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마치고 함께한 본 한인교회 봉사자들과 OOTC 관계자들.


본 한인교회 노숙자 섬김 ‘Out of the Cold’ 사역… 지상 간증

겨울 10주 동안 잠자리와 식사제공
우리에 주님도 코막고 찡그리실텐데…

우리 교회에는 매년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11월말부터 1월 중순까지 10주간 Out-of-the-cold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오는 노숙자들입니다. 주중에 하루 저녁 교회를 개방하여, 찾아오는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저녁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고, 다음 날 아침 아침식사를 든든히 대접하여 떠나 보냅니다. 우리 교회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1993년이었습니다.
Out-of-the-cold(OOTC)는 토론토에서 1987년에 시작된 노숙자를 섬기는 프로그램입니다.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세인트 마이클이라는 사립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그 학교 주변에 있는 한 노숙자와 친분을 갖게 되었는데, 어느 추운 겨울 날 그 노숙자가 차가운 죽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학생들과 학생들을 지도하던 Susan Moran 수녀가 노숙자들을 섬기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Out-of-the-cold입니다. Susan Moran 수녀는 곧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교회들에게 제안했고, 지금은 토론토 시내에만 19개의 교회와 여러 종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대부분의 캐나다 주요 도시로 확산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아직 이 프로그램이 초창기였을 1993년 겨울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만 해도 우리 교회(구 토론토동부장로교회)는 토론토 다운타운에 Christie Subway Station근처에 있어서 노숙자를 섬기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이 프로그램이 고려되었을 때, 노숙자들에 대한 선입관념과 어떻게 섬길 수 있을지를 몰라, 아무도 선뜻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때 이 일을 기꺼이 섬기겠다고 나선 것은 영어권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이에 한어권 성도들도 호응을 했고, 결국 일을 분담하여 저녁식사와 잠자리 제공은 영어권 봉사자들이, 아침식사와 그 뒤 청소는 한어권 봉사자들이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섬기기 시작한 것이 2003년 겨울까지 매년 겨울 계속 되었습니다. 그 동안 교회는 부흥하였고, 다운타운의 교회 건물이 너무 낡고 좁아, 토론토 북쪽 Vaughan(본)이라는 도시에 대지를 장만하고 새 성전을 지어 2004년에 이전을 하고 교회 이름도 본 한인교회(Vaughan Community Church)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이전하게 되면서 Out-of-the-cold 사역에 동참하지 못하게 된 것이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날로 늘어나는 토론토의 노숙자들과 Vaughan 시 자체 내의 노숙자들을 섬기기 위해 이 지역에도 Out-of-the-cold프로그램이 생기게 된 것을 알게 되어, 지난 2011년부터 다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시설이 좋고 아름다운 새 성전을 주셨는데, 그 성전을 개방하고 노숙자들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큰 축복과 감사로 이 사역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Vaughan 시가 있는 York Region에는 현재 11개의 종교단체들이 Mosaic Interfaith Out-of-the-Cold (http://www.miotc.ca/) 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우리 교회와 같이 개신교들도 있고, 천주교회, 유대교 회당, 이슬람 사원 등, 참여하는 종교단체들은 다양합니다.
화요일 오후 5시경부터 노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대중교통 수단이 편리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자선단체 United Way에서 협조하는 차량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노숙자들을 픽업하여 데리고 옵니다. 픽업을 할 때, 약을 먹었거나 술에 취한 노숙자들은 따로 격리하여 정부가 운영하는 노숙자 시설로 데리고 갑니다. 우리 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저녁식사 50명, 잠자리 30명이지만, 보통 70명, 많으면 80명이 넘는 노숙자가 저녁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노숙자는 40명 정도가 됩니다. 나머지는 거리로 다시 나가거나, 각 개인이 머물고 있는 welfare housing이나 다른 숙박시설로 돌아갑니다.


