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안 후보 쪽에서 결렬 통보”

그간 협상 공개…책임 떠넘기기

안철수 “고려할 가치 없는 제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대선토론에 앞서 인사후 돌아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물밑 단일화 협상 전말을 전격 공개하며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렸다. 이에 안 후보는 “(윤 후보 쪽에서 제안한 내용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윤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8일로 예정된 투표용지 인쇄를 앞두고 양쪽의 물밑 협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야권 단일화 논의가 후보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파국 수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일정을 취소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협상 상황을 공개하며 “오늘 아침 9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협상 채널은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맡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전날 오후 2~4시, 이날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두 차례 협의를 진행해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지만 일방적으로 단일화 결렬을 통보받았다는 것이 윤 후보의 설명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안 후보가 사퇴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고,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윤 후보가 그간의 협상 노력을 세세하게 공개해, 안 후보에게 단일화 최종 결렬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권 단일화가 끝내 불발될 경우 책임론에서 벗어나 지지층 결집을 통한 투표로써의 단일화를 호소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회견 뒤 경북 포항을 방문해 티케이(TK) 유세에 복귀한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단일화의 마지막 불씨는 남겨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았다가 최종 결렬된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윤석열 후보 쪽에서) 제안을 했으나,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한 “국민경선을 계속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어떠한 의견 입장이 없었다. (국민경선을) 안 받으면 왜 안 받는지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며 “저희는 협상 내용(여론조사 경선)을 올렸는데 상대측에서 없다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태규 본부장을 전권 대리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어제 갑자기 (윤 후보 쪽에서) 연락이 왔고, ‘한번 얘기해보자’는 제안이었다고 한다”며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이 의원이 나가서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저는 ‘전권 대리인’ 이런 개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추가 협상 가능성을 두고는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며 일축했다. 장나래 김해정 곽진산 기자

 

안철수 “국힘, 국민경선 제안 묵살…단일화 고려할 가치 없다고 판단”

 

국힘, 야권 단일화 무산 책임 안철수에 돌리자

“협상내용 올렸는데 없다고 하는 것 도리 아냐”

이태규 “선대본부장으로 만나…전권 대리인 아냐”

“최종 결렬된 건 윤석열 후보측 ‘신뢰’에 대한 의구심”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아랫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오늘 아침에 (윤석열 후보 측에서) 제안을 했으나,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법과 관련) 국민경선을 계속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어떠한 의견 입장이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경선을) 왜 안받는지, 안받으면 왜 안받는지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오후 1시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안 후보 쪽과의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두 후보간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에서, 정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최종 협상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후보는 “협상이란 서로 얘기를 하는 거다. 저희는 (국민경선을 하자고) 협상 내용을 올렸는데 상대 측에서 없다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윤 후보 쪽이 단일화 무산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또 윤 후보가 직접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만나려 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계속 전화가 오고 문자가 3만개가 넘는데 이 전화로 어떤 통화를 하고 시도를 할 수 있겠나”며 “이것 자체도 당(국민의힘)의 채널을 통해 제 번호를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이 과연 협상 파트너의 태도인지, 이것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협상의 여지가 남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 시안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며 사실상 단일화 협상이 종료됐다고 못박았다.

 

안 후보의 이런 기자회견 내용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애초부터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는 국민의힘 쪽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또 국민의힘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안 후보의 ‘전권 협상대리인’이었다고 지목했지만, 이 본부장은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성성과 단일화 계획을 확인하고자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에 만났고 단일화 의견들이 오갔지만, 윤 후보 측이 구상하고 제시하는 단일화 방향과 내용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봤기에 오늘 아침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한 배경에는 단일화 제안 이후 보여주었던 윤 후보 측의 다양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신뢰’에 대한 문제가 컸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변명과 입맛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제안하는 여러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결정했다”며 “윤 후보 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비공개 협의 사실을 후보가 직접 나서서 공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주장한 것은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단일화 협상 결렬되자…‘졸렬한 안철수’ 만들기 나선 윤석열

 

