도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총리는 그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할 게 아니라 검찰 수사에 앞서 총리직에서 물러나든가, 아니면 최소한 무죄가 밝혀질 때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는 게 옳다.


우선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위해서도 이 총리가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현직 총리를 수사하는 데 느끼는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게다가 총리는 마음만 먹으면 검찰 수사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사 이 총리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를 온전히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을 떠나 현직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참담한 모습은 나라의 큰 수치다.


게다가 이 총리는 내각을 통할할 권위와 체통을 잃어버렸다. ‘피의자 총리’의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무슨 영이 서겠는가. 자신도 범죄 혐의 방어가 일차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랏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결국 이 총리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한 국정운영은 헛바퀴만 돌아가고 내각은 식물 상태로 빠져들게 돼 있다. 이 총리의 첫 대국민담화 주제는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하지만 그가 쏘아 올린 사정의 화살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자신이 “사정 대상 1호”로 지목되면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물러나 자신의 무죄 입증에나 힘을 쏟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좋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