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의식조사
평신도-성경이해, 목회자-사역방향 영향

목회자들이 평신도에 비해 제자훈련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자훈련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교회나 선교단체 내부활동’ 혹은 ‘지식적인 훈련에 치우쳐 있다’는 점 등이 꼽혔다.
3일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의 ‘한국교회와 제자훈련’ 주제 제6차 교회탐구포럼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가 ‘한국교회 제자훈련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는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5~20일 제자훈련 경험자 230명과 비경험자 230명을 표본추출해 실시했고, 목회자는 주요 교단별 비례 할당 추출법으로 305명을 일대일 면접 등 방법으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제자훈련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평신도의 경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가 26.5%, “조금 도움이 되었다”가 64.4%,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가 8.7%,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가 0.4%였다. 목회자의 경우 69.8%가 “매우” 27.0%가 “조금” 도움이 됐다고, 3.2%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목회자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평신도의 경우 50대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제자훈련 기간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신앙생활 기간이 10~20년 미만과 30년 이상 된 경우에 높은 특성을 보였다”며 “제자훈련이 전통적인 방식의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지만, 새로운 신앙관을 가진 젊은층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평했다.
제자훈련 후 나타난 변화에 대해 “성경 말씀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답한 이들은 평신도 54.8% 목회자 67.5%였다.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평신도는 47.0% 목회자는 46.8%였고, “하나님을 더 가깝게 느꼈다”는 평신도는 36.1% 목회자는 71.4%였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격이 변화됐다” “교회/선교단체를 더 잘 섬기게 됐다” “전도를 잘하게 됐다”는 목회자·평신도는 모두 30%대 이하였다.
정 교수는 “평신도는 성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고, 인격적인 변화나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는 변화는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5명 중 2명 정도의 목회자는 제자훈련 경험이 목회의 길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자훈련의 목적이 평신도의 제자화에 있다면 평신도로서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제자다운 삶을 살기보다 목회자로 헌신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제자훈련의 부정적 측면에는 “교회나 선교단체 내부활동에 치우쳐 있다”는 평신도는 76.3% 목회자는 64.6%, “지식적인 훈련에 치우쳐 있다”는 평신도는 70.0% 목회자는 75.4%, “영적인 엘리트 의식을 키운다”는 66.1% 목회자는 63.9%, “리더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평신도는 61.1% 목회자는 61.6%, “목회자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평신도는 60.7% 목회자는 38.4%, “목회자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평신도는 24.3% 목회자는 29.5%였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 있다”는 답은 목회자만 51.5%였다.
제자훈련 비경험자의 경우 부정적 인식보다는 주로 필요성과 시간 부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종교와 기독교 및 사회 이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제자훈련을 받고 싶은 주제로는 인간관계(평신도 32.2% 목회자 37.7%), 윤리와 도덕성(평신도 32.4% 목회자 26.2%), 돈과 경제(평신도 15.7% 목회자 4.6%), 사회의식(평신도 10.4% 목회자 11.5%), 일터생활(평신도 8.9% 목회자 4.3%) 등이 꼽혔다.


정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교회 제자훈련이 신앙 실천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고, 주로 교회 활성화를 통해 평신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개교회에서 봉사하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사실임을 보여 주며, 기존의 기독교적 사고를 강화하기는 하지만 혼합종교적 사고를 단절시킬 정도로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제자훈련 경험자들이 대외 활동에서 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은 긍정적 가능성으로 꼽고, “사회 이슈들을 포함해 보다 다양한 영역에 대해 훈련할 수 있는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님나라의 제자도: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나?’를 주제 발표한 송인규 소장은 △제자훈련가인 목회자 자신의 내면을 지속적으로 돌아보고 시정해 나가야 하며 △교회 내 제자훈련 프로그램 실시가 하나님나라 실현으로부터 흘러나오도록 의식의 흐름을 정비해야 한다 △교우들로 하여금 교회 생활은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제자의 삶 가운데 일부임을 깨우쳐야 한다 등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