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원내대표 “바람은 지나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것”
“유승민 거취만 부각되면 국회법 취지 묻힐 수 있다” 우려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8일 청와대의 퇴진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일러 “바람에 휘청이는 나무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한 질책에 거듭 허리를 숙인 유 원내대표의 ‘유약함’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바람은 곧 지나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유 원내대표가 현 상황을 버텨낼 것이란 덕담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에서는 ‘유승민 사퇴 정국’을 바라보는 새정치연합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자꾸 연락하면 유 원내대표가 일어서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숨죽이고 있다. 우리 당이 유 원내대표와는 공통집합이 참 많았다”며 사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당 입장에선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버리면 국회법 합의 파기의 책임을 묻기가 애매해진다. 5월 국회에서 유 원내대표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개정도 불투명해진다. 이날 나온 새정치연합의 논평도 “거부권 행사를 정쟁에 악용해 민생은 외면하고 당청 간 주도권 잡기 싸움에 활용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은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당청 갈등과 국회 파행의 원인을 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박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로 시작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뒤로 밀린 채 유승민 거취 문제만 부각되면서 국회법 개정 취지 자체가 묻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콕 집어 공격해 국회법 개정 취지는 묻히고 대통령과 여당, 친박-비박 갈등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다음달 1일 열리는 본회의에 국회법 재의안을 상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의화 의장은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7월7일이 넘어가지 않게 여야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여야 합의 결렬 시 직권상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