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었다. 콩팥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탈이 나거나 병이 생겨도 초기에는 대개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자각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병이 꽤 많이 진행됐거나, 만성화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콩팥병은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빠져 평생 투석을 하며 고생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의료 발전으로 정기검진과 규칙적 생활습관을 지키며 관리를 잘하면 콩팥병 환자도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거의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콩팥병 환자는 35~45세의 콩팥 기능을 100으로 할 때, 매년 평균 3%씩 기능이 줄어들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함께 있으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콩팥 기능이 감소한다. 콩팥병이 없는 사람은 매년 0.3~0.5%씩 콩팥 기능이 쇠잔해진다.
흔히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기 신부전이라 한다. 이때부터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콩팥 건강의 핵심은 콩팥 기능이 감소하는 기울기를 어떻게 하면 더 완만하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매년 콩팥 기능 감소율을 3%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나이가 60대에 이르면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추락해 자연수명을 다하는 80대까지 20년 가까이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받는 등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감소율이 1.5%로 줄어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러면 콩팥병 환자라도 80대에 이를 때까지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다행히 의학 발전 덕에 최근에는 콩팥병 환자의 연간 콩팥 기능 감소폭이 1.5%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콩팥병 환자는 자연사할 때까지 아프거나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아 ‘치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의들은 “이처럼 콩팥 기능 감소폭을 줄이려면 당뇨병과 고혈압, 비만을 적극적으로 예방·치료하고, 금연과 절주를 하며,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콩팥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도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 의사들은 “특히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콩팥병이 있더라도 자연수명을 다할 때까지 투석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콩팥-혈압, 함께 간다”
소금 조심·정기검진…

혈압이 높으면 콩팥 건강에 유의해야 하며, 콩팥이 나쁘면 고혈압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콩팥과 혈압이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콩팥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뒤 온몸을 순환한 혈액을 걸러 그 안에 든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기관이다. 이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거품이 나거나 색깔이 탁한 소변을 볼 수 있으며, 쉽게 피로해지거나 입맛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혈압 높은 사람 21%가 콩팥 이상: 만성콩팥병은 혈압이 정상보다 높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대한신장학회가 전국 280개 병원에서 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4만6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혈압성 만성콩팥병 실태조사’에서 나왔다. 이를 보면 정상 범위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만성콩팥병이 9.3%에 불과한 반면 고혈압이 있으면 21.6%가 콩팥에 이상이 있었다. 특히 치료가 힘든 만성콩팥병 3기 이상 환자는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보다 고혈압 환자에게서 3배 이상 많았다.
또 정상 범위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32%가량이었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들에서는 60%로 거의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중증일수록 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이 많아졌는데, 초기 만성콩팥병인 1~2기에는 54% 정도에서 고혈압이 있었지만 3기에는 60%, 4~5기에는 80%에서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콩팥과 혈압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의들은 “높은 혈압으로 손상을 받는 대표적인 기관이 콩팥이고 반대로 콩팥이 망가져도 혈압을 정상보다 높인다”며 “심장병 못지않게 콩팥병 역시 고혈압과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 절반 망가져도 특별한 증상 없어: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받게 되는 주된 이유는 당뇨 등에 의한 콩팥 합병증이다. 하지만 고혈압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신장학회는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15% 이상은 적절히 관리되지 않는 고혈압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고혈압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을 때가 많아 이를 조절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또 이런 고혈압 때문에 콩팥 기능이 망가진다 해도 절반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해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간단한 소변 및 혈액 검사로도 만성콩팥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평소 고혈압 치료를 하는 의사와 상담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혈압 높다면 소금 섭취 줄여야: 고혈압이 있다면 혈압을 관리할 때 무엇보다도 주의할 것이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몸속으로 흡수된 소금은 몸속의 물을 혈관으로 끌어들여 혈액량이 많아지게 하고 또 혈관의 근육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기 때문이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일반 고혈압은 관리 목표가 높은 쪽이 140, 낮은 쪽이 90 미만이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다면 이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혈압을 130/80 미만이 되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리법으로 권장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