윤 후보가 직접 회견 나서서 ‘표리부동’ 지적

배포한 ‘경과파일’ 원 제목은 ‘못 만나면 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오전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1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간의 협의 상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고, 그 내용은 ‘삼고초려 윤석열’과 ‘표리부동 안철수’로 요약됐다.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 가는 중이라도 차를 돌려 찾아뵙겠다”며 협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실상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에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호소해 지지층을 묶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직접 회견…결렬 책임 피하려 협상일지까지 공개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그는 ‘완주 철회 명분을 더 달라’는 안 후보 쪽 요청에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며 한껏 낮춘 자세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실무협의 뒤 안 후보 쪽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려고 “저도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했고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성심을 다해 실무협상에 임했고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이 잡힐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이 틀어지게 된 건 안 후보 책임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이런 기조는 윤 후보 회견 뒤 배포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라는 제목의 5장짜리 문건으로 더욱 확연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해 ‘안철수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며 단일화 조건을 선 제안”했다는 내용부터 이날 오전 9시 이태규 선대본부장의 결렬 통보까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나아가 안 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인 23일과 24일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만남을 청하며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안 후보님을 직접 뵙고 정권교체를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제안드립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파일의 초기 제목은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로 확인되면서 협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협상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협상이 깨질 것에 대비해 결렬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미리 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공보단 관계자는 “한글문서를 피디에프로 바꾸면서 예전 표를 덮어쓰기 하던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 쪽과의 협상 상황을 윤 후보 본인이 세세하게 공개한 이례적 행동은 최근 박빙으로 돌아선 선거 판세와 무관치 않다. 윤 후보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초경합 상태로 나타나자 후보 단일화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단일화’(안철수)와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외한 모든 제안 수용’(윤석열)이라는 입장 차이는 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안 후보 쪽의 ‘결렬 통보’를 받고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그간의 노력을 부각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 경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 장제원, 무보직으로 전권대리…비선 논란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는 ‘윤핵관’ 논란과 아들 문제로 물러났던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의 대리인으로 전권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협상 상대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이었지만 장 의원은 지난해 9월 캠프 총괄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선대본부 안에서 직책이 없는 상태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으며 윤핵관 논란이 다시 불거졌던 지난해 11월에도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에게 ‘전권 대리인’ 역할을 맡겼고 이에 대해 “장 의원의 매형이 카이스트 교수인데 안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 서로 의사전달 하는 데 편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안 후보도 장 의원을 협의에 참여시키는 데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나래 기자

 

‘단일화 결렬’ 원색 비난전…새벽 4시까지 실무 협상, 무슨 일이?

 

윤-안, 단일화 결렬 책임 공방 거세져

윤석열, 직접 ‘비공개 협상’ 내용 공개 나서

국민의당 “진정성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다시 결렬되면서 양쪽이 책임 소재를 두고 상호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진행한 협상을 일지 형식으로 모두 공개하며 안 후보를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부터 약 20일간 진행된 5쪽짜리의 단일화 협상경과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지난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는데, 국민의힘은 그 전후 시기에 양당 간에 물밑 조율의 과정을 전부 공개하면서 안 후보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 자료에 따르면 단일화 논의는 지난 26일 아침 7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로 추가적인 실무 회동을 제안하면서 재개됐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의 협상이 각각 윤 후보와 안 후보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교체,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내건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두 후보에게 각각 보고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학강국, 과학실용의 새 시대, 디지털플랫폼 정부, 부패 척결, 공정한 나라, 변화와 혁신의 길,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길, 분열된 통합의 길 등 (공동선언문에 담길) 이런 키워드까지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시간 뒤인 밤 9시,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안 후보의 완주를 철회할 명분’을 추가로 달라고 요청했고,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안 후보 자택 방문’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고 국민의힘은 설명한다. 두 사람이 27일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협상을 벌여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공개 회동을 제안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본부장이 이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쪽은 윤 후보의 기자회견이 상호 신뢰를 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본부장은 “후보가 직접 나서서 (협상 상황을) 공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주장한 것은 단일화의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윤 후보의 ‘무성의’가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계속 주장했던 것은 국민경선”이라며 “(윤 후보 쪽이) 어떠한 의견 입장 표명이 없었다. ‘왜 안 받겠다’ ‘받겠다’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번도 나온 적 없다”는 주장에도 안 후보는 “저희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윤 후보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도리가 아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힘) 저기는 여론조사 경선 한다고 하면 논의 자체를 안하잖나. 그러면 여론조사 아니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 그걸 논의하러 간 거다. 그랬더니 ‘공동정부’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입장문을 통해 “오늘 윤 후보가 발표하기로 한 (윤 후보의) 회견내용은 단일화 제안 이후 1주일 간의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안 후보에게 정중하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단일화 의지를 밝히며 회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책임전가 회견에 자신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안 후보 역시 단일화와 관련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생중계된 대선 티브이 토론에서 “(단일화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로 다음날 이 본부장을 통해 여론조사를 내걸고 국민의힘과 비공개 협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본부장은 이날 “안 후보의 인지하에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됐다. 단일화의 문 역시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해정 장나래 곽진산 기자

