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1월 25일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대표 이고르 세친과 함께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현지시각)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림픽 훈장(Olympic Order)을 박탈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날 집행위원회 회의 뒤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침략을 지지한 벨라루스 정부가 올림픽 휴전을 어겼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데페아>(dpa)가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면 러시아의 침략으로 참가할 수 없게 된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는 이어 “글로벌 스포츠 경쟁의 진실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참가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스포츠 종목의 국제연맹과 국제경기대회 주최 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의 참가를 불허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는 또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드미트리 코자크 대통령실 부실장에 수여된 올림픽 훈장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는 이에 대해 “상황의 예외적인 환경에 기초한 것이며, 러시아 정부의 매우 엄중한 올림픽 휴전 위반과 또 다른 올림픽 헌장 위반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우크라 침공] 중립국 스위스, EU의 대러 제재 동참키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반전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중립국 스위스도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AFP, dpa 통신이 보도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연방 평의회 회의 뒤 열린 기자 회견에서 EU가 이미 러시아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스위스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스위스에 있어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인사들의 역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EU 회원국이 아닌 중립국 스위스는 이러한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위스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했을 때 서방의 잇따른 제재 발표에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스위스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일부 러시아 관리에 대해서만 여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스위스 내부에서 서방 진영에 동참하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스위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약 104억 스위스프랑(약 13조5천억원)에 달한다.

베이징올림픽 폐막 뒤 일주일

비행거리 300㎞ 탄도미사일 1발

우크라에 국제사회 관심 쏠리자

북한 문제에 관심 환기 의도인듯

NSC 긴급회의 “깊은 우려와 유감”

 

북한이 27일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28일 만이자, 지난 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 이후 7일 만이다. 청와대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7일 “이날 오전 7시52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00㎞, 고도는 620㎞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비행거리 약 300㎞는 단거리 미사일이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한 것은 새해 들어 여덟번째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원인철 합참의장이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 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2월4일∼20일)에는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달 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리자 북한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엄중한 유감을 북한에 표시했다.

 

상임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가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연속되는 미사일 발사에 인내하면서 한·미 공동으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현했다”고 발표했다.

 

상임위원회는 “북한이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 대화 제의에 조속히 호응하고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역행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미 연합의 확고한 대비태세와 강화된 자체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정치 일정(대선)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안보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태사령부는 “미국은 이번 발사를 규탄하며, 북한에 대해 추가적 불안 조성 행위를 삼갈 것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안이 미국인들이나 그 영토, 우리 동맹들에 즉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지만,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확고하다”고 했다. 권혁철 서영지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가신이의 발자취]  조정래 작가 고 이어령 선생의 영전에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

 

한국 지성사의 큰 별이 떨어졌다. 나이를 초월해서 평생 줄기차게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천재가 떠나갔다.

 

이어령 선생의 부음을 듣고 ‘아, 기어코!’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이 쿵 울리고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리고 몇년 전 어떤 제자의 축하 모임에서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 앞에 서는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던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그때 선생은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암과의 동거를 선택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초연한 모습 또한 우리를 크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뵙지를 못했는데 기어코 떠나시고 만 것이다.

 

선생께서는 문학평론가로서 이 나라 지성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대학생 때 유명 일간지에 논설을 써보내 채택되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글 잘 쓰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연달은 출판이었다. 그 책들은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건 온 세상이 전후의 가난에 허덕이고 있던 시절에 나타난 기현상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육신의 배고픔에만 허덕인 것이 아니었다. 지적인 허기와 영혼의 목마름도 풀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의 그 책들은 대중의 그런 욕구를 풀어주는 보약이었다. 가난에 찌들어 군복에 검정물을 들여 입고 다니던 대학생들도 그 책을 사 읽는 것이 필수였다. 평론가의 책이 그렇게 많이 읽힌 것은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고 신화이다.

 

