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 11년…‘오염수 방류’ 계획 ‘착착’

해저 특정지형엔 오염물질 쌓일수도…“방사능 바다 막아야”

 

[기고]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다핵종제거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해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해저에서 ‘불의 고리’가 꿈틀거렸다. 뒤틀린 지각판이 쓰나미(지진해일)를 불렀고, 거대 해일에 침수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안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 11년 뒤, 이곳에서 막대한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다핵종제거장치(ALPS·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한다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 탈핵운동의 중심인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가 <한겨레>에 이런 우려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도쿄전력 홀딩스(이하 도쿄전력)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녹아내린(용융)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지금도 원자로에 물을 주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자로 건물 안으로 들어온 지하수가 모두 방사능 오염수가 되고 있다. 이른바 다핵종제거장치(알프스)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나, 이것만으로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알프스 처리 뒤 잔류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트리튬)가 특히 논란인데, 또 다른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도 남는다. 오염수는 현재 ‘처리수 탱크’에 저장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쿄전력 발표를 보면, 처리수 양이 12만9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 이 처리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하고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트리튬 태스크포스를 통해 2016년 6월 바다로 희석방출하는 것이 가장 값싸고, 단기간 처리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다핵종제거설비 등 처리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알프스소위)는 2020년 2월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는 뼈대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폐로·오염수·처리수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정부 방침을 확정했다.

 

어업자·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당장 어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2015년 8월24일 경제산업성 장관이 후쿠시마현어업협동조합연합회 쪽에 “어업 관계자 등에게 설명을 포함한 필요한 조처를 하고, 관련자 이해 없이 어떤 조처도 않는다”는 것을 문서로 약속했다. 8월25일엔 도쿄전력이 어민들에게 같은 약속을 했고, 하루 뒤에는 경제산업성 장관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가 ‘관계자 이해를 얻어 대책을 실시하고, 안이한 해양방출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의 문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해양 방출에 집착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11월17일 ‘해양 방출에 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처리수 배출에 따른 해양오염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시민 의견도 모집했는데, 공모한 의견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마감 3일 뒤인 12월21일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처리수 해양방출 설비 허가 신청을 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해양배출 방법은 다소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시추기를 이용해 저장 탱크에서 바다 밑으로 이어지는 1㎞짜리 해저터널을 뚫은 뒤, 이 터널을 통해 처리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하루 방출량 500㎥ 이하, 연간 배출 방사성 물질 22조베크렐 이하, 방출 기간은 약 30년이다.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 70% 이상이 여전히 배출가능 방사성 물질 기준을 웃돈다는 걸 도쿄전력도 인정한다. 오염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프스 필터 교환빈도를 낮춰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실제 오염수 방출 때 한번 더 알프스를 거쳐 기준에 맞추겠다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해양 방출의 기본 전제는 오염수가 바닷물에서 희석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 시뮬레이션은 과거 해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균일하게 넓은 바다로 퍼져나간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폭선량 평가도 어업활동 등 과정에서 외부 피폭, 어패류 섭취에 의한 내부 피폭을 단순 계산한 뒤 지극히 낮은 피폭선량이라고 결론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특정 해저지형에 축적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플루토늄처럼 무거운 원소는 바닷물을 따라 확산하지 않고 비교적 좁은 범위에 쌓일 우려가 높다. 또 트리튬의 경우, 인체 내에서 유기결합형트리튬으로 바뀔 위험을 알프스소위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아예 없었다. 유기결합형트리튬은 체내에서 베타선을 뿜으며 사람의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유전자를 두 가닥으로 끊어 발암 원인이 될 위험성도 부정할 수 없다.

 

오염수가 언제까지 증가할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중장기 로드맵’에서 2025년에는 하루 증가량을 100톤 정도로 억제하고 싶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그 이전까지 매일 100톤 이상 오염수 증가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발전소 주위를 깊이 30m, 길이 1.5㎞ 얼음벽으로 둘러싸는 ‘동토차수벽’ 공사를 2014년 시작해 2017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실용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애초 효과가 의문시됐다. 지하수 유입 억제 효과가 있다는 도쿄전력의 주장도 그나마 제한적인 범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방사능 바다’로 오염시켜선 안돼

 

그나마 차수벽 온도가 0℃ 이하를 유지해야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10월 언론 보도를 보면 일부 측온관 온도가 일시적으로 10℃에 이르렀다. 11월18일에는 13.4℃까지 상승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쪽에 새 말뚝을 박아 지하수 유입을 막는 공사를 벌였지만, 동토차수벽의 기능 유지가 어려워지고 동결관 파손으로 오염수 발생량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에 포함된 64종의 방사성 물질이 한해 수만에서 수십조베크렐에 이르는 방사능을 방출하게 된다. 특히 주요 방사성 물질 가운데 ‘트리튬’의 연간방출량과 반감기가 각각 22조베크렐-12년인 것을 비롯해 ‘스트론튬90’ 2500만베크렐-29년, ‘아이오딘(요오드)129’ 2억4천만베크렐-1600만년 등이다. 이것은 실증시험에 근거한 평가다. 심지어 오염수 방출이 이어질 30여년 동안 방사능 배출 총량은 아직 정확한 수치가 없다. 이게 드러나면 방사능 오염수에 따른 해양환경의 어두운 미래가 보일 수도 있다.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