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샤이 이재명’ ‘2030 등의 투표율’ ‘네거티브 전’

 

 

15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강 구도’ 속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는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선거까지 남은 22일 동안 대선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쏘아올린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여부가 초대형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각 후보 쪽에선 지지층 결집과 투표율, 선거 막바지 ‘네거티브’ 등에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①대선 집어삼킬 ‘야권 단일화’ 성사될까

 

20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막판 단일화 여부다. 이날까지 공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야권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따돌리며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후보간 담판 형식으로 안철수 후보의 ‘양보’를 요구하는 국민의힘과는 달리, 국민의당에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안 후보는 15일 자신의 단일화 제안과 관련 “윤 후보가 가능한 빠른 시간 내 결심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고, 윤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 막바지로 가면서 결국 지지율 추이에 따라 단일화 여부와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향방에 따라 양쪽의 정치적 결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만큼,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후보가 장외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민주당은 안 후보와의 ‘통합정부’ 제안을 열어둔 채 안 후보의 완주를 ‘응원’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지 않고, 독자 후보로 선거를 끝까지 치르면 공동정부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막아 ‘야권 분열’로 대선을 치르는게 최선이라는 계산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민주당은 ‘이재명의 통합정부’를 강조하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굳이 닫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②‘샤이 이재명’ 있다?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안에선 형수 욕설과 가족 문제 등의 구설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지는 못하는 이른바 ‘샤이 이재명’ 존재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10%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이들을 ‘샤이 이재명’으로 지목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이들 숨은 표의 결집이 최종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에선 결국 이들이 투표장에 나서면 이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보면서도, 이들이 투표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 호남 지지층 등 3~4% 정도를 샤이 진보층으로 본다”며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이 후보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호남과 친문 지지층 가운데 이 후보는 못 찍겠다는 정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이 최근 ‘그래도 윤석열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말들이 돌고, 특히 윤 후보의 ‘보복 수사’ 시사 발언 이후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미 지지층이 결집해 ‘샤이 이재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샤이 이재명은 없다. 그저 부동층이 많은 상황”이라고 잘라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아슬아슬한 우위를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막판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경계하는 태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최근 윤 후보의 ‘적폐 수사 하겠다’ 발언의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했지만 이 후보에게는 마음을 열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이런 계기를 통해 표심을 돌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③2030, 4050…투표장 나올까

 

세대간 결집 흐름이 뚜렷한 이번 대선에서, 여야는 어느 후보의 지지층이 투표장에 결집하는가가 최종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지지 흐름을 투표소로 이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 예정이다. 최근 2030세대 ‘청년유세단’을 따로 꾸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호응이 좋았던 참여형 유세차(오픈마이크) 등을 동원해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민주당도 핵심 지지층인 4050세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35살부터 60대 초반까지의 경제활동 인구가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본다. 선거 과정에서 그 분들이 투표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2030세대를 향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또다른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젊은층에게는 오늘 이 후보가 공개한 티브이 광고처럼 짧고 솔직한 마음을 담은 영상이 투표 독려를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윤 후보로는 안 된다는 마케팅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막판까지 몰아치는 네거티브

 

거칠어지고 있는 양쪽의 네거티브 공세는 막판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날 공식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윤석열 4대 불가론’을 띄우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이날 공개된 민주당 내부 문건에는 민주당이 부각해야 할 윤 후보의 문제점으로 △무능·무지 △주술 △본부장(본인·부인·장모 줄임말) 의혹 △보복정치 공언 등이 제시됐다. 특히 구체적 유세 문구로 “윤석열은 평생 검사랍시고 국민들을 내려다 본 사람”, “폭탄주 중독 환자에게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조작의 여왕’입니다” 등을 공유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 부부의 측근으로 지목된 건진법사가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겨 굿을 하는 한 무속 행사에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의 이름이 쓰인 연등이 걸려있었다며, 해당 행사와 윤 후보의 연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에도 이 후보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재직 당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 의전’ 의혹, 대장동 사건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뇌물 의혹 논평을 잇달아 내놓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동시에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이날 윤 후보를 겨냥한 여권의 ‘신천지 공세’와 관련, 이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을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여전히 살아 있는 양쪽 진영의 배우자 리스크도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앞으로도 상대방 배우자의 리스크를 많이 부각하려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선거가 서로의 시대정신이나 거대 담론의 차이를 담은 정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미나 기자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 폭풍질주로 압도…2연패 달성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정 짓고 태극기를 두른 후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다.”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최민정(24·성남시청)은 이번 베이징 대회를 마치고 이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과 내홍 논란에 힘겹던 시기였다. 어렵사리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무대 마지막 경기. 최민정은 1500m 여자 결승에서 스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공식을 다시 증명했다.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 빙판 위 주인공은 끝내 모두 최민정이었다.