선생께서 평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장쾌하게 보여준 것이 ‘분지’ 필화 사건이다. 남정현의 그 단편을 북한 잡지에서 재수록하는 바람에 뒤늦게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건화되었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은 박정희 정권에게 그 일은 시범조로 잘 걸린 사건이었다. 새로 생긴 중앙정보부의 시퍼런 서슬 앞에 작가는 끌려갔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기죽어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때 재판정에 변호를 나선 것이 젊은 평론가 이어령이었다.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보느냐!’ 이 유명한 변론은 7년 구형을 선고유예로 바꾸어 놓았다. 그 사건으로 선생은 작게는 작가 남정현을 구한 것이었고, 크게는 한국문학을 구한 것이었다. 선생의 그 기개와 용기는 또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선생께서 구설수에 오른 꼭 하나의 사건이 ‘초대 문화부 장관’이 된 것이었다. 그게 노태우 정권이라서 군부독재 타도에 앞장섰던 지식인들 사이에서 비판이 없을 수 없었다. 그때 선생께서 곤혹스럽게 한 한마디가 ‘꼭 해야 할 일을 빨리 쉽게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그 권력 확보로 바로 한 일이 ‘인터체인지’가 아니라 ‘나들목’, ‘노견’이 아니라 ‘갓길’로 바꾼 것이다. 순우리말의 애정이 묻어나는 그 명칭들을 선생께서 탄생시킨 것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26일 별세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그리고 나는 그 권력의 은혜를 두 번이나 입었다. <태백산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었다. 그때 소관 부서 문화부에 의견 요청이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은 어느 평론가에게 ‘신판 홍길동전’이라고 논리 개진을 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이적 표현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허구를 다룬 문학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15년쯤 지나 그 평론가가 지나가듯 말했다. 그때 검찰이 문제삼지 않기로 했던 것이 결코 우연일 리 없다. 그리고 내가 <아리랑> 국외 취재를 가려 할 때 안기부에서는 출국 금지를 확정해 놓고 있었다. 그때 장관으로서 보증을 서서 출국을 시켜준 것이 선생이시다. 선생이 아니었으면 <아리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구 절반인 그 무대들을 못 갔을 것이니.

 

선생께서는 책임 있는 보수, 가장 폭넓은 보수의 자리를 지킨 진보의 옹호자였고, 민족문화의 개척자였고, 신개념의 구축자였고, 언어의 연금술사였고, 문·사·철의 통달자였고, 강연의 달인이었다. 선생이 비워 놓고 떠나신 자리가 너무 넓고 크다.

 

선생님, 먼 길 부디 평안히 가시오소서. 수많은 사람들이 석별의 꽃을 바칩니다.           조정래/소설가

 

문 대통령, 이어령 교수 빈소 찾아 조문…“우리 문화의 발굴자”

 

SNS에 추모의 글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는 암투병중 이날 별세했다. 향년 89.

 

문 대통령은 빈소를 조문하고 유족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 드린다.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라며 위로를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어령 선생님의 죽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한다”며 추모의 글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 문화의 발굴자이고, 전통을 현실과 접목하여 새롭게 피워낸 선구자였다. 어린이들의 놀이였던 굴렁쇠는 선생님에 의해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여백과 정중동의 문화를 알렸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우리 곁의 흔한 물건이었던 보자기는 모든 것을 감싸고 융합하는 전통문화의 아이콘으로 재발견되었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된 데는 선생님의 공이 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것이 선생님의 큰 공로를 기리는 일이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그것은 모양은 달라도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고 했다. 이완 기자

 경기 파주시  ‘평화로 드라이브 인!’ 유세

“안보 위태롭게 하는 안보 대통령은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김포시 사우문화체육광장에서 열린 김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해 “주가조작을 하면 책임을 져야지. 주가조작이 다 드러나도 처벌을 안 한다.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파주시 평화누리주차장에서 진행한 ‘평화로 드라이브 인!’ 유세에서 “왜 자꾸 주가조작하는 것이냐”며 이렇게 외쳤다.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직격한 것이다. 이어 “이런 것만 고쳐도 주가지수 5000 찍는다. 그래야 국민의 자산이 늘어날 것 아니냐. 그래야 청년들도 자산을 늘릴 기회가 있다”며 “이제 부동산 시장은 갔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갖고 불로소득 하는 것을 절대 못 하게 할 것”이라고 외치자 차량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차량 경적을 세차례 울리며 호응했다. 이 후보는 이어 “주가조작에 ‘주가조’만 나와도 싹 털어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게 확실하게 정리해버리겠다”며 “주가조작을 절대 못 하게 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은 800여대가 드라이브인 유세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후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례를 언급하며 “위대한 나라가 앞으로 나가는 데 제일 큰 장애는 정치 지도자의 무능”이라며 “국가 지도자인 공동체 책임자가 최소한 평균은 돼야 한다. 평균 이하면 사고가 나고 공동체가 망한다. 평균 이하이고 나쁜 사람이면 큰일 난다”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의 유능함이란 필수 덕목이고 정치 지도자의 무능함과 무지는 핑계 대고 미안하다고 할 일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를 망치는 죄악”이라고 하자 시민들은 차량 경적을 세차례 울리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한때 화가 나서 그럴 수 있다. 민주당 부족한 것 많다. 지금 열심히 고치려 한다”며 “내일 의원총회를 해 양당 독점 시스템을 깨자,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더 좋은 선택이 있는데 한때 감정이나 보복 감정 때문에 과거로 가느냐”며 “더 나은 정치 교체를 해야지 더 나쁜 정권 교체를 왜 하느냐”고 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그걸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그걸 하겠느냐”고 묻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이 할 말이라곤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전국민 상대로 이런 얘기를 하는 데 정말 실언이길 바란다”며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안보 위태 대통령은 안된다”며 ‘안보 안심 대통령’을 부각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윤석열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 겨냥 “헛꿈 꾸는 소리”

