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룬 고진영, 새 목표는 세계랭킹 1위…"이른 시간 내 탈환"

 LPGA 올해의 선수·상금왕 휩쓸고 귀국…"가장 큰 아쉬움 도쿄올림픽"

 

꽃을 든 고진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부문을 석권한 고진영이 23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꽃다발을 받고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휩쓴 고진영(26)이 이른 시간 안에 세계 랭킹 1위를 재탈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3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고진영은 "세계 랭킹 1위는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넬리(넬리 코다)가 워낙 탄탄한 경기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시 1위를 오르려면 조금 더 많은 우승이 필요하다"며 "내년 시즌에 올해보다 더 잘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1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 상금왕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시작한 고진영은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1위 자리를 코다(미국)에게 내줬다.

 

지난 22일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경기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코다와의 랭킹 점수 차이를 0.13점으로 줄였다.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내년 시즌 초반 1위 탈환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세계랭킹 1위는 놓쳤지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3년 연속 상금왕과 두 번째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것은 고진영에도 의미가 컸다.

 

고진영은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상은 사실 제가 잘하면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정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한국인 최초로 두 차례 올해의 선수상 받았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어느 해보다 정말 더 힘들었고 감정 기복도 컸기 때문에 올 한해는 에너지 소비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역전승했기 때문에 마무리가 조금 더 짜릿했다.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룬 것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고진영에게는 끝내 떨쳐낼 수 없는 아쉬움이 하나 있다.

 

바로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친 뒤 라이벌 코다의 금메달을 바라봐야만 했던 도쿄올림픽이다.

 

고진영은 "올 시즌 점수를 준다면 메이저 대회에서의 아쉬움과 도쿄올림픽의 아쉬움으로 20점을 뺀 80점 정도 주고 싶다"며 "올해 제일 기뻤던 순간은 CME그룹 투어 우승이고, 가장 아쉬운 것은 도쿄올림픽"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성적이 좋았던 것도 올림픽이라는 큰 산이 하나 없어지고 나니까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뗀 고진영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올림픽으로 돌아가 다시 금메달을 노리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올림픽에서는 컨디션이 정말 정상적이지 않았고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모처럼 집으로 돌아온 고진영은 가장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를 찾아뵐 계획이다.

 

고진영은 시즌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격리 기간 탓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지키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부진도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림픽 이후 경기력을 되찾은 고진영은 지난달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출전 직전 할머니가 나오는 꿈을 꿨다고 한다.

 

고진영은 "할머니가 꿈에 나오셨는데 꿈에서는 엄청 기뻐했지만 실제로 일어나니 펑펑 울고 있었다"며 "그때가 파운더스컵 대회 직전이었다. 꿈에서 너무 좋은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아, 내가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실제로 지난달 11일 파운더스컵에서 18언더파 266타를 써내 카롤리네 마손(독일·14언더파 270타)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많은 것을 이뤘지만 고진영의 도전은 아직 끝이 아니다. '골프를 너무 많이 해서' 손목 통증이 온 것 같다는 고진영은 휴식 기간에도 자신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고진영은 끝으로 "2021년 시즌이 다 끝났는데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2022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겠다"며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LPGA 대역전 ‘고진영 쇼’ 펼쳤다…‘올해의 선수’ 두 번째 수상

손목 통증에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한국 선수 최초로 3년 연속 상금왕

 

고진영이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플로리다/AFP 연합뉴스

 

고진영(26)이 대역전 쇼를 펼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올해의 선수’ 및 ‘상금왕’으로 우뚝 섰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클럽(파72·6366야드)에서 끝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9개로 9타를 줄여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손목 통증이 있었지만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이로 제쳤다. 시즌 5승 및 통산 12승째. 엘피지에이 한 시즌 5승은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처음이다.

 

이날 우승으로 고진영은 여자 골프 세계 1위 넬리 코다(미국)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를 확정 지었다.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로 두 차례 선정된 것은 고진영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상금 부문에서도 역전을 일궈냈다. 우승상금 150만달러(17억8000만원)를 추가해 시즌 상금 350만2161달러로 상금왕 3연패를 이뤘다. 3년 연속 상금왕은 로레나 오초아(2006~2008년·멕시코)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 선수로는 물론 최초다. 1라운드 11번 홀에서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손목 통증이 있었지만 참고 인내한 결과물이다.