 

그야말로 ‘디펜딩 챔피언’다운 경기였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17초789를 기록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로 레이스를 시작한 최민정은 절반을 지난 시점부터 폭발적인 질주로 상대를 압도했다. 범접할 수 없는 속도였다.

 

11일 여자 1000m 은메달을 확정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하게 웃었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은 1500m 2연패다. 이로써 최민정은 모두 5개의 올림픽 메달(금메달 3개+은메달 2개)을 목에 걸게 됐다. 현존 한국 쇼트트랙 최고 에이스다운 위용이다.

 

 

최민정은 이날 작정을 한듯 했다. 금메달로 오는 길목 내내 폭발적 속도로 상대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준준결승 1조에 나선 최민정은 경기장 내 전광판 오류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가볍게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선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바깥쪽 추월로 순식간에 선두를 차지하며 12년 만에 올림픽 신기록(2분16초831)까지 새로 썼다.

 

금메달을 추가한 한국 쇼트트랙은 양궁(24개)을 넘어 다시 최다 금메달(25개) 종목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대회 초반 편파 판정 논란 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은 물론 ‘한국은 역시 쇼트트랙’이라는 말까지 모두 입증한 셈이다.

 

한편 이날 결승에 출전한 이유빈(21·연세대)은 2분18초825로 6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유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여자 1500m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를 차지하며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강자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심석희(25·서울시청)가 자격 정지로 낙마하며 개인전에 출전하게 됐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끝에 웃는 최민정 “쇼트트랙은 역시 대한민국…지켜서 기쁘다”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의 질주, 결국엔 해피엔딩이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4·성남시청)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하게 웃었다. 평창 때 무심한 표정으로 ‘얼음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울고 웃으며 더욱 뜨거운 올림픽을 치렀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끝은 환한 미소였다.

 

최민정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란 말을 듣고 싶다”고 했던 최민정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이 노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역시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1500m 2연패를 달성한 최민정은 “이번 대회 마지막 종목이기도 했고, 2연패 도전이라는 점에서 생각하고 신경 쓸 게 있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더 기분 좋고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또 “평창올림픽 때 처음이어서 힘들지만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베이징 때는 경험이 생겨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올림픽답게 생각 이상으로 힘든 것 같다”며 “어쨌든 마무리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평창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최민정은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등 쟁쟁한 선수와 맞붙었다. 최민정은 “4년 동안 좋은 선수들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게 선수로서 너무 좋은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하는 게 선수로선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선 세 선수가 각각 평창에 이어 각각 500m(폰타나), 1000m(스휠팅), 1500m(최민정) 2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메달 3개+은메달 2개)라는 고지에 오른 최민정의 다음 목표는 뭘까. 최민정은 “평창올림픽을 준비할 때도 베이징올림픽은 생각을 못했다. 베이징을 준비할 때도 밀라노는 생각을 못했다”라며 “그 부분은 일단 좀 쉬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메달을 많이 땄는데 절대 저 혼자 잘해서 많이 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딴 만큼,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부상 박장혁, 속도맨 황대헌 등 혼신의 계주…남자 은메달

 

베이징올림픽 남자 계주 5000m 2위

박장혁, 이준서 첫 출전 시상대에

황대헌과 곽윤기는 막판 폭발적 질주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2위로 들어온 뒤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두 바퀴를 남겨두고 벌어진 막판 각축. 곽윤기의 ‘광속 질주’가 시작됐다. 비록 추월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한국은 값진 은메달을 챙겼다.

 

황대헌(23·강원도청), 곽윤기(33·고양시청), 이준서(22·한국체대), 박장혁(24·스포츠토토), 김동욱(28·스포츠토토)으로 구성된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계주 5000m 결승전에서 막판 폭발적 질주로 6분41초67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은 곽윤기와 함께 막판 스퍼트를 이끌었고, 1000m 준준결승에서 스케이트 날에 손등을 찢긴 박장혁은 부상투혼을 발휘했다. 박장혁과 이준서 등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걸어 기쁨이 두배였다.

 

이날 결승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중국, 이탈리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 5개 나라가 대결했다. 나라별로 4명의 선수가 111.12m의 트랙을 45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계주 5000m의 특성상 지구력과 정교한 선수 교대, 밀어주기와 체력배분 등이 필요하다.