 경기 고양시 유세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겁이 없는소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손자 끌어안고 격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평화누리주차장에서 열린 ‘평화로 드라이브 인!’ 파주 드라이브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겨냥해 “이상한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5년짜리가 어디 건방지게 겁이 없이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유세장에 깜짝 등장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자를 끌어안고 “튼튼하게, 씩씩하게 (살아달라)”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불안하냐. 대통령만 똑바로 뽑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게 외쳤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가 18∼60살 남성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우리 사랑하는 아들·딸, 남편, 아버지가 전선에서 총알을 맞아줘야 하니까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이, 남편들이, 아버지들이 이렇게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겨냥해 “만약 평범 이하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 나와 오판을 한다든지 전쟁을 좋아하는 주술사가 ‘전쟁 한번 해면 네 인생은 확 핀다’고 해서 넘어간다든지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외쳤다.

 

이 후보는 이어 “5년은 짧다. 개헌하려면 4년으로 줄여지니까 더 짧다”며 “그 짧은 시간에 우리 국민 5천여만명의 삶을 보살피고 복잡한 국정들을 잘 파악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갈등을 조정해가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그런 이상한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5년짜리가 어디 건방지게 겁이 없이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못했지만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은 확실하게 하겠다”며 “안철수, 심상정, 야당들이 억울하다, 왜 위성(정당을) 만들어 우리에게 기회를 안 줬느냐, 억울하다고 하지 않느냐. 그럼 풀어줘야 한다.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길 내일 확실하게 보여드리겠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날 유세에 앞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을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연단에 올라 “제가 듣기로는 처음 노사모가 생긴 곳도 고양, 지금 남은 곳도 고양이라 한다”며 “윤석열을 누가 키웠느냐. 힘 있는 국민이 키웠다. 너무 아쉽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키웠다. 그런데 윤석열은 문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느냐. 버렸다, 배신했다. 국민이 윤석열을 키우면 윤석열은 국민을 버릴 것이고 배신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곽 대변인의 손을 잡고 연단에 오른 곽아무개군을 본 이 후보는 “예상 못 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누군가 했다. 한 말씀 하겠나”고 마이크를 넘겼다. 곽군은 시민들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이 후보는 “박수 한 번 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이 후보는 곽군에게 외할머니인 권양숙 여사의 안부를 물었고, “곽군, 화이팅”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곽군은 악수 뒤 이 후보와 포옹을 나눴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기본소득 재정 부담 있어 조금 미뤄…코로나 극복에 집중”

 전 세계에서 국가 부채 비율은 제일 낮아, 정부가 부담할 것은 해야

"300만원 지원 가로막고 욕하더니 1000만원 주겠다고 롤러코스터" 국힘 비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가 사정이 너무 어려워 기본소득은 중복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재정상의 부담이 있어 조금 미뤄 하겠다. 재정상의 문제 없이 코로나19 극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 태조 이성계상 앞에서 “확실하게 앞으로도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50조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론 이게 계속되면 또 추가로 해야 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정상의 부담을 고려해 주요 공약인 ‘기본소득’ 추진을 미룰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재분배 소득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정부가 부담을 안 하니까 전 세계에서 국가 부채 비율은 제일 낮다”고 설명했다. 주변 가게 이름을 언급하며 “○○○○화장품 어렵지 않느냐. 국가가 해야 할 방역 책임을 국민이 대신 떠안았으니까”라고 짚었다. 이 후보의 유세에 한 시민이 “천재명”이라고 외치자 이 후보가 “천재명이 아니라 경제명”이라며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지어준 것”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대통령이 된다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300만원을 지원하는 것도 야당이 안 하려고 못하게 하다가 결국 나중에 합의해놓고는 매표했다고 욕하더니 이번엔 1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며 “롤러코스터”라고 직격했다. 이어 “정치에서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국민이 고통스러워야 나한테 표가 온다는 이런 정치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원회에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 시작하겠다고 약속하며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가계 현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데 월세를 주고 끝이니까 매출을 올려줘야 돈이 돈다”며 “정부가 직접 일일이 가게에 사러 다닐 수 없으니까 국민에게 소비 쿠폰, 지역 화폐를 지급해 동네 골목에 ○트 저런 데 가서 써라”며 주변 가게 이름을 언급했다. “의정부 사람은 의정부에서만 써야 의정부 경제가 돌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고통을 받으면 원망한다. 원망하면 선택할 때가 딱 한군데밖에 없다”며 “양자택일, 차악의 선택이다. 둘 중에 하나밖에 못 고르게 하는 것이다. 둘 다 싫은데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내가 덜 나쁘면 이기는 것이다. 이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실수해 미안하지만 위성정당 이런 것 못하게 하고 법으로 막고 비례대표를 강화해 국민의 한표한표가 제대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60% 지지를 받았는데 100%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정치체제로 가야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PK서 “권양숙 여사, 날더러 ‘젊을 때 노무현 닮았다’ 하더라”

