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개기일식 최장 4분 30초 진행…NASA는 태양 연구 로켓 발사

500만명 대이동…관측지역 호텔·항공편 매진 등 경제효과 8조원 추정

100만명 나이아가라폭포엔 비상사태 선포…일부 동물 '기이한 움직임'

 

8일 캐나다 퀘벡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태양과 지구 사이로 달이 지나면서 햇빛을 완전히 가려 마치 달이 해를 품는 것처럼 보이는 개기일식이 8일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되면서 이 희귀한 우주쇼에 수억 명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멕시코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에서는 지역에 따라 개기일식 또는 부분일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움직이는 경로에 따라 그 그림자에 들어가 개기일식이 관측되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는 수백만 명이 몰려들었다. '달그림자의 길'에서 벗어나 있어 아쉽지만 부분 일식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주요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생방송으로 연결, 중계방송을 하며 '잊지 못할 우주쇼' 현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연구 로켓을 쏘아 올려 개기일식 때만 관찰할 수 있는 태양 물질을 연구했다.

 

◇ 7년 전보다 더 넓은 지역서 길게 관측된 개기일식에 미 전역 흥분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 전체를 가리는 현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더 크지만(단면 면적 기준), 지구와의 거리도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기에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아 보이게 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 관측되는 곳에서는 하늘이 마치 새벽이나 황혼 때처럼 매우 어두워지고, 하늘에 구름이 없이 맑은 곳에서는 태양 대기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를 볼 수 있다.

북미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며,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2044년 8월 23일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7년 전인 2017년 나타났을 때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예고돼 많은 사람을 흥분시켰다.

NASA에 따르면 이번에 개기일식이 지나간 경로의 너비는 108∼122마일(약 174∼196㎞)에 달한다. 2017년 당시의 62∼71마일(약 100∼114㎞)보다 2배 가까이 넓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일부 주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동북부 쪽 대각선 방향으로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를 통과했다. 테네시와 미시간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돼 미국의 총 15개 주가 관측 범위에 들었다.

미국의 경우 개기일식 관측 지역의 인구는 약 3천200만명에 달하며, 미 연방 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약 500만 명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속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당시 최대 2분 42초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최대 4분 28초, 미국 텍사스에서는 최대 4분 26초가량 펼쳐졌다.

개기일식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2시 7분께 멕시코 서부의 태평양 연안 마자틀란에서 시작돼 미국 남서부에서 북동쪽으로 대륙을 관통하며 파노라마처럼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미 동부 버몬트에서는 오후 3시26분께 개기일식이 절정에 이르렀고,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는 오후 3시 46분께 개기일식이 마지막으로 관측된 것을 끝으로 대단원의 우주쇼가 막을 내렸다.

◇ 캐나다 1시간 20여분간 통과…나이아가라·온타리오 각지 구름에 실망

캐나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온타리오주와 그 옆의 퀘벡주, 뉴브런스윜과 PEI에서 차례로 관측됐다. 오후 3시13분에 리밍턴 근처 에리 호수 북쪽 해안에 상륙해 약 14분동안 온타리오를 횡단, 온타리오 호수를 가로질러 코부르, 벨빌, 킹스턴, 브록빌, 그리고 콘월을 지나갔다.

이날 해밀턴에서는 오후 3시18분이 조금 넘은 시간부터 3시20분까지 약 90초 일식이 일어났다. 해밀턴 공공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8만여개의 특수관측 안경을 제공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구름 때문에 대기하던 관람객들이 실망하기도 했으나, 3분 이상 어두워지며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퀘벡주는 몬트리올 시내, 셔브룩, 생조지스에 이어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서쪽 절반뿐만 아니라 뉴브런즈윅 중북부 전역에 걸쳐 약 3분여 동안씩 많은 부분 맑은 하늘로 관찰자들을 즐겁게 했다. .

개기일식은 국경을 넘어 오후 4시25분께 뉴욕 우드스톡과 하트랜드에 도착했으며, 이어 프레데릭턴, 도크타운, 미라미치를 가로지르며 해협을 건너 P.E.I. 서부의 하늘을 어둡게 했다. 서머스사이드 시내에서 주민들은 오후 4시32분부터 수분 간 개기일식의 장관을 목격했다.

일식은 그 뒤로 보나비스타 반도를 지나 남서부 해안을 휩쓸고 가 뉴펀들랜드를 뒤덮은 웅장한 여행으로 캐나다를 기로지른 여정을 뒤로했다.

◇ 각지에 관람인파 운집…델타항공은 관측 항공편 운항도

민간 천문단체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Planetary Society) 회원 수백명이 모인 텍사스주 프레더릭스버그와 뉴욕주 및 캐나다 온타리오의 나이아가라폴스, 토론토 등 지역에선 구름이 많이 끼어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다소 자아냈다.