화요일 저녁식사와 잠자리 준비는 영어권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준비를 합니다. 20여년전 이 프로그램을 기꺼이 섬기겠다고 나선 영어권 청년들은 이제 40대 부모들이 되어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봉사를 합니다. 믿음의 유산이 계승되는 현장을 목격하는 듯 합니다. 우리교회 성도는 아니지만 이 섬김이 좋아 친구를 따라 함께 봉사하며 섬기는 이들도 있고, 교회 주변에 사는 캐나디언들 중에 함께 섬기기 위해 매년 온 가족이 참여하는 이웃들도 있습니다. 식사준비를 하여 노숙자들에게 대접하고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선뜩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조금만 다가가면 쉽게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을 섬길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내일 도시락까지 40명 분을 준비합니다. 잠자리는 프로그램 본부에서 제공해 준 mattress를 사용하는데, 교회 친교실에 mattress를 깔고 담요를 덮어 줍니다. 성도님들 중 간호사와 의사 자원봉사들은 대기하고 몸이 불편한 노숙자들을 보살핍니다. 취침에 들어가면 United Way에서 제공한 경비원이 만약을 위해 밤새 지키고, 교회 측 자원봉사자 한 명도 함께 밤을 지킵니다. 밤 중에 다툼이 일어난다거나,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언행을 하는 노숙자가 생기면, 조치를 취하고 필요하면 경찰에 연락합니다.


새벽 5시가 되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이 도착합니다. 아침을 준비하여 6시부터 식사를 대접하고, subway token과 도시락을 주어 노숙자들을 보내면, 다시 United Way 차량들이 노숙자들을 지정된 장소로 데려다 줍니다. 그리고 나면, 7시경 청소를 할 10여명의 한어권 봉사자들이 도착합니다. 매주 참여하시는 성도님들도 있고, 촌모임(소그룹)이 함께 날을 잡아 참여하기도 합니다. 함께 아침식사를 나누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아침식사 설거지를 하고, 노숙자들이 쓰고 나간 화장실과, 친교실에서 쓴 의자와 테이블, 만지고 지나갔을 문의 손잡이까지, 모두 소독하고 깨끗이 청소합니다. 노숙자들이 덮었던 담요들은 모아서 담아두면, 본부에서 수거해 가고 세탁한 담요들과 바꾸어 줍니다. Mattress도 다시 쌓아 보관합니다. 친교실 환기도 시키고 바닥청소까지 마치고, 모든 일이 끝나면 아침 8시쯤이 됩니다. 그리고, 각자 직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청소를 하며 어느 성도님이 하신 고백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저 사람들이 더럽다고 이렇게 청소를 하고 소독을 하느라 난리를 부리지만, 사실 우리들의 속은 저 사람들보다 더 추하고 더러울 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이 사회에서 낙오되고 노숙자로 살아가는 것은, 그렇지 않은 우리들에 비해 악착같지 못하고 마음이 여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 질투하고 시기하며, 남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다투며, 오늘도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추한 모습들로 살아가는 것일까. 이른 새벽 5시 노숙자들이 잠들어 있는 친교실로 들어서면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그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내면의 생각을 다 알고 계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실 때, 주님도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숙자들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다고 노숙자들을 순한 양이나 집 잃은 천사들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거리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들은 생존을 위한 노하우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Subway token을 하나 더 받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동정심이 많은 교회 성도님들에게 딱한 자기 사정을 거짓으로 말해 돈을 받아내려는 사례도 있습니다. 매년 실시되는 봉사자교육 강좌에서 반드시 하는 경고들입니다.


따뜻한 잠자리와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떠나면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노숙자들에게서 진심 어린 마음들을 엿볼 수 있는 것은 큰 보람입니다. 우리 교회가 담당하는 10주간의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에는 파티를 합니다. 저녁식사로 불고기와 잡채를 대접하고, 식사 후에는 가라오케 장비를 설치하고 여흥을 합니다. 불고기와 잡채는 언제나 다 동이 날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비빔밥도 인기 식단의 하나입니다. 고추장을 듬뿍 듬뿍 담아 먹으며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합니다. 가라오케가 시작이 되면, 그 동안 별로 말이 없이 조용히 지내던 노숙자가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내년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제는 제발 새 출발해서 내년에는 다시 보게 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다음 해에도 여전히 나타나는 얼굴들. 그리고 새로운 얼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도 있습니다. 물어보면 지난 봄 거리에서 죽었다는 슬픈 소식들도 전해 줍니다.


왜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오히려 그들을 더 재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광역 토론토에만해도 5천명이 넘는 노숙자들을, 우리 사회나 정부도 이들을 어떻게 재활의 길로 인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등을 아직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그 방법들을 찾을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런 섬김의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 필자= 김명세 본 한인교회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