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 발자취]  조정래 작가 고 이어령 선생의 영전에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

 

한국 지성사의 큰 별이 떨어졌다. 나이를 초월해서 평생 줄기차게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천재가 떠나갔다.

 

이어령 선생의 부음을 듣고 ‘아, 기어코!’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이 쿵 울리고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리고 몇년 전 어떤 제자의 축하 모임에서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 앞에 서는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던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그때 선생은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암과의 동거를 선택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초연한 모습 또한 우리를 크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뵙지를 못했는데 기어코 떠나시고 만 것이다.

 

선생께서는 문학평론가로서 이 나라 지성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대학생 때 유명 일간지에 논설을 써보내 채택되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글 잘 쓰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연달은 출판이었다. 그 책들은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건 온 세상이 전후의 가난에 허덕이고 있던 시절에 나타난 기현상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육신의 배고픔에만 허덕인 것이 아니었다. 지적인 허기와 영혼의 목마름도 풀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의 그 책들은 대중의 그런 욕구를 풀어주는 보약이었다. 가난에 찌들어 군복에 검정물을 들여 입고 다니던 대학생들도 그 책을 사 읽는 것이 필수였다. 평론가의 책이 그렇게 많이 읽힌 것은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고 신화이다.

 

선생께서 평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장쾌하게 보여준 것이 ‘분지’ 필화 사건이다. 남정현의 그 단편을 북한 잡지에서 재수록하는 바람에 뒤늦게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건화되었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은 박정희 정권에게 그 일은 시범조로 잘 걸린 사건이었다. 새로 생긴 중앙정보부의 시퍼런 서슬 앞에 작가는 끌려갔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기죽어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때 재판정에 변호를 나선 것이 젊은 평론가 이어령이었다.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보느냐!’ 이 유명한 변론은 7년 구형을 선고유예로 바꾸어 놓았다. 그 사건으로 선생은 작게는 작가 남정현을 구한 것이었고, 크게는 한국문학을 구한 것이었다. 선생의 그 기개와 용기는 또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선생께서 구설수에 오른 꼭 하나의 사건이 ‘초대 문화부 장관’이 된 것이었다. 그게 노태우 정권이라서 군부독재 타도에 앞장섰던 지식인들 사이에서 비판이 없을 수 없었다. 그때 선생께서 곤혹스럽게 한 한마디가 ‘꼭 해야 할 일을 빨리 쉽게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그 권력 확보로 바로 한 일이 ‘인터체인지’가 아니라 ‘나들목’, ‘노견’이 아니라 ‘갓길’로 바꾼 것이다. 순우리말의 애정이 묻어나는 그 명칭들을 선생께서 탄생시킨 것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26일 별세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그리고 나는 그 권력의 은혜를 두 번이나 입었다. <태백산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었다. 그때 소관 부서 문화부에 의견 요청이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은 어느 평론가에게 ‘신판 홍길동전’이라고 논리 개진을 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이적 표현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허구를 다룬 문학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15년쯤 지나 그 평론가가 지나가듯 말했다. 그때 검찰이 문제삼지 않기로 했던 것이 결코 우연일 리 없다. 그리고 내가 <아리랑> 국외 취재를 가려 할 때 안기부에서는 출국 금지를 확정해 놓고 있었다. 그때 장관으로서 보증을 서서 출국을 시켜준 것이 선생이시다. 선생이 아니었으면 <아리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구 절반인 그 무대들을 못 갔을 것이니.

 

선생께서는 책임 있는 보수, 가장 폭넓은 보수의 자리를 지킨 진보의 옹호자였고, 민족문화의 개척자였고, 신개념의 구축자였고, 언어의 연금술사였고, 문·사·철의 통달자였고, 강연의 달인이었다. 선생이 비워 놓고 떠나신 자리가 너무 넓고 크다.

 

선생님, 먼 길 부디 평안히 가시오소서. 수많은 사람들이 석별의 꽃을 바칩니다.           조정래/소설가

 

문 대통령, 이어령 교수 빈소 찾아 조문…“우리 문화의 발굴자”

 

SNS에 추모의 글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는 암투병중 이날 별세했다. 향년 89.