 

박장혁이 첫 주자로 출발한 뒤 곽윤기, 이준서, 황대헌 순서로 주행한 한국은 초반부터 1위로 나섰고, 그 뒤를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뒤따랐다. 박장혁은 손등을 11바늘 꿰맨 상태에서 선수 교대 때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주는 등 온힘을 다했다. 5개팀 20명의 선수들이 붐비는 링크에서는 충돌을 막기 위해 더 긴장해야 했다.

 

한국은 20바퀴를 넘은 시점에 캐나다와 이탈리아의 추격을 받았고, 이후 캐나다에 이어 2위로 달렸다. 한국은 막판 5바퀴를 남겨둔 시점으로 황대헌이 선두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모든 팀들이 마지막 남은 힘을 발휘하는 시점. 황대헌의 추월 시도는 캐나다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박장혁과 곽윤기의 맹렬한 추격에도 캐나다가 달아나면서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분홍색 머리로 염색한 맏형 곽윤기는 이날 준결승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지면서 제몫을 다했다. 곽윤기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일 될 듯하다. 기억에 남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는데 뜻을 이뤘다.

 

올해 4대륙챔피언십 1위를 차지한 캐나다가 6분41초257로 우승했다. 이탈리아가 6분43초431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후반부에 선수가 넘어지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팀 킴, 극적 역전승…오늘 세계 최강 상대로 4강 운명 갈린다

 

덴마크에 8-7 승…현재 4승4패

영국·캐나다와 공동 4위, 스웨덴 이기고 경우의 수 따져야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덴마크와 경기에서 하우스로 향할 스톤의 방향을 살피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팀 킴’이 4강 탈락의 길목에서 극적으로 회생했다.

 

팀 킴은 16일 중국 베이징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덴마크전에서 8-7로 승리했다. 후공이었던 마지막 10엔드 때 2점을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예선 풀리그 4승(4패)을 거둔 팀 킴은 17일 세계 최강 스웨덴을 상대로 실낱같은 준결승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2018년 평창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스웨덴은 예선 6승2패로 스위스(7승1패)와 함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한국은 자력 진출은 할 수 없고 스웨덴을 이긴 뒤 다른 팀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

 

베이징겨울올림픽 공식 누리집 갈무리.

 

현재 일본이 5승3패로 3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영국, 캐나다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중국이 이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캐나다를 제압해 준 게 컸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덴마크는 이미 탈락이 확정됐고 미국과 중국은 한국, 영국, 캐나다가 최종전에서 모두 패했을 때 극히 희박한 확률로 준결승 진출의 기회가 생긴다.

 

스웨덴과 예선 마지막 경기는 17일 오후 3시5분에 열린다. 다른 경기도 모두 같은 시각에 열린다. 캐나다는 덴마크와, 영국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스위스전을 남겨놓고 있다. 김양희 기자

안철수 유세 차량서 2명 숨져…“선거운동 중단”

● COREA 2022. 2. 16. 05: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발전장치 연료 연소하면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듯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충남 천안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홍보하던 당원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15일 오후 5시20분께 천안시 신부동 종합터미널 앞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철수 후보 유세 버스 안에서 운전사 손아무개(50대)씨와 국민의당 당원 이아무개(60대)씨 등 2명이 숨져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버스 차량 외부에 설치한 엘이디(LED) 광고판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약 등을 홍보하려고 광고판을 켰다가 전원을 공급하는 발전장치 연료가 연소하면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운전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차량 소유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차 안에서 쓰러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이들은 버스 안에서 의자에 앉은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으며 외상은 없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발전장치 이상 여부 등 분석도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선대위원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사고를 당하신 분께 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선대위는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모든 선거운동원의 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숨진 두명 중 한명은 차량 기사이며 다른 한명은 논산계룡금산 선대위원장이다. 또 응급실에 입원한 한명은 강원 지역 유세차량을 운전하는 차량 기사라고 국민의당은 설명했다. 국민의당 쪽은 ‘후보 본인이 사고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라는 질문에 “선거운동을 즉시 중단하고 사고를 당한 분이 있는 곳에 가겠다고 했다”며 “(기존에 운영하던 버스) 18대는 사고 직후 바로 차량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선거운동 재개는 상황을 보고 최종적으로 선대위를 열어 판단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각 당에선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또 다른 희생이 없도록 모든 분들이 안전을 최우선하면 좋겠다”고 입장을 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치료 중이신 분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유가족과 안철수 후보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긴급 논평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충격과 실의에 빠져 있을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의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송인걸 배지현 기자

[김누리 칼럼] 20대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

 

미래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낡은 노동관, 구태의연한 사상검열, 호전적 냉전의식이 난무한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성숙한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이 나라가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결국 막아낼 것이다.

