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독 총리 개전 뒤…국방비 GDP 2% 방침 밝혀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B. 2019년 5월21일 키프로스 리마솔 근처의 공군기지에서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를 구매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군비증강을 선언하며 취한 가시적인 첫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14일 독일 공군이 보유한 노후기인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35를 35대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람브레히트 장관이 이번 구매 계획에 대해 독일 연방군을 위한 “훌륭한 전진”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독일공군 지휘관인 잉고 게어하르츠 중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한 답변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단결과 신뢰할 만한 억지력 확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독일·영국·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토네이도 전투기는 비상시 독일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탑재해 운용하는 임무가 부여돼 있다. 그러나 배치된 지 40년 가까이 되어 노후화하면서 교체 수요가 제기돼 왔다. 이번에 독일이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5세대 전투기 F-35를 구입하면,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신해 전술핵 운용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은 또 유럽 여러 나라가 공동개발에 참여한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추가 구매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유로파이터는 적군의 방공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등 다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전투기 구입 계획은 지난달 올라프 숄츠 총리가 군비증강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국민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천억 유로(135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행보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으로서 반성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군비 강화 등 군사적 행보를 자제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안보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및 군비증강의 압력이 커져 왔다.

 

그러나 이번 F-35 구매로 에어버스와 다소항공 등이 공동 개발해온 6세대 전투기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앞날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프랑스 등은 2040년부터 라팔 전투기와 유로파이터를 교체할 ‘미래전투항공체계’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유럽 공동 프로젝트인 미래전투항공체계 개발이 “절대적인 우선순위”라면서도, 노후화한 토네이도 전투기 교체는 당장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도 이날 F-35 구매와 관계없이 미래전투항공체계 프로젝트를 장기 과제로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F-35 구매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핀란드는 지난해 12월 F-35 전투기 64대를 84억유로(약 11조원)에 주문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