 

 

‘읽지 않은 문자’만 1만8723개... 안철수 “이 전화로 뭘 할 수 있나”

 

“국민의힘이 전화번호 유포 뒤 문자 폭탄”

윤석열 “문자 보내고, 봤다는 답변도 받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 힘 측이 전화·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 유세장에서 ‘문자폭탄’ 세례를 받고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취재진에 공개하며 “이 전화로 어떤 통화를 하고 어떤 시도를 하나”라고 되물었다.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안 후보에게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단일화에 진정성을 보였다고 주장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속 전화가 오고, 문자가 3만개가 넘게 왔는데 제가 이 전화로 어떤 통화나 시도를 할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기자들에게 공개한 자신의 휴대전화에는 읽지 않은 문자메시지 숫자가 1만8723개로 표시돼 있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전화번호를 조직적으로 유포해 윤 후보 지지자들이 안 후보에게 문자폭탄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도 “당(국민의힘)에서 어떤 채널을 통해 제 번호를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는 걸로 안다. 이런 짓들을 하는 것이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지,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에게) 워낙 문자가 많이와서 제가 전화와 문자를 드린 것을 볼 수 없으셨을 수 있겠지만, 안 후보에게 전화·문자 드리고 나면 그쪽 관계자에게 전화를 제가 드려 문자 드렸으니 보시라는 말씀을 전했고, 보셨다는 답변도 들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가 문자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문자폭탄’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나래 기자

 

[사설] 서로 ‘네 탓’ 하며 볼썽사납게 끝난 윤-안 단일화 협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 끝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윤 후보는 전권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은 안 후보 쪽 제안을 자신이 모두 수용했지만 안 후보 쪽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통보했다고 주장했고, 안 후보 쪽은 윤 후보 쪽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했다. 비전과 정책의 공유 없이 후보들의 지지율 부침에 따라 냉온탕을 오간 ‘선거 공학적’ 단일화 협상의 예고된 파국이라 할 수 있다.

 

윤 후보는 2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권대리인 협상에서) 오늘 아침 7시까지 (두 후보의) 회동 여부를 포함한 (회동) 시간·장소를 결정해 (서로) 통보해주기로 합의했지만 오전 9시 (안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선 “저희도 알 수가 없다. 그쪽(전권대리인)도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두차례 이어진 협상에서 안 후보 쪽 제안을 모두 수용했으나 안 후보 쪽이 돌연 판을 깨버렸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 쪽은 즉각 반박했다.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입장문을 내어 “전권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만난 것”이라며 “오늘 (윤 후보의) 회견으로 책임 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주었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여수에서 유세 뒤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윤 후보 쪽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는 협상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핵심은 이번 단일화 협상이 안 후보가 윤 후보 쪽이 수용하기 어려운 ‘국민 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갑자기 제안한데다, 지지율을 따라 오락가락한 윤 후보 쪽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 탓에 타결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25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을 했다.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물밑 협상 내용까지 시시콜콜 공개한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 단일화 무산의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이제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접고 비전과 정책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기 바란다. 투표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유레카] 비선실세 ‘윤핵관’ 장제원 의원 / 정남구

 

1882년 차별과 임금 체불에 시달리던 구식군대가 선혜청 당상 민겸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의 뒷배를 봐주던 민 왕후를 죽이겠다고 경복궁으로 쳐들어갔다. 가까스로 달아나 충청도에 숨어 있던 민 왕후에게 어느 날 한 무당이 ‘신령님이 알려줬다’며 찾아왔다. 무당은 50일 안에 궁궐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흥선대원군을 밀어내고 한달 만에 환궁할 수 있었다.

 

무당에게 혹한 민 왕후는 ‘관우의 딸’을 칭하는 무당을 위해 사당 관왕묘를 지어주고, 왕자나 공신에게 주는 ‘군’의 칭호까지 내렸다. ‘진령군’은 국정과 인사에 깊이 개입하는 숨은 실세가 됐다. 황현은 <매천야록>에 “장차관급 인사들도 앞다퉈 진령군에게 아부했고, 누님 혹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고 기록했다.