 

문 대통령은 빈소를 조문하고 유족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 드린다.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라며 위로를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어령 선생님의 죽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한다”며 추모의 글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 문화의 발굴자이고, 전통을 현실과 접목하여 새롭게 피워낸 선구자였다. 어린이들의 놀이였던 굴렁쇠는 선생님에 의해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여백과 정중동의 문화를 알렸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우리 곁의 흔한 물건이었던 보자기는 모든 것을 감싸고 융합하는 전통문화의 아이콘으로 재발견되었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된 데는 선생님의 공이 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것이 선생님의 큰 공로를 기리는 일이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그것은 모양은 달라도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고 했다. 이완 기자

 경기 파주시  ‘평화로 드라이브 인!’ 유세

“안보 위태롭게 하는 안보 대통령은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김포시 사우문화체육광장에서 열린 김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해 “주가조작을 하면 책임을 져야지. 주가조작이 다 드러나도 처벌을 안 한다.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파주시 평화누리주차장에서 진행한 ‘평화로 드라이브 인!’ 유세에서 “왜 자꾸 주가조작하는 것이냐”며 이렇게 외쳤다.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직격한 것이다. 이어 “이런 것만 고쳐도 주가지수 5000 찍는다. 그래야 국민의 자산이 늘어날 것 아니냐. 그래야 청년들도 자산을 늘릴 기회가 있다”며 “이제 부동산 시장은 갔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갖고 불로소득 하는 것을 절대 못 하게 할 것”이라고 외치자 차량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차량 경적을 세차례 울리며 호응했다. 이 후보는 이어 “주가조작에 ‘주가조’만 나와도 싹 털어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게 확실하게 정리해버리겠다”며 “주가조작을 절대 못 하게 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은 800여대가 드라이브인 유세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후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례를 언급하며 “위대한 나라가 앞으로 나가는 데 제일 큰 장애는 정치 지도자의 무능”이라며 “국가 지도자인 공동체 책임자가 최소한 평균은 돼야 한다. 평균 이하면 사고가 나고 공동체가 망한다. 평균 이하이고 나쁜 사람이면 큰일 난다”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의 유능함이란 필수 덕목이고 정치 지도자의 무능함과 무지는 핑계 대고 미안하다고 할 일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를 망치는 죄악”이라고 하자 시민들은 차량 경적을 세차례 울리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한때 화가 나서 그럴 수 있다. 민주당 부족한 것 많다. 지금 열심히 고치려 한다”며 “내일 의원총회를 해 양당 독점 시스템을 깨자,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더 좋은 선택이 있는데 한때 감정이나 보복 감정 때문에 과거로 가느냐”며 “더 나은 정치 교체를 해야지 더 나쁜 정권 교체를 왜 하느냐”고 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그걸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그걸 하겠느냐”고 묻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이 할 말이라곤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전국민 상대로 이런 얘기를 하는 데 정말 실언이길 바란다”며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안보 위태 대통령은 안된다”며 ‘안보 안심 대통령’을 부각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윤석열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 겨냥 “헛꿈 꾸는 소리”

 경기 고양시 유세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겁이 없는소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손자 끌어안고 격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평화누리주차장에서 열린 ‘평화로 드라이브 인!’ 파주 드라이브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겨냥해 “이상한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5년짜리가 어디 건방지게 겁이 없이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유세장에 깜짝 등장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자를 끌어안고 “튼튼하게, 씩씩하게 (살아달라)”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불안하냐. 대통령만 똑바로 뽑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게 외쳤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가 18∼60살 남성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우리 사랑하는 아들·딸, 남편, 아버지가 전선에서 총알을 맞아줘야 하니까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이, 남편들이, 아버지들이 이렇게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겨냥해 “만약 평범 이하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 나와 오판을 한다든지 전쟁을 좋아하는 주술사가 ‘전쟁 한번 해면 네 인생은 확 핀다’고 해서 넘어간다든지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외쳤다.