 

“63타는 개인 최고 기록”이라는 고진영은 경기 뒤 “(손목 통증으로) 연습을 많이 못 해서 지금의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선수 최초 ‘올해의 선수’ 2회 수상이라 더 영광스럽다”면서 “시즌 초반 슬럼프 때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5번이나 우승해 2019년보다 더 기쁜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 날 ‘올해의 선수’ 부문 등에서 역전을 당한 코다는 “오늘은 분명 ‘고진영 쇼’였다. 그걸 지켜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며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김양희 기자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 상금왕 고진영 "연습 많이 못 했는데…"

손목 통증으로 고전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우승해 행복해요"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고진영 [A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휩쓴 고진영(26)이 "연습을 많이 못 해서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의 선수와 상금 부문 2위였던 고진영은 '역전 쇼'를 펼치며 1위였던 넬리 코다(미국)를 밀어내고 두 부문을 석권했다.

 

고진영은 2019년부터 상금왕 3연패를 이뤘고, 올해의 선수에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로 선정됐다.

 

LPGA 투어 상금왕 3연패는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3년 만이고,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고진영은 "대회 전까지 연습을 많이 못 했는데 이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말 대단한 한 주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3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왼쪽 손목 통증에 대해 말하며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고, 한국으로 가서 치료하며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올해 3월 조모상을 당하는 등 힘들었던 때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도를 많이 했고, 매니저와 캐디 등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 힘이 됐다"고 답했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 지난해 우승 상금 110만 달러와 올해는 역대 여자 골프 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우승 상금 150만 달러를 받은 고진영은 대회 장소인 티뷰론 골프 클럽에 대해 "처음 여기에 왔던 2018년 성적은 안 좋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코스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해 시상식 참석자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고진영은 "이 골프장 회원권도 사고 싶다"고 덧붙여 또 한 번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가 되려면 최소한 준우승을 하고 코다의 성적도 지켜봐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우승해 행복하다"며 "코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2021시즌 승자가 된 소감을 밝혔다.

 

손목 통증에도 커리어 베스트 63타 고진영 "2년 전보다 더 기뻐"

"연습량도 부족…손목 안 아팠으면 더 우승할 뻔"

 

우승 상금을 받는 고진영(오른쪽). [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휩쓴 고진영(26)이 "(손목 통증 때문에)연습을 많이 못 해서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의 선수와 상금 부문 2위였던 고진영은 '역전 쇼'를 펼치며 1위였던 넬리 코다(미국)를 밀어내고 두 부문을 석권했다.

 

고진영은 2019년부터 상금왕 3연패를 이뤘고, 올해의 선수에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로 선정됐다.

 

LPGA 투어 상금왕 3연패는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3년 만이고,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올해의 선수에 두 번 선정된 한국 선수 역시 올해 고진영이 최초다.

 

올해 5월부터 왼쪽 손목이 아팠다는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80% 정도"라며 "대회 전에 연습도 거의 못 했는데 생각보다 샷이 똑바로 나갔고, 퍼트도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없이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진 않다. 연습은 해야 한다"고 답한 뒤 '손목 부상이 없었다면 더 우승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그렇다. 시즌 초반에 더했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 통증 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는데 이때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가 "기권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주위에서 보는 것보다 심했다는 것이다.

 

LPGA 투어 몰리 마쿠 커미셔너(왼쪽)와 포즈를 취한 고진영.[AFP=연합뉴스]

 

특히 이날 63타는 자신의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라고 밝혔다.

 

고진영은 "지금까지 최고 점수가 64타였는데 오늘 63타를 쳐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하거나 최소한 준우승을 해야 상금왕, 올해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고진영은 "긴장하지는 않았다"며 "코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등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초반에 버디를 많이 잡으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 됐다"고 자평했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올해의 선수가 된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2회 수상이라 더 영광스럽다"며 "시즌 초반 슬럼프 때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5번이나 우승해 2019년보다 더 기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종일 전날 어머니와 50분 넘게 통화했다는 고진영은 "엄마가 부상도 있으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캐디인 브루커의 딸 매디가 대회장에 올 때마다 우승했는데 이번에 또 우승했다"고도 전했다.

