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 해석권’은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사법부에 있다. 대외조약도 국내 법률과 동등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FTA가 발효되면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도 침해될 것으로 보인다. FTA 발효 이후 한-미 통상대표로 구성되는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외교통상부가 최근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드러났다. 외교부는 ‘한-미 FTA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묻는 박 의원실 질의에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표현은 상당히 완곡하게 했지만 FTA 발효 뒤 구성될 공동위원회의 해석을 법원이 받아들여야 할 것임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부가 사실상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까지 행사하는 셈이 된다. 입법부의 검증이나 견제도 제대로 받지 않고 협정을 체결한 행정부가 협정문의 해석 권한까지 갖는다는 것은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로 ‘사법주권’이 위협받게 될 상황에서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까지 통상관료가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법원을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은 부적절한 표현일 뿐 아니라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비록 법원이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마치 ‘법률적 해석’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원에도 국제조약 해석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있는 만큼 공동위원회의 해석을 법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안에 한-미 FTA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는 김하늘 부장판사의 제안이 큰 호응을 얻어 곧 대법원장에게 청원서를 전달한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의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이른 시일 안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길 바란다. 태스크포스가 구성되면 사법주권 침해 문제뿐 아니라 협정문 해석권 논란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와 함께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