 

이 후보는 이어 “5년은 짧다. 개헌하려면 4년으로 줄여지니까 더 짧다”며 “그 짧은 시간에 우리 국민 5천여만명의 삶을 보살피고 복잡한 국정들을 잘 파악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갈등을 조정해가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그런 이상한 헛꿈이나 꾸고 보복이라고 5년짜리가 어디 건방지게 겁이 없이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못했지만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은 확실하게 하겠다”며 “안철수, 심상정, 야당들이 억울하다, 왜 위성(정당을) 만들어 우리에게 기회를 안 줬느냐, 억울하다고 하지 않느냐. 그럼 풀어줘야 한다.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길 내일 확실하게 보여드리겠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날 유세에 앞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을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연단에 올라 “제가 듣기로는 처음 노사모가 생긴 곳도 고양, 지금 남은 곳도 고양이라 한다”며 “윤석열을 누가 키웠느냐. 힘 있는 국민이 키웠다. 너무 아쉽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키웠다. 그런데 윤석열은 문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느냐. 버렸다, 배신했다. 국민이 윤석열을 키우면 윤석열은 국민을 버릴 것이고 배신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곽 대변인의 손을 잡고 연단에 오른 곽아무개군을 본 이 후보는 “예상 못 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누군가 했다. 한 말씀 하겠나”고 마이크를 넘겼다. 곽군은 시민들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이 후보는 “박수 한 번 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이 후보는 곽군에게 외할머니인 권양숙 여사의 안부를 물었고, “곽군, 화이팅”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곽군은 악수 뒤 이 후보와 포옹을 나눴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기본소득 재정 부담 있어 조금 미뤄…코로나 극복에 집중”

 전 세계에서 국가 부채 비율은 제일 낮아, 정부가 부담할 것은 해야

"300만원 지원 가로막고 욕하더니 1000만원 주겠다고 롤러코스터" 국힘 비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가 사정이 너무 어려워 기본소득은 중복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재정상의 부담이 있어 조금 미뤄 하겠다. 재정상의 문제 없이 코로나19 극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 태조 이성계상 앞에서 “확실하게 앞으로도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50조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론 이게 계속되면 또 추가로 해야 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정상의 부담을 고려해 주요 공약인 ‘기본소득’ 추진을 미룰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재분배 소득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정부가 부담을 안 하니까 전 세계에서 국가 부채 비율은 제일 낮다”고 설명했다. 주변 가게 이름을 언급하며 “○○○○화장품 어렵지 않느냐. 국가가 해야 할 방역 책임을 국민이 대신 떠안았으니까”라고 짚었다. 이 후보의 유세에 한 시민이 “천재명”이라고 외치자 이 후보가 “천재명이 아니라 경제명”이라며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지어준 것”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대통령이 된다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300만원을 지원하는 것도 야당이 안 하려고 못하게 하다가 결국 나중에 합의해놓고는 매표했다고 욕하더니 이번엔 1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며 “롤러코스터”라고 직격했다. 이어 “정치에서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국민이 고통스러워야 나한테 표가 온다는 이런 정치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원회에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 시작하겠다고 약속하며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가계 현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데 월세를 주고 끝이니까 매출을 올려줘야 돈이 돈다”며 “정부가 직접 일일이 가게에 사러 다닐 수 없으니까 국민에게 소비 쿠폰, 지역 화폐를 지급해 동네 골목에 ○트 저런 데 가서 써라”며 주변 가게 이름을 언급했다. “의정부 사람은 의정부에서만 써야 의정부 경제가 돌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고통을 받으면 원망한다. 원망하면 선택할 때가 딱 한군데밖에 없다”며 “양자택일, 차악의 선택이다. 둘 중에 하나밖에 못 고르게 하는 것이다. 둘 다 싫은데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내가 덜 나쁘면 이기는 것이다. 이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실수해 미안하지만 위성정당 이런 것 못하게 하고 법으로 막고 비례대표를 강화해 국민의 한표한표가 제대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60% 지지를 받았는데 100%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정치체제로 가야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PK서 “권양숙 여사, 날더러 ‘젊을 때 노무현 닮았다’ 하더라”

 부울경서 부동층 잡기…부동층·소상공인 집중 공략

‘노무현 향수’ 자극…‘문재인 적폐 수사’ 발언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이어 12일 만에 다시 피케이(PK·부산경남)를 찾아, 다음달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 연장을 약속하는 등 ‘소상공인 공약 보따리’를 풀어놨다. ‘피케이’와 ‘소상공인’을 잡으면 이번 대선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부울경 득표율 목표를 “40%”로 잡았다.

