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 목사는 <옥중서신> 1943년 9월 4일자에 누이 손양선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누이야! 나는 솔로몬의 부귀보다 욥의 고난이 더욱 귀해 보이고 솔로몬의 지혜보다 욥의 인내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솔로몬의 부귀와 지혜는 나중에 죄악에 빠지는 매개물이 되었으나, 욥의 고난과 인내는 최후의 행복이 되었단다. 사람의 행복이란 최후에 어찌 되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참다운 지혜란 죄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순교자의 삶의 모델은 솔로몬이 아니라 욥이었습니다. 여기서 순교자 손양원 목사는 바로 고난 중에 드리는 감사의 기도로 이어집니다. 그의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아들이 죽어도 감사, 유학의 길이 막혀도 감사, 옥중에 들어가도 감사, 식당 종업원에게 물 한 잔을 달라고 할 때에도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도는 물건을 팔아준 사람에게, 주차를 안내해 준 사람에게, 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준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게 됩니다. 왜 그런 사소한 일들에 감사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기에 모든 일이 감사합니다.”
순교자가 천국에서 받을 흰옷과 면류관의 상급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죽고 끝난 인생인데 순교자의 죽음은 제단 앞에서 영원히 살아계신 부활의 주님으로 새 생명을 덧입게 됩니다. 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준 것이 감사한 것이 아니라, 그 보다 오늘 내가 아직 살아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교자는 그가 받은 면류관의 상급까지 주님께 벗어드립니다. 이는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감사는 내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고백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아픈 것이 감사하고, 고난 받는 것이 감사하고, 참을 수 있고 기도할 수 있는 것 등 모두가 감사할 뿐입니다. 충북 음성에 세워진 걸식자들을 위한 ‘꽃동네 마을’에 선 비석에는, “빌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한 때 나는 감사기도가 어색할 때가 있었습니다. 내 주권만 인정할 때입니다. 모든 일을 제가 한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나는 당연히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더 가져야 하고 더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님께서 나에게 이미 모든 것을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윗’이 이것을 깨닫는 순간 평범한 왕이 아니라 메시아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영원한 왕이 되었습니다.
순교자 손양원 목사가 우리 민족에게 준 가장 큰 위대한 유산은 바로 최고의 고난 중에 드린 감사의 기도입니다.

< 박태겸 목사 - 캐나다 동신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