‘비선 실세’는 존재 자체로 통치권력의 정당성을 흔든다. 직선 대통령들의 지지율이 정권 말이면 다 추락했지만, 유독 박근혜씨가 임기 중 탄핵을 당한 것도 비선 실세 탓이 컸다. 최순실(최서원)은 대통령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사람이었으니, 국민이 몰아낸 것은 ‘가짜 대통령’이란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이번 대선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주변에도 비선 실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법사·도사로 불리는 이들이 한 부류다. 정부·여당이 ‘무주택자들이 집 가진 사람 횡포에 시달리게 해서 표를 얻으려고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든가, ‘광주 시민들이 좋은 물건에 관심을 가져 투쟁 능력이 약화될까봐 복합쇼핑몰 유치를 막았다’든가, ‘탈원전 정책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중국을 위한 것’이라든가, 논리가 황당한 말들을 후보의 입에서 나오게 만드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이도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윤석열 후보 쪽 핵심 관계자’(윤핵관)는 다른 부류다. 지난 1월 윤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수습되면서 사라진 듯했던 ‘윤핵관’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장제원 의원하고 ‘(후보) 두분이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핵관’이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던 장 의원이 단일화 물밑 협상 파트너였다는 것이다. 윤 후보도 27일 기자회견에서 선대본부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장 의원이 단일화 협상 전권 대리인이었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는 쉽게 밀려나지 않는 법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유사시 일본, 한반도에” 윤석열 발언 수습 나섰지만, 후폭풍 거세

 

국가보훈처 산하 단체들 “귀를 의심케 하는 언사”

민주당 “일 극우인사 같은 ‘망언’…국민 앞 사죄를”

국힘 “유사시 개입 전제한 말 아냐, 허위사실 공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언급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망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허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시)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고 묻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시는 거냐”는 심 후보의 질문에 “절대 안 하실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은 일제 강점 등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해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까지 상정하는 ‘한미일 동맹’이란 용어 대신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발언이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런 발언을 ‘망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토론 다음날인 26일 특별성명을 내어 “윤석열 후보가 어제 토론에서 유사시에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망언을 했다”며 “도저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윤 후보의 국가관과 대일본 인식을 보여준다. 일본 극우세력 인사의 발언과도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는 3.1절을 앞두고 한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망언을 취소하고 순국선열과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윤 후보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심 후보의 ‘한일동맹하면 유사시 일본 진입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란 취지를 분명히 했다. 설령 한일동맹을 하더라도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사실공표를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27일 “윤 후보의 자위대 망언에 국민의힘도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싶은 것인지 오히려 ‘법적조치’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며 “경악스러운 망언을 내뱉고 이처럼 얕은 수로 책임을 면하려 한다고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윤 후보는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또다시 맞받았다.

 

국가보훈처 산하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이날 성명을 내어 “3·1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2월25일 개최된 대선 후보 2차 법정 토론회에서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언사가 이뤄져 심히 유감스럽고 우려가 들어 분노하는 마음으로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참으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항단연은 “일본의 자위대가 해외 파병이 안달이 난 현재 상황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본의 군대가 우리 영토에 발 하나라도 딛게 해서는 안 된다”며 “동학 농민 혁명을 진압하기 위한 유사시의 명분으로 일본이 처음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냈었다는 역사를 복기해보면 단서 조항으로도 일본의 자동개입 여지를 남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윤 후보의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윤 후보가 자위대의 개입을 명시적으로 주장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자위대가 개입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예민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구축센터 팀장은 “윤 후보의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고 심각하게 볼 부분”이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일본과의 협력을 높인다는 국민의힘의 외교 방향도 아베 정부의 자위권 추구나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윤석열 없는 윤석열 영주 유세…국민의힘, 우왕좌왕하며 ‘안철수 탓’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으로 경북 일정 취소해

현장선 윤석열 불참 몰라 “곧 도착” 우왕좌왕

“윤, 하루종일 안철수 만나러 가야…양해 부탁”

 

27일 오전 경북 영주시 번영로에 마련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서 연예인 유세단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후보가 오늘 사정상 유세에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입장 표명을 이유로 27일 예정됐던 경북 지역 유세 일정을 급작스럽게 취소하면서, 일정을 전달받지 못한 유세 현장에선 윤 후보의 참석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경북 지역 의원들은 “곧 윤석열 후보가 도착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다 결국 윤 후보의 ‘노쇼’가 확정된 직후, 지지자들에게 큰절 사과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경북 영주시 하망동에서 선거 유세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세 시작 20분 전인 오전 8시40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이 윤 후보의 유세 일정 전면 취소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할 때까지, 현장에서는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 했다.

