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영국 등도 유려..한국도 예외 아니다

 

CCTV 관제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기자·외국인 등을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정보 기반의 원격 감시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최근 나왔다. 공안이 수천대의 인공지능 폐회로티비(CCTV)를 동원해 특정인 위치를 파악하고 호텔 투숙·교통편 구입 이력 등을 모니터링 하려는 계획이다. 독일·영국 등 서방 국가에서도 생체인식 원격 감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각국이 잇따라 제재 방안을 내놓고 있다.

 

“경찰 연동 CCTV로 언론인 등 추적”

 

지난달 30일 로이터는 “중국 지방정부가 기자와 외국인 학생들을 표적으로 새로운 감시 시스템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지난 7월 허난성 공안은 성 내 요주의 인물들의 정보파일을 구축하는 사업을 위한 입찰 공고문을 공공조달 누리집에 올렸다.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카메라 3000대로 영상을 모으고, 영상 속 인물을 기존 중앙·지방정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신원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공안은 입찰 업체 카메라가 마스크·안경을 쓴 사람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성을 가져야 한다는 구체적 조건을 걸었다.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한 장의 인물사진이나 얼굴 특징만으로도 타깃 인물을 식별하도록 하는 요구 사항도 있었다.

 

공안이 명시한 추적 대상은 △기자 △외국인 유학생 △인접국 출신 불법체류 여성 등이었다. 특히 기자는 적색·황색·녹색 등 세 단계로 위험도를 나눈다. 기자가 허난성 내 호텔에 투숙하거나 성 경계를 통과할 경우, 이 시스템에 연결된 경찰이 경보를 확인하고 기동 대응을 하게 된다.

 

이 계획에 대해 미국의 원격감시 연구기관인 IPVM은 “중국 당국이 언론인 통제 절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보안 기술을 주문 제작한 첫 번째 사례”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공안부와 허난성은 이 사업에 대한 외신 질의에 답변하지는 않았다.

 

독일·영국 등서도 ‘원격감시’ 경고음

 

비슷한 우려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미국의 안면인식 개발사 ‘클리어뷰 AI’가 사회관계망(SNS) 등에서 무단으로 얼굴사진을 수집한 혐의로 1700만파운드(약 270억원) 벌금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영국인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추가 정보 수집을 중단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영국 정보위원회와 함께 조사를 벌여온 오스트레일리아 정보위원회(OAIC) 역시 지난달 초 비슷한 제재를 의결한 바 있다.

 

클리어뷰 에이아이는 인공지능 기반의 생체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해 각국 사법기관에 팔아온 회사다. 하지만 알고리즘 개발 과정에서 일반인 페이스북 사진 등을 허락 없이 사용한 데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정보기관 등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엘리자베스 던햄 영국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제재를 내리며 “어떤 영국인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처리돼 왔다.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생체정보 기반의 원격추적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독일의 새 정부는 출범 일성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원격식별 금지’ 방침을 밝혔다. 독일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연립정부 구성 합의문에서 “우리는 감시 목적의 생체인식 사용과 영상 감시를 반대한다. 공공 장소와 인터넷 공간 모두에서 익명성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10월 유럽의회가 공공 장소 및 국경 검문에서 얼굴인식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인 독일이 화답한 모양새다.

 

“한국도 개인정보 당국의 조처 시급”

 

원격감시에 대한 경고음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시민 얼굴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활용해 식별·추적시스템을 개발해온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인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추진 중인 원격식별 사업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다.

 

지난 1일 안산시청 앞에서는 ‘어린이집 인공지능 CCTV 도입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정보인권단체와 보육교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안산시가 어린이집 CCTV에 찍힌 아동 표정에서 학대 신호를 탐지하겠다며 추진 중인 ‘안심 어린이집 시스템’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 남용 우려를 제기했다. 김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기술개발 명목으로 민간업체에 제공되는 CCTV 영상이 아동의 안전이 아닌 ‘기술 고도화’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며 “기술의 한계와 위험성을 무시한 감시용 인공지능 도입은 아동에 대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격추적 등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큰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정보 주무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기술별 위험성을 평가하고 고위험 인공지능은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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