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코치였다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씨가 19일 ‘얼음물 뒤집어쓰기’(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박씨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몸이라 얼음물을 뒤집어쓰지는 않고 대신 인공 눈꽃송이를 날렸다. 또 “시원하게 얼음물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는 글도 남겼다. 팔다리가 멀쩡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을 받고 있는 건지 새삼 일깨워준 박씨의 ‘분투’였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미국 루게릭병협회가 이 병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한 모금운동이다. 이 운동이 한국에까지 상륙해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교황 방문과 세월호 침몰은 우리로 하여금 소외된 이웃들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이 행사가 루게릭병 환자 등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번쯤 짚어볼 대목이 있다. 첫째는 행사의 취지를 소홀하게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차가운 얼음물이 닿으면 마비되는 증상처럼 근육이 잠시 수축하게 된다. 루게릭병 환자들은 이런 고통을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건데, 유행처럼 올라오는 얼음물 뒤집어쓰기 동영상을 보면 너무 재미 위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한다.
 
둘째는 기부의 한계다. 이런 기부 행사가 약자를 도울 수 있는 건 맞지만,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루게릭 같은 희소병은 환자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공공 의료보험 체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얼음물 뒤집어쓰기 같은 행사가 일시적인 치유책이 될 수는 있으나, 안정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기부에 참여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부디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탄탄한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연대의 힘’으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