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이민목회를 하고 있는 나는 늘 부모님에게는 불효자였다. 어느 날 이 막내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 기다리다 지쳐 와 보시지도 못한 토론토에 와 보셨다고 마지막 통화를 했던 그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계신지 3년, 아버지마저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살아 생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정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4월 중순 보름간 휴가를 내어 한국을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부모님을 뵙는 다는 마음에 설레어 출발하고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도 피곤하지 않았다. 다음날로 아버지를 만나 뵈니 생각한 것 보다 더 연약해져 계셨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같이 가서 등도 밀어드리고 부자의 정을 나눴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다. 한 병실에 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너무나 여윈 나머지 나는 우리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 곁에 가셨는데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흘러 내렸지만 어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고, 그런 어머니는 옆에서 식사로 시중을 들고 있는 나의 손을 만지작 만지작 하시며 그저 웃으신다. 어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찾아뵙지 못했던가? 하는 자책을 하면서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목회를 한다는 이유로 형제들에게 부모님을 맡기다시피 하면서 그때 마다 나는 목회자로 하나님께 바쳐진 자라하며 스스로 위로해 왔다.


보름간의 일정을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아쉽지만 돌아와야 할 일정이 되어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막내아들의 손을 잡고 당부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어서 가거라 씩씩하게 가서 열심히 목회를 해라” 아버지의 격려와 아무런 의미없는 어머니의 미소를 받고 불효자는 다시금 목회의 현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교회들 마다 가정의 소중함을 외친다. 이 오월 가정의 달은 나에게 특별한 시간으로 마주친다. 아버지의 부탁처럼 내 삶에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사명과 책임, 그리고 교회 안에 계신 어르신들을 온전히 섬겨 하나님의 사랑을 온세상에 전하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다짐한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 지근혁 목사 - 온세상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