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테러 무장단체 맞서 “우리도 죽여라”

승객 구하고 사망

“그는 ‘사람들은 평화롭게 그리고 함께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 후 죽음을 맞이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독교인들을 구한 살라 파라(34:사진)를 기리는 연설문을 낭독하자 수백명의 의원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케냐타 대통령은 “그는 우리 모두가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리고 그는 모든 생명이 고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일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공격에 맞서 기독교인들을 지켰던 ‘영웅 살라’가 사후에 케냐에서 가장 큰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살라는 이날 ‘케냐의 위대한 영웅’ 훈장을 수여받았다.


살라는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접경지대인 케냐 북동부 만데라주 엘와크에서 60여명의 승객과 함께 만데라에서 나이로비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그가 탄 버스는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총격을 받았다. 버스를 세운 10명의 알샤바브 대원들은 “무슬림이라면 안전할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을 따로 분리했다. 총격을 받고 부상한 살라는 함께 탄 승객들을 독려하며 “기독교인들을 죽이려거든 우리(무슬림)도 죽여야 한다”고 저항했다. 살라를 비롯한 승객과 알샤바브의 충돌 과정에서 승객 2명은 사살됐지만 나머지 승객들은 목숨을 건졌다. 살라는 이때 입은 부상이 악화돼 지난 1월 끝내 숨졌다. 생전에 살라는 병원에서 이뤄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종교만 다를 뿐이다”며 “나는 무슬림 형제들이 기독교인들을 돌봐주길 바라고 기독교인들 또한 우리를 돌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다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그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상징”이라며 “그는 우리가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역할을 잊지 않도록 값진 일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그의 아이들에게 그들의 아버지가 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아버지는 영원히 존경받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케냐 북부 만데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살라는 다섯 자녀의 아버지였다. 훈장이 수여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영웅 살라의 가족들을 돕는 운동이 벌어져 현재 약 60만 케냐실링(약 70만원)이 모아져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