 

 

20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20대 대선의 공식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 ‘최악 중에 최악’을 뽑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혹평 속에 어떤 열기도, 희망도, 감동도 없는 이상한 선거가 진행 중이다. 모두 후보들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진짜 문제는 후보들에게 미래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시대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20대 대선은 세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새 100년의 첫번째 대선이다. 1919년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후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이 나라는 근대국가가 체험할 수 있는 역사적 비극을 모조리 겪었다. 식민의 역사, 분단의 역사, 냉전의 역사, 내전의 역사, 군사독재의 역사를 모두 경험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시련 속에서 우리는 찬란한 민주혁명과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100년 영욕의 역사를 돌아볼 때, 대한민국 새 100년을 열어갈 대통령의 자리는 결코 그 무게가 가벼울 수 없다. 이번 대선은 비극의 한 세기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시대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둘째, 이번 대선은 ‘선진국 대한민국’이 치르는 첫 대선이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여, ‘30-50클럽’ 가입 등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선진국다운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다음 대통령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성장 사회’에서 ‘성숙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이런 ‘사회적 전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셋째, 이번 선거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치르는 첫 대선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가치의 전도’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사유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특히 물질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번 대선은 바로 이러한 ‘생태적 전환’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요컨대, 20대 대선은 ‘대한민국 새 100년’의 역사적 전환, ‘선진국 대한민국’의 사회적 전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이라는 ‘3중의 전환 시대’에 치르는 첫 선거이다. 이런 전환 시대의 의미를 통찰하고, 거대한 전환을 감당할 비전과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실망스럽다. 첫째, 논쟁의 지점이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다. 미래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낡은 노동관, 구태의연한 사상검열, 호전적 냉전의식이 난무한다.

 

둘째, 논쟁의 지형이 극도로 보수적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샌더스와 워런은 대학 무상등록금, 대학생 부채탕감, 무상보육, 부유세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금 한국에선 미국 민주당이 내놓은 수준의 공약을 내건 후보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극단적으로 우경화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셋째, 논쟁의 관점이 지극히 미시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구상해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소확행’ 운운하며 현실 안주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가장 당선이 유력시된다는 윤석열 후보의 퇴행성이다.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3대 전환’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이다. ‘새 100년의 대한민국’은 진취적 역사의식을 가진 대통령을 요구하지만, 그의 역사의식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멸공’ 퍼포먼스에서 드러난 냉전의식, ‘선제공격론’에서 나타난 호전적 대결의식은 한반도에 새로운 전쟁위기를 자초할 위험이 다분하다. 또한 ‘선진국 대한민국’은 성숙하고 이성적인 지도자를 요청하지만, 윤 후보가 보이는 권위주의적 성격, 낮은 인권 감수성, 샤머니즘적 성향은 선진국 지도자의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나아가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은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지도자를 요구하지만, 윤 후보는 생태의식은커녕 생태적 기본 지식도 결여하고 있다.

 

‘윤석열 현상’을 만들어낸 책임은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 윤석열은 민주당에 대한 분노의 앙상블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통절하게 반성하고, 진솔하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촛불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선거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성숙한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이 나라가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결국 막아낼 것이다.

  

[칼럼] 마음은 흐리고 몸은 뻣뻣한 후보가 집권하면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오직 수사니까, 그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비리 수사하듯이 국정 운영을 해도 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가. 모든 사람이 현 정부의 적폐 수사가 지나쳤다 비판해도, 그 칼을 휘두른 윤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박찬수 | 대기자

 

“문재인 정부 스스로 문제될 게 없다면 불쾌할 게 없지 않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현 정부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이렇게 대꾸했다. 다음날엔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후보가 ‘사정 수사는 하겠지만 정치보복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술은 마셔도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말처럼 교묘한 언사로 들린다. 역대 어느 대통령후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보복’을 시사한 사례는 없다. 윤 후보의 발언은 검사 마인드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의 단면을 드러낸다.

