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모국선거와 재외국민

● 칼럼 2016. 4. 1. 20:13 Posted by SisaHan

모국 4.1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재외선거 투표가 3월30일 일제히 시작됐다. 모국에서의 선거일정에 맞춘 동시 개표를 위해 사전투표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번 재외투표는 4월4일까지 엿새 동안 이뤄진다.
전세계 113개국 198개 투표소에서 진행되는 재외선거에 유권자로 등록한 재외국민은 모두 15만4천217명으로 집계됐다. 토론토의 경우 재외선거인 1천25명과 국외부재자 1천968명 등 유권자가 모두 2천993명이다. 토론토만 놓고 보면 등록 유권자가 한명도 빠짐없이 투표를 한다고 쳐도 3천명이 채 안되니 모국의 정치에 줄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란 시민 한명 한명의 의견이 소중하게 다뤄지고 모아져 정치와 나라를 움직이고, 나아가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제도다. 또한 한명 한명의 권리가 중시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근간이다. 그런 점에서 2천993명의 한표 한표는 소중하며, 단 한사람, 한 표도 소홀함이 없고 공정하게 투표용지에 의견이 담겨져 모국의 투·개표에 반영되고, 한국정치의 미래에 투영되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유권자로 등록한 한인동포들은 차질없이 기간 내에 투표에 참여하여 귀중한 참정권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국 정치가 발전해 가는 데 작지만 의미있는 밀알들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해외에서도 모국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발달한 인터넷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훤하게 꿰뚫어 볼 수가 있다. 모국의 민주주의와 민주정치 시스템이 크게 진전된 것으로 여겨지던 해외동포들에게 전해지는 정치상황은 너무 실망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간의 여러 퇴행적인 사례들을 열거하지 않아도, 공천과정의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행태 하나만을 볼 때 한국정치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뼈아프게 실감하고도 남는다. 민주주의 선진국에 살면서 대비되는 측면은 꺼내기 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뒤에 처진 나라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반민주적 발상과 현상들이 횡행하니,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선배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허망해지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모두가 잘못 선출된 지도자와 정치인들에 의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간의 선거를 통해 선택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또 다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선거가 정치를 바꿀 유일의 무기요 도구라고 믿는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국민의 충직한 대변으로 헌신 봉사할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번 선거에 현명한 한 표, 정의로운 투표를 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수준과 나라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유권자의 인식과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그것은 해외 동포 유권자들에게도 똑같은 책무요 의무이기도 하다. 정치가 제대로 전개되고 국정이 선진적으로 운영되어 모국이 모든 면에서 융성할 때 해외의 한인동포들 또한 자긍심을 가지고 이민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외선거에서도 아쉬운 점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인터넷 등록을 허용하고 추가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 호응을 높일 편의장치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전체 대상자 가운데 유권자 등록 인원이 토론토와 캐나다에서 6~7%에 불과하며, 전세계적으로도 8%선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해외동포들의 모국 정치에 대한 참여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부여라는 환영할 만한 선(善)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과 물자를 쏟아 붓는데 비해서 결과적으로는 극도로 비효율적인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세 번째 재외선거 시행이며, 제도를 크게 개선했음에도 그렇다면 이번 투표참여를 분석한 뒤에는 양단간의 결단도 검토해야 하리라고 본다. 보다 더 획기적으로 참여의 문호와 방법을 확대 개선하든지, 아니면 해외이주자는 이주국의 삶에 충실하며 현지 동화와 거주국 정치에 관심을 쏟도록 하는 것 중 택일하는 게 차라리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민자로 왔다면 이주국의 정치·사회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하다. 몸만 와 있고 마음이 떠나 온 모국에 계속 남아있어서는 새 삶의 개척이 쉬울리 없다.
모국 정치에 왈가왈부 관심을 갖는 이들 가운데는 시민권자가 의외로 많은데, 시민권자들이 투표권을 주는 거주국의 정치에는 무관심한 채 투표도 할 수 없는 모국정치에 한눈을 파는 현상을 좋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이번 선거는 관심있게 지켜 볼 의미있는 행사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