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지도자를 잘 만나면

♠ 칼럼 & 시론 2018.05.08 19:27 Posted by SisaHan

공자는 “한 지도자의 생사가 국가의 흥망에 직결된다”고 했고, 순자는 “군주가 재능이 없으면 국가가 문란해진다.”고 설파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는 지도자 한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도 전한다.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을 전쟁의 불길로 끌고 들어가 수많은 사람들을 참화로 내몰았다. 그는 유대인 학살로 세계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악명의 독재자로 남았다.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라는 괴물같은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죄로 전쟁의 고통을 겪다가 나라가 분해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고대 로마가 다섯 현군(賢君)으로 인해 찬란한 제국의 위용을 자랑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동서고금 세계사에서 영특한 지도자로 인해 나라가 흥하고 백성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는가 하면, 어리석고 무모한 혼군(昏君)이나 폭군(暴君) 또는 암군(暗君)으로 인해 나라가 기울고 망하여 백성이 험난한 고통을 겪은 사례는 부지기수요, 어쩌면 인류사 그 자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라고 다르지 않다. 고려 태조 왕건은 어질고 총명한 군주의 성정이 소문나 백제와 신라를 평정하고 통일 왕국을 이뤘다. 반면에 신라의 유약한 경순왕은 1천년 역사의 영화를 재건하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나라를 고려에 바치고는 왕건의 신하가 되는 굴욕을 자초했다. 인자와 덕망을 겸비한 어진 임금 세종시대에 나라가 흥성하고 문화가 발전한 것과 달리, 유약하고 우매한 군주들이 나라가 기우는 것도 모른 채 당쟁과 주색에 한눈을 팔았던 조선말기는 어떤가. 잠시 반짝했던 영조와 정조 이후 헌종과 철종, 그리고 고종 등으로 이어지는 쇠락기 자도자들은 열강의 패권주의가 기세를 올리던 나라 밖 조류에는 무관심하고 무력해 거센 외세의 도전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바로 최근에도 우리는 경험했다. 이명박-박근혜의 장사치 기질과 혼군적 리더쉽은 “나라를 망쳤다”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다. 두 사람은 국민을 편가르기 하여 생각이 다른 쪽을 적으로 여기고 배제하며 핍박을 일삼는 국정을 고집했다. 나라는 멍이 들고 민심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남북간에는 단절의 골이 넓고 깊게 패였다. 결국 한 사람은 탄핵으로 끌려 내려오고, 또 한 사람은 비리와 국민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둘 다 철창에 갇히는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그들의 자업자득 허욕과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들의 착시에도 원인이 있었다. 역시 지도자를 잘못 뽑은 탓을 자책해야 했다.
이어 등장한 문재인은 한국인들에게 “역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정말 평범한 상식을 중요한 화두로 새삼 상기시켜 준다. 근래 요즘처럼 나라에 활력이 넘치는 때가 있었던가 싶다고들 한다.


한국인의 90% 안팎이 환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KBS, MBC)와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도, 어떻게 보면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겸손하고 진실된 캐릭터에 힘입은 바 크다는 생각이 든다. 회담성공을 축하하며 “노벨상을 타라”고 덕담을 건넨데 대해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시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니, ‘다시 보기 힘들 착한 정치인’이라는 그의 그런 성품이 상대방에게 호감과 신뢰를 주는 것은 틀림없다. 아마 북한 사람들도 문재인이 취임한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의 그가 걸어온 삶에 대한 정보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터여서 “저 사람이 하는 일은 진실되고 믿을 만해” 라는 믿음과 끌림이 있지 않았을지 추론해 본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군주의 자질을 들었는데, 순하고 용해 보이는 그가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지 궁금해진다.
김정은은 이번에 폭군으로 여겨지던 독재자의 반열에서 일거에 젊고 담대한 친근형 지도자로 등장해 한반도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그는 앞으로 과연 민족사에 유의미하게 기록될 인물이 될까. 북녘의 동포들에게는 절망을 벗어날 희망을 안겨주게 될까. 마키아벨리는 “한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명이 짧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그 사람이 없어지면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독재국 통치자의 역량과 성향은 더 더욱 나라와 국민의 안위에 직결된다. 이제 그와 또 다른 비슷한 특성의 지도자 트럼프와의 담판이 초미의 관심사다. 한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 지구적인 여파를 불러올 그들 만남의 호쾌한 결말을 기대해 본다.
율곡 이이는 “군주의 뜻이 국가의 치란(治亂)과 직결되므로 군주가 뜻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재자요 ‘운전자’격인 문재인과 김정은과 트럼프, 현대판 군주들인 세 주인공의 지혜와 ‘바른 뜻’을 위해 기도한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