하지만, 개기일식이 일어난 순간에는 구름 사이로 태양 빛이 달에 가려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환호와 탄성이 쏟아졌다.

특히 달이 태양의 가운데를 완전히 가렸을 때 태양의 코로나가 '다이아몬드 반지 효과'(diamond ring effect)로 불리는 링 모양의 하얀 빛을 자아내자 사람들은 "오, 맙소사!", "어메이징"(Amazing·놀라워라), "언빌리버블"(Unbelievable·믿기지 않네)이라며 감격했다.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개기일식 축제의 일부 행사로 개기일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350여쌍이 참여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손을 맞잡고 개기일식을 지켜보며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미 남부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온도가 5도(섭씨 기준) 이상 떨어져 쌀쌀한 밤처럼 느껴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개기일식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 북미 지역에서도 부분일식이 관측돼 집이나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와 하늘을 살펴봤다.

항공사 델타항공은 이날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 댈러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하기도 했다.

개기일식을 상공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항공편 이벤트로, 1석당 1천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비용에도 전체 194석이 꽉 찼다고 CNN은 전했다.

◇ 수백만 명 대이동…경제효과 8조원 추정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러 장거리 이동을 하고 해당 지역에서 숙박하는 등 지출을 늘리면서 유발된 경제효과가 수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은 이번 개기일식이 미국 10여개 주의 호텔, 레스토랑, 여행 등 산업에 붐을 일으키면서 총 60억달러(약 8조1천180억원)에 달하는 재정적 부양 효과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페리먼그룹은 특히 오스틴과 댈러스 등 대도시를 끼고 있는 텍사스가 약 14억달러(1조8천942억원) 규모의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있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주는 2억3천만달러(약 3천112억원)의 경제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모텔,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빈방이 동났으며,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메인주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개기일식 경로 지역과 그 주변에 있는 에어비앤비나 브르보(Vrbo) 등록 임대주택의 전날(7일) 예약률이 92%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통상 4월 주말에 3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캐나다 나이아가라폴스시는 개기일식을 보러 대규모 관광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지난달 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나이아가라폴스 당국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매체가 개기일식 관측 최적지로 나이아가라폴스를 선정하면서 관광객 최대 100만 명이 도시에 운집할 것으로 보고 교통체증, 응급의료 수요 증가, 휴대전화 네트워크 과부하 등 문제에 대비해 비상 체계를 갖춰 대비했다.

또 나이아가라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예상되는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나이아가라 폭포와 온타리오주 포트 이리 등에서 일부 도로를 폐쇄하도록 유도했다.

앞서 뉴욕주 설리번 카운티 소재 우드본 교정시설 수감자 6명은 개기일식을 보지 못하게 한 교정 당국의 결정이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달 말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인 란송유는 이번 개기일식을 보러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까지 여행했다.

항공편으로 텍사스 댈러스에 도착한 뒤 시카고를 거쳐 인디애나폴리스까지 왔다는 그는 "일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놀라운 천문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 NASA 등 과학자들 태양 연구 분주

천문학계에 따르면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의 코로나를 연구할 유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태양의 밝은 빛으로 인해 평소에는 관측이 불가능한 대기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 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난제는 코로나 온도 가열과 태양풍 가속 원리다.

태양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온도가 낮아지지만, 바깥 대기 부분인 코로나에서는 오히려 수백만 도까지 가열된다. 또 태양 표면에서 초속 수십 km 정도의 태양풍이 코로나를 지나 지구 근처에서는 초속 수백 km로 가속된다.

NASA는 태양 물질이 태양으로부터 어떻게 흘러나오는지 관찰하기 위해 일식 전과 진행 중, 일식 후에 각각 버지니아의 NASA 월롭스 비행시설에서 3대의 로켓을 차례로 발사했다.

각 로켓은 개기일식 경로 내에 2L 용량 음료수병 크기의 과학 장비 4개를 발사해 고도 420㎞의 지구 대기 상층인 전리층의 온도와 입자 밀도, 전기·자기장 변화 등을 측정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이번 일식 때 텍사스주 람파사스시와 이곳에서 200km 떨어진 리키시에 두 팀의 관측단을 파견해 코로나를 연구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개기일식을 오는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께 북한 평양 지역,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동물학자들은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동물의 행태 변화를 관찰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생물학 교수 애덤 하트스톤-로즈는 지난 2017년 개기일식 때 거북이가 더 빨리 움직이고 일부는 짝짓기를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개기일식 전에 밝혔다.

텍사스주 댈러스 동물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이날 개기일식이 시작되자 홍학이 연못 한가운데에 모여들었고 펭귄도 모두 모였다고 전했다.

동물원 직원은 "모든 새가 함께 모이고 있다"며 "서로를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임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