 부울경서 부동층 잡기…부동층·소상공인 집중 공략

‘노무현 향수’ 자극…‘문재인 적폐 수사’ 발언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이어 12일 만에 다시 피케이(PK·부산경남)를 찾아, 다음달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 연장을 약속하는 등 ‘소상공인 공약 보따리’를 풀어놨다. ‘피케이’와 ‘소상공인’을 잡으면 이번 대선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부울경 득표율 목표를 “40%”로 잡았다.

 

이 후보는 부산 집중 유세에서 “이곳이 바로 김영삼, 노무현 그리고 걸출한 문재인 대통령을, 큰 정치인을 만든 부산 맞죠”라며 “새로운 세상 만들 준비 됐나, 됐나, 됐나”라며 부산 사투리를 써가며 호응을 유도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단기간에 성남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 대통령 선거 불려 나왔다. 2년 만에 경기도 최고의 도로 만들었고, 3년 만에 130조 (기업)투자 유치했다”며 “부산 그 정도 했으면 디비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이 “부산 좀 살려주이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남부권을 ‘제2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남부수도권 구상을 밝히며 “팍팍 찍어주세요”라고 재차 호소했다.

 

특히 경남 양산 유세에서는 ‘어게인 2012, 꿈은 이루어진다.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적힌 노랏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지목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그는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우리 부부가 찾아 인사드리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얼마 전에 뵀을 때 권 여사가 ‘젊을 때 우리 남편 닮았다’고 하더라”며 “제가 어떻게 그분을 닮을 수 있겠냐. 권 여사가 보니까 (제가) 불쌍해 보여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양산은) 존경하는 문 대통령이 훌륭하게 대통령 직무를 완수하고 되돌아올 것 아니냐”며 “여러분 복 받으셨다. 그러나 다시는 정치보복으로 누군가 슬프게 하는 그런 일 생겨선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올해 첫날, 공식 선거운동 첫날 등 주요 시기마다 부울경을 찾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 이어 가장 유권자가 많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승리가 ‘굳어진 후보’는 아직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는 3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 전보다 이 후보는 5%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5%포인트 하락했다.

 

이 후보는 특히 가는 곳마다 소상공인 언급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 성산구 상남분수광장 앞 유세에서 “국가의 방역에 참여하면 오히려 손해 아니라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 확실히 만들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금융구제 지원방안’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3월 말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국가인수 관리 △‘신용대사면’ 통한 채무 부담 대폭 완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고정비에 사용했다는 것을 증빙하면 원리금에서 탕감하는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도입 등을 직접 약속했다.

 

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이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뒤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와 같은 41%였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37%를 기록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부산 민심은 윤 후보에게도 흔쾌하지 않고 부동층이 많다. 물론 이 후보도 비호감이지만, 말은 시원시원하게 잘한다는 평가가 크다”며 “그만큼 정성을 들이면 들인 만큼 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서 추경이 통과된 데 대한 반응이 괜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대위 관계자도 “부울경이 해볼만하다고 보고, 내부 목표를 40%로 잡고 있다. 충분히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야권 단일화 ‘파국’…이재명, 안철수에 ‘다당제 정치개혁’ 구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지방자치와 미래산업 선도도시 창원, 이재명은 합니다!’ 창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사실상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볼 수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기자회견 뒤 “민주당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다당제 등 정치개혁을)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한 연대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 성산구 유세에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정치집단이 있는데 왜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냐”며 “위기는 기회다. 정치적 위기 활용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 정치교체 확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8시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다당제 연합정치' 구상이 담긴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을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는 “무슨 선거 때 되면 서로 합치고, 누르고, 포기시키고 하지 말고 국민들이 투표해서 과반수를 못 넘기면 한 번 더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를 하자”며 “이재명 민주당이 대통합 정부, 국민 내각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을 위해 정치가 복무하는 진정한 정치교체 확실히 해내겠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결선투표 도입 등을 내세워 안 후보를 향해 거듭 구애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안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정권교체로 묶이지 말고 ‘연합정부’의 파트너가 돼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오늘 의총에서 다당제 등 논의가 당론으로 무리 없이 채택될 것으로 본다”며 “그러면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쪽에서도 민주당이 의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