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확인한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실패의 실상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무려 6억달러(약 6600억원)의 인수자금을 쏟아부은 석유회사 ‘사비아페루’가 있는 페루 북부 도시 탈라라를 <한겨레>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확인한 내용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몇년째 새 유전을 발견하지 못하는데다가 어이없는 계약 조건에 묶여 생산된 석유마저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현지 대학교수는 “한마디로 사기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투자’의 참혹한 결과는 단지 ‘사비아페루’만이 아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캐나다의 에너지회사 하베스트사도 인수해놓고 보니 부실투성이였고, 멕시코 볼레오 동광 개발 사업,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 등 이명박 정부가 성공 신화로 내세운 자원외교의 실패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려면 숨이 가쁠 지경이다. 이런 부실덩어리 해외투자의 실상과 비리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할 책무가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있다.
하지만 국회 국정조사가 흘러가는 모양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지난 12일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를 통과했으나, 조사 대상에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포함시킬 수 있게 했다. 애초 국정조사 논의가 엠비 정부의 자원외교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엉뚱한 결과다. 앞으로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에 쏠리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물타기 작전’을 펼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날짜 역시 국조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해 12월29일로 돼 있다. 국정조사 기간 100일 중 벌써 20일 이상을 허송세월로 흘려버린 셈이다. 예비조사가 시작되는 1월26일까지는 특별한 일정도 없다. 그러면서도 국정조사에 출석할 증인 명단은 아직 확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국조 출석에 관해 “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실패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뻔뻔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실패한 정책이 아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실패한 국정조사’라는 평가가 나오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야당으로 돌아갈 것임을 잊지 말고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