 

이 후보는 부산 집중 유세에서 “이곳이 바로 김영삼, 노무현 그리고 걸출한 문재인 대통령을, 큰 정치인을 만든 부산 맞죠”라며 “새로운 세상 만들 준비 됐나, 됐나, 됐나”라며 부산 사투리를 써가며 호응을 유도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단기간에 성남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 대통령 선거 불려 나왔다. 2년 만에 경기도 최고의 도로 만들었고, 3년 만에 130조 (기업)투자 유치했다”며 “부산 그 정도 했으면 디비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이 “부산 좀 살려주이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남부권을 ‘제2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남부수도권 구상을 밝히며 “팍팍 찍어주세요”라고 재차 호소했다.

 

특히 경남 양산 유세에서는 ‘어게인 2012, 꿈은 이루어진다.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적힌 노랏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지목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그는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우리 부부가 찾아 인사드리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얼마 전에 뵀을 때 권 여사가 ‘젊을 때 우리 남편 닮았다’고 하더라”며 “제가 어떻게 그분을 닮을 수 있겠냐. 권 여사가 보니까 (제가) 불쌍해 보여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양산은) 존경하는 문 대통령이 훌륭하게 대통령 직무를 완수하고 되돌아올 것 아니냐”며 “여러분 복 받으셨다. 그러나 다시는 정치보복으로 누군가 슬프게 하는 그런 일 생겨선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올해 첫날, 공식 선거운동 첫날 등 주요 시기마다 부울경을 찾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 이어 가장 유권자가 많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승리가 ‘굳어진 후보’는 아직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는 3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 전보다 이 후보는 5%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5%포인트 하락했다.

 

이 후보는 특히 가는 곳마다 소상공인 언급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 성산구 상남분수광장 앞 유세에서 “국가의 방역에 참여하면 오히려 손해 아니라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 확실히 만들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금융구제 지원방안’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3월 말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국가인수 관리 △‘신용대사면’ 통한 채무 부담 대폭 완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고정비에 사용했다는 것을 증빙하면 원리금에서 탕감하는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도입 등을 직접 약속했다.

 

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이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뒤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와 같은 41%였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37%를 기록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부산 민심은 윤 후보에게도 흔쾌하지 않고 부동층이 많다. 물론 이 후보도 비호감이지만, 말은 시원시원하게 잘한다는 평가가 크다”며 “그만큼 정성을 들이면 들인 만큼 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서 추경이 통과된 데 대한 반응이 괜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대위 관계자도 “부울경이 해볼만하다고 보고, 내부 목표를 40%로 잡고 있다. 충분히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야권 단일화 ‘파국’…이재명, 안철수에 ‘다당제 정치개혁’ 구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지방자치와 미래산업 선도도시 창원, 이재명은 합니다!’ 창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사실상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볼 수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기자회견 뒤 “민주당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다당제 등 정치개혁을)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한 연대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 성산구 유세에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정치집단이 있는데 왜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냐”며 “위기는 기회다. 정치적 위기 활용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 정치교체 확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8시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다당제 연합정치' 구상이 담긴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을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는 “무슨 선거 때 되면 서로 합치고, 누르고, 포기시키고 하지 말고 국민들이 투표해서 과반수를 못 넘기면 한 번 더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를 하자”며 “이재명 민주당이 대통합 정부, 국민 내각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을 위해 정치가 복무하는 진정한 정치교체 확실히 해내겠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결선투표 도입 등을 내세워 안 후보를 향해 거듭 구애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안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정권교체로 묶이지 말고 ‘연합정부’의 파트너가 돼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오늘 의총에서 다당제 등 논의가 당론으로 무리 없이 채택될 것으로 본다”며 “그러면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쪽에서도 민주당이 의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집회

