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필수적인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들 기술이 제3국에 이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우리 쪽의 제안에 “조건부로도 4개 기술 이전은 어렵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로써 7조3천억원이나 들여 록히드마틴의 F-35A를 들여올 이유가 더욱 흐려졌다. F-35A를 구입하기로 한 것은 이 비행기에 탑재된 위상배열(AESA) 레이더체계 통합기술 등 4개 핵심기술을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활용한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총 18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도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대통령의 외국방문 때 통상 국내에 남는 국방부 장관이 수십년 만에 대통령을 따라간 이유도 이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전 펜타곤을 방문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공식 의장대 사열까지 했다. 예포 21발을 발사하고 미 전통의장대 행진까지 포함하는 이 행사를 두고 우리 정부는 ‘미국이 최고 수준의 예우를 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4개 핵심기술의 이전 요구’는 퇴짜를 맞았다. 화려한 환영행사는 받았지만 국익과 직결되는 실속은 차리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이런 상황에 처할 때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한심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더 어이없는 것은, 적어도 이번 사안에선 ‘미국이 전투기만 팔아먹고 기술이전은 거부했다’고 미 정부나 군수업체를 비난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방위사업청 설명을 보면, 미국 쪽은 지난해 9월 F-35A 계약 체결 전부터 ‘핵심기술 이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막연히 ‘나중에 협상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계약을 체결해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더구나 4월에 미 정부의 승인 불가 방침을 공식 통보받고도 쉬쉬하다 최근에야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다시 기술 이전을 요구한 것도 뻔히 안 되는 줄 알면서 국내의 비난여론을 달래 보려는 쇼의 성격이 짙다는 의심을 받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더라도 4개 핵심기술 이전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누가 언제부터 왜 국민을 속였는지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대통령 방미 중에 이런 중요한 외교적 실패를 한 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