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형태 구조물 곳곳에서 건설 중

 

 

                     지난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연합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휴전선) 곳곳에서 장벽 형태의 구조물을 건설 중인 것이 확인됐다.

14일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군사분계선 여러 지점에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으로 보이는 시설물을 짓고 있는 정황이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이 짓고 있는 시설물의 용도에 대해 “북한군 활동에 대해서는 추가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주요 지점의 경계를 강화하려고 장애물을 만들 가능성과 휴전선 248㎞를 동서로 잇는 긴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올들어 남북관계에서 ‘통일’과 ‘동족’ 개념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선언한 이후 관계 단절에 나서고 있어, 냉전 때 베를린 장벽을 연상시키는 긴 장벽을 휴전선을 따라 쌓아 남북 단절을 상징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군사분계선에는 철조망이나 장벽이 없다. 정전협정을 보면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1292개의 말뚝을 박았고 이 말뚝을 연결하는 약 248㎞ 가상의 선이 군사분계선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짓고 있는 구조물들이 주요 지점들의 방호·경계 시설물로 그칠지 군사분계선 전체 장벽으로 이어질지는 공사 진전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휴전선 전체 장벽을 만들려면 공사 기간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감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포착된 북한의 움직임은 지난 9일 북한군 수십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 물러났던 일과도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지난 9일 길을 잘못 들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고 밝혔지만, 당시 북한군 병사들은 곡괭이와 삽 등의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은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한 대전차 장애물로 군사분계선 이남 2㎞ 지점인 남방한계선상 서부·중부 전선에 높이 5~6m 총 길이 30㎞인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해놓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은 이 장벽을 ‘분단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북한도 동·서부 전선 여러 곳에 장벽 형태의 대전차 방어용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