 

‘죄 없으면 두려워할 게 뭐 있나.’ 밀폐된 조사실에서 검사가 쉽게 던지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탈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어디 있겠나‘라는 일종의 겁박이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검사이던 금태섭씨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검찰은 발칵 뒤집혀 금 검사를 인사조처했고, 연재는 첫회만 실린 채 중단됐다. 이 글의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수사기관에 입건되어 피의자가 된 때의 곤혹스러움은 경험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심지어 오랫동안 판사,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던 법률가나 수사가 직업인 경찰관도 피의자가 되면 불안에 떤다.” 피의자의 이런 불안감을 최대한 이용해 실수를 이끌어내고 유죄로 몰아가는 게 검찰의 수사 기법임을 이 글은 말한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할 법한 말을 지금 유력 대통령후보의 입에서 듣는 건 소름 끼치는 일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부 이메일 논란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선거에서 이기면 정적을 구속시키겠다고 말하는 후보가 있다. 이에 비하면 모든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시카고트리뷴>의 에릭 존은 칼럼에서 “아직 바닥이 아닌 건가?”라고 아연해했다. 트럼프 집권 시기에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고 전세계에 갈등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퓨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 공동 1위가 바로 한국과 미국이다. 윤 후보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순간 한국은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설 게 분명하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역대 정부에서 이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없었던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이 공개적이고 전면적으로 이전 정권 수사를 벌인 적은 두 번 있다. 한번은 문재인 정부 때고, 다른 한번은 ‘중단 없는 개혁과 사정’을 천명한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직후에 집권했다. 김영삼 정부는 수십년간의 군부 통치 이후에 등장한 첫 민간 정부였다. 둘 다 ‘적폐 수사’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외엔 어느 대통령후보도 상대 후보 또는 정치세력을 겨냥한 사정 수사를 다짐하진 않았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김대중 후보는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고, 2012년 박근혜 후보조차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해도 이전 정권 수사는 되풀이됐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게 한국 정치의 아픈 현실이다. ‘집권하면 전 정권 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세번이나 강조한 윤 후보 말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오직 수사니까, 그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비리 수사하듯이 국정 운영을 해도 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가. 모든 사람이 현 정부의 적폐 수사가 지나쳤다 비판해도, 그 칼을 휘두른 윤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백인정권에 27년간 투옥됐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뒤 “증오는 마음을 흐리게 한다. 지도자는 누군가를 미워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마음은 흐리고, 몸은 열차 객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정도로 뻣뻣한 것처럼 보인다.

 

[칼럼] 구둣발과 검찰공화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기차 안에서 맞은편 의자에 구두를 신고 두 발을 올려놓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있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검찰권 행사가 문제 됐는데, 윤석열 후보 공약대로 수사지휘권을 없애자는 것은 검찰 독주를 방치하겠다는 소리다.

군인들의 군홧발이 일찌감치 물러난 자리를, 이제는 무소불위 검찰의 ‘구둣발’이 차지할 태세다.

 

[한겨레 프리즘] 김경욱 | 법조팀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법 분야 공약을 14일 내놨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진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랜 세월 한국 사회가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유지해오거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온 장치들을 없애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에 명시된 법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장치’로 꼽힌다. 1949년 이 법이 제정된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됐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일선 검찰청의 수사에 장관이 직접 관여할 수 없도록 한 일종의 검찰 독립을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집권하면 이 조항을 폐지하고, 검찰에 예산편성권까지 주겠다고 한다.

 

검찰 독립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은 그야말로 통제 불가능한 권력이 될 게 뻔하다. 수사지휘권이 있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검찰권 행사가 문제 됐는데, 견제장치마저 없애자는 것은 검찰 독주를 방치하겠다는 소리다. 예컨대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거나, 수사를 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를 무슨 수로 통제한단 말인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횟수가 이례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 정부 이전에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 때 한차례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는 세차례 발동됐다. 역설적으로 과거보다 심했던 윤석열 검찰의 폭주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사지휘권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지휘권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방식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검찰·경찰에도 주겠다는 공약도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윤 후보 본인의 속마음이 반영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윤 후보는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의 공수처법 24조를 수정할 뜻을 밝히면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제도 수정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할 대목은 그가 이런 뜻을 밝히며 덧붙인 말이다. 그는 이런 제도 수정에도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공수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 등 사건으로 입건돼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실상 ‘정치보복’을 시사했다.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수사를 할 것인가’란 물음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느냐.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말도 했다. 구체적인 혐의를 들지도 않고 ‘범죄’라고 기정사실화한 다음, 수사를 통한 ‘처벌’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의 인터뷰와 이번 공약을 종합하면, 윤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실로 간단명료한 말로 압축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군사독재정권은 ‘군홧발’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짓밟아왔다. 국민 위에 군림해온 군인들의 군홧발이 일찌감치 물러난 자리를 이제는 무소불위 검찰의 ‘구둣발’이 차지할 태세다. 공교롭게도 윤 후보는 사법 분야 공약을 발표하기 하루 전, 정책공약 홍보 열차인 ‘열정열차’에서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의자에 두 발을 올려놓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열차 좌석에 떡하니 올려진 구둣발은 이 시대의 암연을 암시하는 또렷한 징후가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