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짐없이 다 읽는다” “명쾌하다”는 분들 덕분에…

그냥 “좋은 신문”이라는 평가 듣고싶은 소망
한 눈 아닌 두 눈으로 보는, 시대의 거울이기를


2006년 1월5일 태어났습니다. 어느 덧 열 살의 인사를 드립니다.
눈 비를 걸으며 굽이굽이 산과 강을 건넌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큰 능선에 올라선 감이 드는군요. 잠시 심호흡을 하며 지나 온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걸음마 때부터 지켜보며 감싸주신 의리의 동반자들이 있습니다. 힘에 부칠 때 일으켜 세워 다독여 주신 인정이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목을 축여주시고 정겹게 땀과 눈물을 닦아 주셨습니다. 그 고맙고 따스한 손길과 마음들이 오늘의 시사 한겨레를 있게 하신 공로의 주인공들입니다.
가끔 “신문을 한 자도 빠짐없이 다 읽는다”는 분을 만납니다. “신문이 벌써 바닥났더라” 혹은 휴간일 때 “신문이 안 나와 갑갑하다”는 전화도 주십니다. 어떤 분은 “칼럼이 정말 시원하고 명쾌하다”고 공감을 표해 가슴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애정어린 ‘감시’ 덕분에, 예고없는 휴간과 배달사고 한번 없이 10년의 세월을 감사히 달려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의 분투를 달갑잖게 보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들은 한국정부에 비판적인 ‘진보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국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자부하는 분들의 주장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여전히 없지 않습니다.

새삼 언론의 기능을 떠올립니다. 언론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정부와 공적기관에 대한 감시이며 공의(公義)와 공익을 위한 비판에서 출발합니다. 신문은 또한 시대의 자화상이며 거울이라고들 합니다. 그동안 시사 한겨레에 비친 모습들이 밝고 긍정적인 측면보다 비판적·부정적이 많았다면, 그만큼 시민의 위임을 받은 권력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고, 그래서 시대가 어두웠다는 뜻일 겁니다. 어두움에 빛을 들이대지 않고 계속 덮기만 하면 그 안에서 썩고 냄새 날 것입니다. 눈이 부셔 고통스러워도 불을 밝혀야 밝고 맑은 세상이 옵니다.
지난 10년, 저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빠져 신문을 만든 적은 한번도 없었음을 단언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진보요, 정권을 감싸고 돌면 보수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독 한국에 그렇게 착각하는 분들이 많고, 일부 정치권에서 그런 이분법으로 여론을 갈라 이득을 보려는 전략에 휩쓸린 탓도 있습니다. 정부를 추켜세우는 것이 언론과 동포의 도리라는 낡은 관념에, 독재시대 통제와 여론조작에 길들여진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나다라는 선진사회에 살면서도 민주적 다양성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비판적 신문은 이단아로 여겨질 것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저희 시사한겨레와 자매지인 한겨레신문은 해마다 한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정직·정확한 신문 1위이며, 전국의 대학생 상대 의견조사로도 부동의 1위 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못할 국가기관의 선거공작이나, 간첩조작 사건 같은 대형특종과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용기있는 신문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정론직필을 말하면서도 공공연히 정권과 가진 자들과 사익을 우선하는 거대 족벌신문들과, 정부에 장악된 방송까지 포함해 압도적인 권력쪽 언론들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세계적으로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저희 시사 한겨레는 출범하면서 ‘성실한 보도 따뜻한 신문, 동포의 번영 겨레의 미래’를 사시로 정했습니다. 담긴 뜻은 글자 그대로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동포와 겨레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창간정신입니다. 그 창간의 비전에서 올곧은 신문, 바른 언론의 길을 다짐했습니다. ‘정론직필’ 혹은 ‘파사현정’(破邪顯正) 등의 거창한 문구보다, 그냥 ‘좋은 신문’, ‘선한 신문’, ‘의로운 신문’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저희의 소망이었습니다. 그것은 보-혁의 편가르기와는 무관한 공동선(共同善)의 제작방침이며, 열악하고 미약하지만 그 일념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다고 감히 고백합니다.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선하고 의로운 길을 걸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세상이 평온과 정상적이지 않을 때 그 길은 풍파를 견뎌야 하는 행로입니다.
하지만 ‘고난이 축복’이라고 했습니다. 10년을 지나오며 많이 변하고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한쪽 눈의 반쪽 세상보다 두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넓고 입체적임은 상식이지요. 한가지 목청만 감돌던 한인사회에 색다른 빛깔과 소리도 전해줄 수 있었음은 저희의 보람이며 의미있는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작아도 의로운 외침들, 한번쯤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선한 논리의 제시 등이 시사 한겨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저희는 이제 10년의 능선을 넘어 다시 험곡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난 곡절을 초심으로 견뎌왔듯이, 앞으로도 기대와 사랑을 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원을 무기삼아 묵묵히 걸어가려 합니다. 온 세상이, 무엇보다 우리 조국이, 그리고 동포사회가 선하고 의로워져 더 이상 선하고 의로움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 날을 고대하면서 말입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성경(갈 6:9)의 가르침입니다.
좋은 글과 광고로 도와주시는 분들, 애독자와 한인 동포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난 10년을 인도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김종천(金鍾天)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