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는 만세를 불렀다. 배 둘레의 살이 삐져나와도 신경쓰지 않았다. 11명이 맞물려야 하는 축구는 독일 민족한테 맞는 스포츠다. 그런데 패배한 그리스도 낙담하지는 않았다. 유럽 경제권의 채권국 독일과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 선수들은 “대회를 즐겼다”고 했다. 경제위기로 감정이 곤두선 두 나라의 대결은 제로섬이 아니었다.
지난 23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두 나라의 유로 2012의 8강전은 독일의 4-2 완승으로 끝났다. 두 차례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승리 욕구는 컸다. 하지만 경제실력 못지않게 축구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독일의 강철제품처럼 게르만 축구는 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바쁜 일정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전반 종료 직전 주장 필리프 람은 선제골로 총리를 열광시켰다. 후반에도 예리하고 정밀한 폭격으로 그리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자미 케디라의 발리슛,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헤딩슛, 마르코 로이스의 발리슛은 골망을 찢을 듯했다.
독일 축구팀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개최하는 이번 대회 시작 직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방문했다. 나치의 인종학살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추모는 독일의 참회와 자신감을 드러낸다. 축구는 정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기는 독일 축구의 현장에서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