“가족들은 위험한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대구서 올라와”

“절박한 마음으로 지원 호소”…정부에 ‘독자 제재’ 촉구도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집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무력침공을 규탄한 뒤 러시아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와주세요” “푸틴은 우리 가족 우리 친구 죽이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과 연대 목소리를 낸 한국인들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300여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재한 우크라이나 공동체 발언문’을 대표로 읽은 올레나 쉐겔(Olena Shchegel) 한국외대 교수(우크라이나어과)는 “1941년 나치 독일이 공격한 이래 키예프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만행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더욱 더 대담해지고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줄 것을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경제 제재를 신속하게 부과해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마스크에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을 칠한 집회 참석자들은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든 채 1시간여 동안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러시아는 침공을 멈춰라”(Stop Russian aggression)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We want to live in peace) “푸틴 전쟁을 멈춰라” “우리 국민 살인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한국어, 우크라이나어, 영어로 번갈아 외쳤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집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무력침공을 규탄한 뒤 러시아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고국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걱정하며,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 참여를 촉구했다. 고려인 김마리나(22)는 “친구랑 가족들이 사는 니콜라예프에서도 폭탄이 터지는 등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은 위험한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대구에서 오늘 아침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유학생 아나 이반셴코(25)는 “한국 정부가 대러 수출 제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알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때까지 매주 주말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는 우크라이나인뿐 아니라 한국에 체류 중인 다른 나라 외국인과 한국인도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벨라루스인(25)은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벨라루스인들은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로 진격했다. 이달 대학을 졸업한 김보경(25)씨는 “학교에서 친해진 우크라이나 친구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니 집회라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도 따로 집회를 열어 전쟁 반대와 우크라이나와 연대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인 재한 러시아인 등 40여명은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대는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손에는 “푸틴은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겠다” “푸틴은 암덩어리” 등의 팻말이 들렸다. 이 집회에는 몇몇 우크라이나인들도 참여해 ‘반전쟁·반푸틴 연대’를 보여줬다.

 

한편, 국제민주연대, 공익법센터 어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는 28일 오전 11시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단체는 온라인을 통해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적은 성명서를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혜미 기자

 

러 시민들 수천명 체포에도…모스크바 등 도심서 ‘반전’ 시위

 

러, 우크라 침공뒤 반전시위로 3천여명 체포…각계각층 동조 성명

러 유명 미술관 “비극에 전시 중단”…미·유럽·일 등 세계곳곳 반전시위

 

러시아 경찰이 지난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제발!”

 

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러시아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시민들은 거리 시위로 수천여 명이 체포됐지만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영국·스위스·브라질·일본·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도 러시아를 비난하는 집회, 서명 등 ‘반러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전쟁 반대’ 집회에 나섰다가 체포된 사람이 3039명에 달했다. 러시아 시민들은 아랑곳없이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전쟁 반대’ 피켓,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드는 방식으로 반전 시위를 이어갔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은 “정부의 탄압에도 러시아에서 반전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각계 성명도 쏟아지고 있다. 6천여명이 넘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26일 성명을 냈고, 건축가·엔지니어 3400여명, 교사 500명도 동참했다. 언론인,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들도 전쟁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현대 미술관인 ‘개러지’는 이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중단될까지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분열과 고립을 만드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서명에 현재 78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은 “전쟁 관련 소식을 정부 발표대로만 전하라는 준칙은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26일 <노바야 가제타> 등 일부 언론이 “군사 작전을 ‘공격’, ‘침공’,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리집 접근 제한, 벌금 등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대한 비난은 세계 곳곳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프랑스·독일·그리스·스위스·이란·멕시코·일본·한국 등에서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26일 주최측 추산으로 2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도쿄 신주쿠에서는 일본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 100여명 모여 “우리는 러시아인이지만 전쟁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했다. 전 세계 집회 참가자들은 ‘#stop War’(전쟁 중단)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온라인에 시위 상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미 · 유럽, 스위프트 제재 발표.. 유럽도 피해 커 전면 차단에 부정적