 

캐디 브루커와 그의 딸(왼쪽), 매니저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진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AFP=연합뉴스]

 

이날 결정적인 샷으로는 3번 홀(파4)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2.5m에 붙인 것과 8번 홀(파3) 9번 아이언 티샷을 홀 1m 옆으로 보낸 것, 17번 홀(파5)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으로 투 퍼트 버디를 만든 장면을 지목했다.

 

고진영은 또 대회장인 티뷰론 골프 클럽에 대해 "처음 여기에 왔던 2018년 성적은 안 좋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코스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해 시상식 참석자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110만 달러, 올해 150만 달러 등 2년간 260만 달러를 이 코스에서 벌었다.

 

고진영은 "이 골프장 회원권도 사고 싶다"고 덧붙여 또 한 번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골프 사춘기 · 올림픽 아쉬움 씻고 최강 입증…고진영의 2021시즌

7월 시즌 첫 승, 올림픽서는 메달 불발…9월부터 4승 쓸어 담으며 타이틀 석권

 

올해의 선수 트로피 든 고진영 [AFP=연합뉴스]

 

"'골프 사춘기'였던 것 같아요."

 

7월 초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승을 신고한 고진영(26)이 꺼낸 말이었다.

 

지난해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2020시즌 상금왕을 차지했던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로 시작한 2021시즌엔 초반 슬럼프를 겪었다.

 

상위권 성적을 자주 올리긴 했으나 시즌 두 번째로 출전했던 3월 초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땐 LPGA 투어 데뷔 이후 좀처럼 한 적 없는 컷 탈락이 나오는 등 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털어놓기론 그는 그쯤 조모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격리 기간 탓에 귀국하지 못하면서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지키지 못해 슬픔과 자책감이 더 컸다.

 

"미국에서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우느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골프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사춘기'엔 '시간이 약'이라고 믿은 고진영은 연습에 집중하며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살렸고, VOA 클래식에서 7개월 만에 우승 물꼬를 다시 틀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 당시 고진영과 넬리 코다 [연합뉴스]

 

시즌 첫 승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했으나 그 앞뒤로 치른 메이저대회에선 중위권 성적에 그치며 세계랭킹 1위를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준 고진영은 금메달 기대를 모으며 출전한 8월 도쿄올림픽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공동 9위로 생애 첫 올림픽을 마치고 코다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코다의 상승세를 평가하며 "저도 근성이 더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고진영은 이후 한 달가량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며 훈련에 매진했다.

 

예전 스윙 코치였던 이시우 코치와 연습하고 퍼터도 바꾸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올림픽 이후 처음 나선 LPGA 투어 대회인 9월 중순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곧장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가을'의 신호탄을 쐈다.

 

포틀랜드 클래식 이후 고진영은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6위,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2위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더니 10월 초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3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당시 LPGA 투어 통산 10번째이자 한미 통산 20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했고,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써내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5년 남긴 LPGA 투어 역대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이어 10월 21∼24일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라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200승'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이 대회 이후 4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다에게 다시 세계 1위를 내준 뒤 지난주 펠리컨 챔피언십에선 공동 6위에 자리한 고진영은 21일 막을 내린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올해 LPGA 투어 최다승에 해당하는 5승과 함께 많은 것을 얻었다.

 

올해의 선수 부문과 상금에서 코다에 이어 2위를 달린 가운데 나선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두 부문 모두 '뒤집기'에 성공, LPGA 투어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하며 완벽한 시즌 피날레를 맞이했다.

 

최다승국 불발 · 메이저 무승…고진영이 지켜낸 LPGA 한국 위상

미국 코다 앞세워 지배력 강화·동남아 돌풍도 거세… 한국은 고진영 분투

 

고진영의 이번 시즌 경기

 

여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한국 군단'에는 최강의 위상이 흔들린 시즌이었다.

 

우선 한국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지켜 온 LPGA 투어 최다승국의 지위를 잃었다.

