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한 문제제기, 외교관례 어긋나, 공식 사법절차 따라야

 

                      

외교부가 성추행 혐의로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에 외교 문제를 일으킨 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김아무개 부대사를 조속히 국내로 소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가 요구하는 김 전 부대사의 현지 경찰 출석 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날짜로 (동남아 한 대사관에서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아무개 외교관을 귀임 발령 내 최단 시간에 귀국시키기로 조처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가 요구하는 입국 조사에 대해선 정부에서도 (형사처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가서 조사받으라 할 수는 없다. 귀국 후 추가 (징계)조처도 현재로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를 불러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식은 두 나라 사이의 공식 사법협력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는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가 공식 사법 절차를 무시한 채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예고 없이 정상회담 의제에 이 문제를 끼워넣은 것은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도 외교부 직원이라고 해서 도리에 맞지 않게 감싸거나 내용을 축소할 생각이 절대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법적 절차를 따르는 대신 자국 언론을 통해 김 전 부대사가 뉴질랜드에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여론전을 펴는 것은 두 나라가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2002년 발효)에 따를 경우 송환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약 제2조를 보면, 인도 대상 범죄는 양 당사국 법에 의해 최소 1년 이상의 자유형이나 그보다 중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한다고 되어 있다.

앞서 외교부는 20192월 김 전 부대사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고, 형사고발 등 추가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 법원 역시 김 전 부대사가 징역 1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 전 부대사가 뉴질랜드에 자진 입국해 현지 경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뉴질랜드가 원하는 자국 사법절차에 의한 처리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양국 사이에 앙금으로 남을 전망이다. < 길윤형 기자 >

한국 성추행 외교관 처리…높아지는 뉴질랜드 압력

사법처리 협조 압력 지속 "양국 고위급 접촉 진행 중"

뉴질랜드 신문 "외교관 면책특권 철회 않은데 실망"

    

      

뉴질랜드가 한국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외교관을 보호하지 말고 뉴질랜드에서 사법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뉴질랜드헤럴드가 2일 보도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지난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대사관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잡는 등 3건의 성추행 혐의를 받는 A씨 사건의 처리에 대해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실망감을 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헤럴드는 "(뉴질랜드 총리실 대변인이) 한국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전될 수 있도록 외교관 면책특권을 철회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이제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조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A씨 사건은 지난 2월 웰링턴지방법원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현재 제3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헤럴드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A씨가 뉴질랜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돌려보내는데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뉴질랜드가 한국대사관과 서울에 있는 한국 정부에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A씨와 관련된 경찰의 수사를 지난해 8월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그들은 우리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당사자의 고통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은 외교 행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명확하다""모든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과 규정들을 준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대사관에서 경찰의 증거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외교관 면책특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요청은 웰링턴주재 한국대사와 서울에 있는 한국 외교부에 했으나 거부됐다""이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씨가 지난 20182월 뉴질랜드를 떠나 더는 뉴질랜드에 주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교관 면책특권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따르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며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를 허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정부 공직자들도 다른 나라에 주재할 때 똑같이 높은 기준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한 측근은 피해자가 언젠가는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현재 뉴질랜드의 한 성적 학대 피해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헤럴드는 밝혔다.

  뉴질랜드 외교장관 "성추행 혐의 한국외교관 조사받으라“

한국정부가 돌려보내길국가적 망신, 본인도 결정내려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1"뉴질랜드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은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피터스 장관은 이날 뉴질랜드 스리텔레비전 뉴스허브 프로그램을 통해 제3국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한국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만큼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호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윈스턴 피터스 장관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대사관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는 등 3건의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뉴스허브는 최고 징역 7년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 뉴질랜드 경찰이 조사하려고 했으나 한국 관리들이 이들 차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뉴스허브는 현재 A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돼 있으나 A씨가 근무하는 나라와 뉴질랜드 간에는 범죄인인도조약도 체결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터스 장관은 "우리는 줄곧 양국 외교부 최고위급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면서 "혐의를 받는 범죄는 한국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공은 한국 정부에 넘어갔다. 한국 정부는 그에게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하게 하고 우리나라(뉴질랜드)로 그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생각하는 대로 정말 결백하다면 이곳으로 돌아와 이곳의 사법절차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외교관 면책특권이라는 걸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세계 어디에서나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터스 장관은 한국에서도 이 사건이 큰 뉴스로 보도돼 '국가적 망신'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A씨가 옳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이 문제는 이제 최고위급까지 올라가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는 사안이다. 기다리는 것 외에 더는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모든 외교관, 주재국 법률 따라야한국 정부에 실망"

뉴질랜드 정부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일하는 자국민이 한국 외교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해당 외교관이 뉴질랜드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30일 이 사건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이메일 질의에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뉴질랜드 정부는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뉴질랜드 국적의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것으로, 현재 뉴질랜드 경찰이 수사 중이며 지난 25일 뉴질랜드 방송인 뉴스허브에도 보도됐다.

A씨는 20182월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이후 뉴질랜드 사법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주뉴질랜드대사관의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는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의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총리의 대변인은 지난 28일 이뤄진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간 통화 내용에 대해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특권면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점에 실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 정부가 다음 조치를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가능한 범위내에서 협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뉴질랜드 측과 협조할 용의는 과거부터 표시해왔고, 그다음에 가능한 방안을 같이 찾아서 수사가 이뤄지는 쪽으로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내 현장·시설물에 대한 조사나 대사관 내 다른 공관원에 대한 접근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특권 면제가 엄격히 적용되는 사안이지만, 최대한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필요할 경우 우리 공관의 외교 면책 특권의 포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공관원들의 서면 인터뷰에 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용의는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문서와 기록물 접근 요청에 대해서도 외교 면책 특권과 불가침성을 포기하지 않는 범위에서 뉴질랜드 측의 조사에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길 희망한 바 있다"고 전했다.

A씨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조기귀임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에 대해서는 "동인은 사건 발생 수개월 후인 20182월 통상 3년인 외교관 임기를 마쳤기 때문에 다른 공관으로 이동한 것이며 당시에 뉴질랜드 사법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요청도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