기업·개인 결제거래 등 모두 막혀 ‘금융 핵무기’ 불릴만큼 고강도지만

전부 아닌 ‘선별한 일부 은행’ 언급 ‘특정한 타깃’ 지목할 가능성 높아

 

러-중 ‘별도 결제망’ 강화 나설 땐 달러 패권 약화·물가 상승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반전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셰프추크(32)와 그의 딸 탈리야(4)는 26일(현지시각) 시위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다. 탈리야의 손에 담긴 구호는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몰아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과 북한에 적용한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을 꺼내들면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이번 ‘스위프트 제재’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제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거래를 하려면 현금을 직접 싸 들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스위프트 제재를 ‘금융 핵무기’라고 부르며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해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이번 스위프트 제재는 향후 ‘제한 범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서가 스위프트 제재 범위에 대해 ‘러시아 은행 전부’가 아니라 ‘선별한 일부 러시아 은행’(selected Russian banks)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제재가 결정됐지만, 아직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 시행된다면 러시아 금융기관 300여 곳이 결제망에서 쫓겨난다. 이 경우 러시아 경제가 입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거래 결제가 막히면 각국 경제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유럽은 스위프트 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전면 차단에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경우 부수적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보면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적 시행보다는 특정 러시아 은행들을 지목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범위를 협상한 후 추후 구체적인 사항을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위프트는 벨기에에 본부가 존재하면서 유럽 관할 아래에 있다. 지난 2012년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때도 유럽연합(EU)의 별도 공식 선언이 나온 후 제재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일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의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가 받는 영향도 달라져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스위프트 제재를 발표했으나 전면적인지, 은행 몇 곳을 지정해서 배제한다는 것인지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재 방식에 따라 국내 경제에 주는 파급 효과가 달라지므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제재가 실행되면 국내 경제는 직접적으로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간접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및 달러 패권 전쟁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마다 부정적 영향이 다를 수 있는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별도의 국제 결제망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또한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교역에 애로 사항이 발생하면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김영배 이지혜 기자

 

정부, 대러시아 수출통제 참여…3월 초 미국과 협의 착수

우리 기업 결제 애로 시 대체계좌 개설 등 지원

 

 27일(현지시각) 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바실키프 군사기지 주변의 저유소가 불타고 있다. 바실키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는 수출통제 참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3월 초부터 신속한 대미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태의 불확실성이 크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7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티에프(TF) 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에 따른 부문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24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러시아 수출통제 강화 조처로 우리 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 정부는 3월 초부터 신속하게 대미 협의에 착수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대러시아 금융제재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러시아 은행·기관과 거래 중인 국내 금융회사·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대러시아 결제 애로가 발생할 경우 우리 기업의 대체계좌 개설 등을 통해 무역대금 결제에 지장이 없도록 관계 외교당국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내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설치에 기업,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 등의 금융 애로 사항을 접수받아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주력산업 공정에 활용되는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핵심품목의 단기적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주력산업 핵심품목은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재고 보유량을 미리 확대조치 해둔 상황이라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입이 장기적으로 중단될 경우 수급 우려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기업과 핫라인을 즉시 구축해 수급현황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3국 수입, 재고 확대, 대체재 확보 등을 통한 수급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전원 대피했고 러시아 현장에 남은 108명 역시 안전에 이상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융제재 및 향후 추가제재 여하에 따른 기존 사업 중단 및 신규사업 수주가 곤란해질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오는 3월2일 긴급상황반 회의를 통해 제재 세부내용 판단, 기업영향 등을 검토하고 기업애로 상황을 청취해 대응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는 범부처 비상대응 티에프(TF)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무력침공 상황과 서방의 추가제재 가능성 등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 범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경제·산업·금융의 각 분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한 조처는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사태가 장기화되어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 국면이 고착화되는 경우까지 가정해 대응 조처를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