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다시 역사 이야기

● 칼럼 2015. 12. 11. 18:01 Posted by SisaHan

나는 역사가 과거에 이미 생긴 일이어서 멈추어선 것이 아니라, 계속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사는 한공동체(국가)가 어디서 왔으며, 지금 어디에 서있으며,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기는 정부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 누가 어떻게 만드는 지는 비밀리에 부쳐져 있어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지금까지 과정을 지켜보며 찬성과 반대로 국민들이 찬반으로 나누어져 심각하게 다투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한 나라의 역사를 두고 보면서도, 더욱이 문제가 되는 근현대사를 함께 체험하고 지켜보았는데,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게 역사다. 왜곡이고 편향이고를 떠나 사람들은 어떤 연유에서든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하나로, 올바른 역사로 만든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역사책을 정부에서 만들면, 정작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국정교과서 한 페이지 페이지를 생각없이 무조건 암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 아닌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역사문제는 정치가들이 올바른 정답을 내고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할 문제이다. 역사는 한 시대의 정치가 관여하기 이전에 학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화 과정의 짧은 기간 동안에 정치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정치인이 현재 역사학자의 90%가 좌파이기 때문에 국정화해야 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한국사책이 폐지되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말도 이해 안가는 것이, 그럼 검정교과서란 무엇인가? 정부가 어떻게 써야한다고 지침을 주고, 역사학자들이 써온 책을 놓고 검열을 한 후에 승인을 해주어야 책이 출판될 수 있는 제도라 알고 있다. 애초 좌파사상이나,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교과서라면, 교육부에서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나가서 승인을 취소하면, 언제든지 출판을 금지시킬 수 있는 책들이 아니었는지…. 더우기 ‘역사전쟁’이란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이 하는 말이라 다분히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단어의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전쟁이 아니라 논쟁이라 해야 맡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학설이 있어 어느 것이 맞는지 역사적인 사료를 내세워 그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고, 설사 논쟁에서 패하더라도 그 이론을 사장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누가 주장한 하나의 설로 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국정교과서가 나쁜가? 나에게  당장 떠오르는 것이, 닫힌 사회, 폐쇄된 사회, 독재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상반되고,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교육의 궁극 목적인 창의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구상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가 몇 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대답이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말이다. 그러나 분단국가 일수록, 오로지 유일사상 아래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북한과는 달리, 우리는 더 자유스럽고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열린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또한 민주주의의 장점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것은 많은 역사학자들의 불참으로 인한 것인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참여시킨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 역사연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영웅이나 왕을 중심으로 서술하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고, 역사학자들은 어떤 사건에 대한 이유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를 종합 분석하여 해석하는 것이  역사학자다. 그런 이유로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가 쓰고, 역사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렇게 하고 있다. 이제 곧 일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불을 넘게 되는 선진국 중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놀라운 발전을 해온 우리나라가 역사교육에 있어 그 반대로 가려하는지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만약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책이 바뀐다면, 그 얼마만한 국력의 낭비이며, 배우는 학생들에게 혼돈을 주는 일인가? 사실 역사는 당당하게 계속 흐르는 것이어서 사람이 그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