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방송에 보도‥ 국내 소환·칠레 한국대사는 사과문 발표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의 외교관 박아무개(49)씨가 20일 국내로 소환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씨가) 오늘 오전 입국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곧 박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공개된 성추행 혐의 외에 추가 혐의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박씨 국내 소환에 앞서 현지 검찰에 사건 관련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19일 이번 사건 처리에 있어서 ‘무관용 원칙’을 표명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형사 고발과 함께 징계 절차를 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날 주한 칠레대사를 불러 박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유지은 칠레 주재 대사는 현지 텔레비전 방송 <카날13>에 박씨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동영상이 방영되자 19일 피해자와 그 가족, 칠레 국민과 칠레 거주 한국 교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사는 사과문에서 “본인과 한국대사관은 해당 외교관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피해 학생과 가족분들을 포함한 칠레 국민에게 큰 상처와 충격을 야기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번 비위행위에 대해 법령에 따라 엄중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칠레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 대사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칠레 양국 간 양호한 관계가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 9월 14살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첫 피해 여성의 제보를 받은 <카날13> 방송이 배우한테 미성년자 행세를 하도록 해 박씨에게 접근시켰고, 이 과정에서 또다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함정 취재를 알고는 싹싹비는 모습도 나왔다.
< 김지은 기자 >


특검, 드디어 칼 뽑았다

● COREA 2016. 12. 29. 10:45 Posted by SisaHan

21일 현판식을 가진 박영수 특별검사팀

정유라 체포영장·국민연금 등 동시다발 압수수색
현판식 후 본격 수사개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독일에서 잠적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독일 검찰과 강제소환을 위한 수사공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정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20일 발부받았다. 정씨의 소재지를 추적하는 한편, 정씨 여권을 무효화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고 했다.
정씨에게는 지난해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시와 이후 학사과정 등에서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독일 검찰에 대한 수사공조 요청은 정씨 소재지 확인, 현지 검찰의 최씨 모녀 수사기록, 삼성 돈으로 구입한 부동산 등 현지 재산 동결 등이다. 여권 무효화는 정씨의 독일 체류를 불법화하는 한편, 정씨가 독일 이외 다른 국가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등 10여곳과 두 기관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삼성 합병 과정에서 제3자 뇌물공여”라고 밝혔다. 삼성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내고, 추가로 200억원이 넘는 돈을 최씨와 그의 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본 것이다.
앞서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지렛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었다.
< 김남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국민의당 송기석, 정의당 추혜선 등 야3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금지법 신속처리·이준식 부총리 해임건의안 추진키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1년 유예하는 대신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 카드를 내밀자, 야3당과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을 속이는 꼼수 조치”라고 크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오는 2월 정기국회에서 ‘국정교과서금지법’을 신속 처리해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하는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이준식 교육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별렀다.

야3당 의원들과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비상대책회의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발표는 사실상 국정역사교과서를 강행 추진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국민을 속이는 꼼수 조치에 불과하다”며 “국정역사교과서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국정교과서 폐기와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교육부는 찬반여론이 있다는 식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금지법을 상임위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국정교과서 폐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국정교과서금지법의 심의 기간(2월23일)이 끝나는 대로 이 법을 처리해, 교육부의 연구학교 시행, 국·검정제 혼용 방침 등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야3당 의원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가장 먼저 사라졌어야 할 국정교과서를 사실상 부활한 책임”을 물어, 이준식 교육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1500자 칼럼] 그냥 사세요

● 칼럼 2016. 12. 19. 21:23 Posted by SisaHan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이상한 병증이 보였다. 허리로부터 한쪽 다리로 전기가 흐르는 것같이 저려왔다. 그는 학창시절에 역기를 들다 다쳤던 부위가 다시 도진 줄만 알았으나, 정밀검사 결과는 퇴행성디스크라고 했다.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인 그인지라 섣불리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수소문하여 물리치료사, 한의사, 척추전문의를 찾아 다니며 상담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는 허망하여 열심히 운동만 하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불확실한 대답뿐이었다. 이제는 자녀들 모두 출가시켰으니 더 이상 우리 삶을 허비하지 말자고 은퇴를 종용했는데 은퇴초입에 이런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던 것이다.


결국 고 L박사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비록 전공은 달라도 의학박사이니 내 나라말로 속 시원하게 그 허리 증상에 대해 문의를 하였다. 그간의 정황을 상세하게 들은 그 분은 간결한 답변을 주셨다. “그 상태라면 그냥 사세요.”했다. 무슨 기발한 치료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잔뜩 기대했던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잠시 그 의미를 되삭여보니 이해가 될 듯도 하였다. 노년에 이르러 생긴 병증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더 이상 완치할 수 없는 노인병이니, 이래저래 힘 빼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 같았다. 평상시 가벼운 운동이나 하면서 마음 편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보다 더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이 있을까 싶었다. 마침내 남편도 심각한 불안에서 벗어나 현실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통증 없이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이민 초창기, 유난히 부부싸움이 잦았던 이웃이 있었다. 신혼을 캐나다에서 시작한 소포결혼이었으니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농도가 짙어져 심할 때는 서로 물건을 내던져 많지도 않은 살림살이가 박살이 나기 일쑤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감정이 격해지니 서로 할 소리 못 할 소리 다 쏟아놓아 서로 할퀴며 낸 상처의 골이 깊어만 갔다. 정녕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인지, 그런 와중에도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천사의 미소를 지닌 예쁜 아기였다. 그렇게 한때 잉꼬부부로 잘 살아가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다시 진한 부부싸움을 시작했다. 급기야 일이 심각하게 터졌다. 엄마 아빠의 험악한 격투전을 목격하고 놀란 아들이 911로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겨우 일곱 살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 섰으나, 이혼만은 막아야 한다는 양측 부모님들의 뜻이 적용되어 결혼상담치료를 받는 합의로 끝났다. 아이를 위해서 퍽 다행스러운 결과여서 지인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얼마 후 그들은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역이민의 길을 택했다. 끝내 이곳 생활에 적음을 못했던 것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근래 그들은 참으로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고 한다.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옛 지인들에게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만약 당시 헤어졌더라면 그들의 인생은 오늘과 생판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게 뻔하다. 물론 인격을 무시한 폭력적인 부부이거나 쌍방 결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없게 신뢰가 깨진 극단의 상황이라면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일순간의 감정으로 치달아 다시는 화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부부간의 일은, 주위 사람들이 쉽게 판단하고 조언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당시 나도 그들에게 헤어지라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은 것이 퍽 다행스러울 뿐이다.


우리 삶에는 숱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결을 잘 타려면 때로는 도전도 하고, 포기도 하고, 타협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해야 한다. 적절한 판단력과 삶의 지혜가 따라야 함은 필수조건이다. 가끔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에 빠졌던 날들을 되짚으며 “그냥 사세요”를 단순하고 담담하게 생활에 적용해본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도 ‘그냥 가보자’, 뻔히 알면서도 ‘그냥 속아주자’, 잔소리하고 싶어도 ‘그냥 참아내자’. 그렇게 생각을 다스렸더니 이상하게도 내 안이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해지고 평화로웠다. 결코 도전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변화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자는 얘기다. “그냥 사세요”, 어느덧 내 삶에 친숙해지고 있는 말이다.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