 

홀로 4승을 올린 넬리 코다를 필두로 5명의 선수가 8승을 합작한 미국이 최다승 국가로 이름을 올렸고, 한국은 5승을 쓸어 담은 고진영(26)을 앞세워 총 7승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승수 자체는 지난해와 같으나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18개 대회만 열린 가운데 6명이 7승을 일궜고, 올해는 고진영 외엔 박인비(33)와 김효주(26)가 1승을 올린 것이 전부라 차이가 난다.

 

박인비는 3월 KIA 클래식, 김효주는 5월 초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시즌 초반 이후엔 고진영만 승수를 쌓았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선수 중 가장 많은 5승을 수확한 고진영조차도 메이저대회에선 '무관(無冠)'에 그쳐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 우승 소식이 끊긴 것도 예년과는 다른 모습의 단면이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당시 넬리 코다 [AFP=연합뉴스]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국적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건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2010년엔 전성기를 누린 쩡야니(대만)가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고, 미국 선수 크리스티 커와 폴라 크리머가 각각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올해는 4월 ANA 인스피레이션에선 태국의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이, 6월 US여자오픈에선 필리핀의 2001년생 유카 사소가 정상에 올라 초반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돌풍이 거셌다.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선 미국의 간판 코다가 우승했고,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호주 교포 이민지, 8월 AIG 여자오픈에선 스웨덴의 베테랑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트로피를 가져갔다.

 

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시즌 중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도 코다, 이나미 모네(일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각각 금, 은, 동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세계랭킹 2, 3, 4, 6위가 출전한 한국은 입상하지 못해 큰 대회에서 존재감이 옅어졌다.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낏 [AFP=연합뉴스]

 

매년 '슈퍼 루키'가 등장하며 한국 선수가 2015년부터 놓치지 않던 LPGA 투어 신인왕도 올해는 다른 나라 선수에게 넘어갔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해 올해 10차례 톱10에 들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타와타나낏이 리오나 머과이어(아일랜드)를 제치고 신인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며 선수들이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고 국내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선수도 많지 않았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 여자골프의 '부진'으로 평가할 만한 이번 시즌 자존심을 세운 건 결국 고진영이었다.

 

고진영은 21일 막을 내린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포함해 시즌 5승을 거둬 상금왕, 올해의 선수,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를 석권해 주인공으로 빛났다.

 

내년 1월부터 총 34개 대회에 역대 최다인 총상금 8천570만 달러(약 1천19억원) 규모로 예정된 2022시즌은 한국 여자골프엔 또 다른 도전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 대회를 놓쳐 고진영에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등을 내주긴 했으나 시즌 막바지까지 선전을 이어 온 코다를 비롯해 올해 다양한 우승자가 나오며 최다승국에 오른 미국의 기세에 맞서야 한다.

 

타와타나낏을 비롯해 올해 약진한 동남아 선수들도 이제는 LPGA 투어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깔끔하게 인정한 코다 "오늘은 '고진영 쇼'…놀라운 골프했다"

고진영에 각종 타이틀 내줬지만, 올해 메이저 · 올림픽 제패

 

넬리 코다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각종 개인 타이틀 부문에서 1위를 달리다 마지막 대회에서 고진영(26)에게 자리를 내준 넬리 코다(23·미국)는 상대가 더 잘한 것을 깨끗이 인정했다.

 

코다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치러진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치고 현지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얘기하면 오늘은 분명 '고진영 쇼'였다. 그걸 지켜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 전까지 시즌 4승으로 고진영과 최다승 공동 1위를 이루고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였던 코다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공동 5위(17언더파 217타)로 마쳐 시즌 주요 타이틀을 놓쳤다.

 

상금과 올해의 선수 모두 2위이던 고진영과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올라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는데, 고진영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는 완벽한 경기로 우승을 차지해 2021시즌의 마지막 날 모든 면에서 역전극을 일궈냈다.

 

코다는 이제 세계랭킹 1위마저 현재 2위인 고진영에게 내줄 처지다.

 

코다는 "오늘 고진영은 그저 놀라운 골프를 했다. 모든 걸 해냈다"면서 "이런 날에는 뒤에 앉아서 구경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고 극찬했다.