 

현장에선 윤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약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개그맨 김종국씨 등 연예인 유세단이 사전 유세로 한창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윤 후보의 일정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이후에야 무대에 올랐던 김정재·박형수 의원 등 경북 지역 의원 등이 여기저기로 전화를 거는 분주한 모습이 포착됐다. 윤 후보의 유세 시작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선대본 대변인단도 윤 후보의 위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9시가 임박할 때까지도 사회자는 청중들에게 “곧 우리 윤석열 후보가 도착하십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오면 사진을 찍을란다”라며 윤 후보가 오를 단상이 잘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으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과 대변인단이 모여 있는 유세장 밖을 지나가다 “윤석열 후보가 여기에 오는 것이냐”고 묻고 대변인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등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도 윤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유세를 보러 온 시민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김정재(포항시 북구) 의원과 김관용 전 경북지사, 송언석(김천시)·임이자(상주시·문경시)·김영식(구미시을)·박형수(영주시) 의원이 연이어 무대 위에 올라 윤 후보의 연설 시간을 채웠다. 경북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우리도 사전투표 해서 민주당에 선빵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은 “영주와 김천을 다니는 경북선 열차 전철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거 하려면 3월9일에 윤석열 후보를 통으로 뽑으면 무조건 된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한테 한번 묻고 싶다. 여성운동한다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형수에게 대놓고 욕설을 하는 이재명을 지지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설에서 윤 후보의 불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유세기획단장을 맡은 박종희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여러분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윤석열 후보가 오늘 새벽에 영주·봉화 우리 구민들을 뵈러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 그게 뭔가, 여러분”이라고 물었고, 청중들은 “단일화”라고 외쳤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윤 후보가) 어제밤에 서울 은평구에서 저녁 7시반에 유세를 마치고 안철수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안 후보가 호남 유세를 하러 간다고 기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안 후보를 만나러 다녀야 한다”며 “그래서 오늘 불가피하게 경북 지역 유세를 모두 취소한다. 여러분 양해해주겠나”라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이 “네”라고 답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추진 △영주댐 수생태 국가정원 조성 추진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 추진 △백두대간 산림바이오 휴양산업 육성 추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지역 공약을 유세차 화면에 띄우는 등 윤 후보의 불참으로 가라앉은 유세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시간10분가량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박형수 의원은 “주민 여러분, 실망이 크시죠? 윤 후보 못 봐서”라고 물은 뒤, “(윤 후보가) 오늘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돼 있었다. 조금 전 유세기획단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정권교체를 꼭 하려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사 단일화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성의를,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정말 정권교체를 해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는다”며 윤 후보를 대신해 연신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과의 뜻을 담아 경북 지역 의원들이 무대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이날 경북 영주시에 이어 안동시·영천시·경산시·경주시 등 5곳의 유세는 윤 후보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경북 지역 유세 전면 취소를 공지한 지 2시간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13분께 국민의힘 선대본 공보단은 윤 후보가 이날 오후 5시45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일정에서부터 유세를 재개한다고 알려왔다. 오는 28일에는 강원도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일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저의 유세를 기다리고 계셨던 경북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단일화 불발 ... “안철수 쪽이 결렬 통보” 윤석열, 협상 과정 공개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과의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오늘 아침 9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 가는 중이라도 차를 돌려 찾아뵙겠다”며 안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례적으로 협상 과정을 밝히며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리는 듯한 인상을 남겨,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이 시간까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우리 당 의원과 전권을 부여받은 양 대리인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 특히 어제는 양측의 전권대리인들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회동했고 최종 합의를 이뤄서 저와 안 후보에게 보고가 됐다.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협상 채널은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맡았다고 한다. 이어 “다시 저녁에 그간 완주 의사를 표명해온 안 후보께서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있으셨고 그래서 저는 안 후보 자택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고 안 후보께서 목포로 출발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양쪽에 전권대리인은 또다시 오늘 새벽 0시 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다시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제가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안철수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는 이런 요청을 하셨고 저는 이를 수락했다”며 “양측 전권대리인이 오늘 아침 7시까지 회동 여부 포함해 시간 장소 결정해 통보해주기로 협의했는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 받았다”고 안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윤 후보는 단일화 협의가 결렬된 이유에 대해 “저희도 알 수 없다”며 “그쪽에서도 오늘 아침에 답이 와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최종 협상안에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실제로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 없다. 여론조사 역선택 막을지 등도 전혀 협상 테이블에 올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실무협의 과정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경북 거점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했던 윤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항으로 이동해 유세 일정을 재개한다. 김해정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