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서 자주 보는 사인 중의 하나가 ’Detour’라는 사인입니다. 몬트리올엔 겨울철과 공사철 두 철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길이 막혔으니 돌아가라는 사인이지요.
바쁜 중에 만날 때면 괜히 애꿎은 공사장 근로자들과 시청 직원들을 욕하기도 합니다. 불편하기도 하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요.
그러나 그 사인이 없어서 그 길로 바로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슨 일이 생겨도 생겼을 겁니다. 제가 아는 분은 이 사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가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 답니다. 그리고 보니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위한 길이고 사는 길이었네요.좀 불편하기는 해도요.


하나님도 때론 길을 돌리십니다.
누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고, 우리 앞의 길도 아시기 때문입니다.
출애굽기 13장 17,18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 앞에 detour 사인을 두셨습니다.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길은 블레셋 땅을 경유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홍해의 광야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물론 빠른 길로 가면 좋겠지만 그 길에는 길목마다 그 지역 나라의 주둔군이 배치되어 있어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겁먹은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애굽의 종살이로 돌아갈 수 있기에 하나님은 돌아가는 길을 택하셨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늦기는 해도, 돌아가는 수고가 있기는 해도 돌아갔기에 약속의 땅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빠른 길을 찾습니다. 빠른 응답을 기다립니다. 빠른 복을 사모합니다. 그것이 형통함이고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그러면 의심하고 실망하고 불신하고 원망하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돌아가는 길도, 더디더라도, 그 길 또한 주님의 계획 안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알고 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빠른 길은 오히려 해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혹 하나님의 도움으로 빠른 길도 통과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스라엘은 “무엇보다 교만해져서 하나님을 모른다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오늘도 기도하고 간구하면서 주님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기도 응답이 빨리왔으면 하지요? 그러나 늦어져도, 더뎌도, 너무 초조해 하거나 낙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나님께 맡기고 기다려 보세요. 하나님은 우리를 잘 아십니다. 우리의 앞길도, 필요도 잘 아십니다. 독생자 예수를 십자가에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는데 우리를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시지요?
그러면 응답뿐만이 아니라 응답의 때도 맡기세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때에 우리의 기도와 간구에 응답해 주실 겁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더딘 길도 주님이 동행하는 길임을 기억하십시오.
출애굽기 13:21을 보니까 하나님께서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함께 하시며 걸음을 인도하시고 계시네요.
몬트리올과 토론토의 detour는 우리가 알아서 갈 수 있지만,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생명의 길 가다 만나는Detour는 주님이 친히 인도하십니다. 참으로 감사하시고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지금 혹 가던 갈 한복판에 크게 자리잡은 Detour 사인 보고 계신가요? 아니면 투덜대며 벌써 돌아가는 길로 접어 들었나요? 서로 원망하기 보단 크게 감사하면서, 목청 높여 찬양하며 드라이브 하면 어떨까요?
그 길도 하나님이 열어주신 은혜의 길이거든요.
오늘도 막다른 길 앞에서 씩씩 대고 있을 주님의 자녀 모두에게 평안을 기원합니다.

< 김진식 목사 - 몬트리올 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