 

자신에 대해선 "오늘 컨디션은 좋았고 에너지 레벨도 꽤 괜찮았다"고 전한 코다는 "이번 주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퍼트에 어려움을 겪어 자신감이 크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마무리에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코다는 충분히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처음으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출전 기회조차 잡기 쉽지 않은 올림픽 무대를 밟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코다는 이런 성과들을 되짚으며 "상을 받지 못했으니 좋은 한 해가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걸 이뤘다. 무척 기쁘다"며 "전체적으로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돌아가서 나의 한 해를 돌아보며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월에 아버지와 (가족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라 그렇게 많이 쉬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아버지가 더 연습을 잘하실 수 있게 내 오프 시즌을 할애하기로 했다.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진영, LPGA 주요 부문 짜릿한 역전…'코다, 가진 것 다 내놔'

올해의 선수 · 상금 부문 2위였다가 시즌 최종전에서 1위 코다 추월

 

고진영(오른쪽)과 코다 [AFP=연합뉴스]

 

고진영(26)과 넬리 코다(23·미국)의 2021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주요 부문 경쟁은 고진영의 완벽한 역전승으로 끝났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21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코다는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5위다.

 

이 대회 전까지 고진영과 코다는 LPGA 투어 2021시즌 주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나란히 시즌 4승으로 최다승 공동 1위에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가 코다, 2위는 고진영이었다.

 

세계 랭킹도 현재 코다가 1위, 고진영이 2위를 달리는 등 둘은 LPGA 투어 2021시즌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유리한 쪽은 코다였다.

 

코다는 상금에서 약 23만 달러 차이로 고진영을 앞섰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고진영과 간격이 10점 차였다.

 

고진영이 2개 부문 1위가 되려면 이번 대회에서 코다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1위가 30점, 2위가 12점을 받기 때문에 고진영은 우승하거나, 최소한 2위를 하고 코다의 성적을 지켜봐야 했다.

 

상금 역시 고진영이 최소 단독 3위(상금 31만 달러) 이상을 하고, 코다의 성적이 변수가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고진영이 우승하면 코다의 성적과 무관하게 자력으로 상금, 올해의 선수 모두 1위가 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고진영과 코다는 하타오카 나사(일본),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렸다.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4라운드 결과에 따라 고진영과 코다의 한 해 농사 결과가 정해지게 됐다.

 

왼쪽 손목 통증이 있어 고진영이 불리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4라운드 시작과 함께 단독 선두로 뛰쳐나간 것은 고진영이었다.

 

고진영은 6번 홀(파5)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친 반면 코다는 2타를 줄이며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진영은 이후 11번 홀까지 3언더파를 추가, 총 7타를 줄인 반면 코다는 1타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고진영과 간격이 4타까지 벌어졌다.

 

4라운드 후반으로 가면서 코다가 고진영을 제치는 것은 어려워졌고, 다른 선수가 고진영을 추월해 코다가 올해의 선수, 상금 부문 1위를 지키는 방법이 코다가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상의 시나리오가 됐다.

 

그러나 고진영은 이날 버디만 9개를 기록하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1라운드 9번 홀 이후로는 그린을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면서 보기 위기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 상금, 다승, CME 글로브 포인트 등 주요 부문의 1위를 독차지했다.

 

평균 타수는 코다가 1위, 고진영이 2위를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규정 라운드 수인 70라운드를 채우지 못해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평균 타수 1위가 받는 베어 트로피를 가져갔다.

 

코다는 올해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고, 도쿄올림픽 금메달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정작 LPGA 투어에서는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따내지 못하게 됐다.

 

세계 랭킹 1위도 이번 대회 고진영의 우승으로 인해 22일 자 랭킹에서 고진영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

 

고진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코다가 올해 올림픽 금메달, 메이저 우승 등 많은 것을 이뤘다"며 "똑바로 멀리 치는 데다 퍼트까지 좋은 선수인데 제가 운이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코다와 경쟁을 돌아봤다.

 

코다 역시 인터뷰를 통해 "오늘은 '진영고 쇼'였다"며 "이런 날에는 뒤에 앉아서 구경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고 고진영의 경기력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