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대 박사와 함께 한 런던 패럴림픽 ‘성취상’ 후보들.


절망 딛고 선 감동 스토리 남기고…

11일 동안 166개 나라 4천310명의 선수가 경쟁했던 2012 런던 패럴림픽이 9일 폐막식을 끝으로 수많은 감동의 이야기를 남긴 채 2016 리우대회를 기약했다.
135명이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로 종합 12위에 올랐다.
폐막식에서 한국 최초의 장애인 여의사인 황연대 박사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그레고리 하르퉁 부회장과 함께 시상자로 나서서 아일랜드의 육상선수 마이클 매킬럽과 케냐의 투척 육상선수 메리 자카요에게 ‘황연대 성취상’ 순금 메달을 시상했다. 
한편 이번 장애인올림픽에서는 후천적 장애를 떠안게 됐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넘쳤다.. 불행은 한순간에 닥친다. 치유도 쉽지 않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고 희망을 찾는다. 절망의 끝에서 스포츠가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반자로 거듭났음을 입증했다

■…남아공 수영 선수 아치맷 하심(30)의 인생은 6년 전 송두리째 바뀌었다. 2006년 8월 아흐멧은 7살 아래 동생 타리크와 함께 케이프타운 앞바다에서 열린 인명구조원 시험에 참가했다가 오른 발목을 물어뜯겼다. 동생 쪽으로 다가가는 상어를 유인하려다가 당한 사고였다. 하심은 “한 발을 잃었지만 동생을 잃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동생을 구하기는 했으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때 일으켜 세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수영이었다. 하심은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나탈리 뒤 투아(남아공 패럴림픽 여자 수영 선수)가 찾아와 수영을 권했다. 이전까지 장애인 스포츠라는 것을 몰랐는데 그때부터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정말 크나큰 공포였으나, 그는 꿋꿋이 이겨냈다. 접영과 자유형에 강한 하심은 남자 100m 접영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줌마 마틴 라이트(40·영국)는 2005년 7월7일 52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지하철과 버스 자살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으나 양쪽 다리를 잃었다. 라이트는 평상시 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했지만 이날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남편과 3살 난 아들(오스카), 그리고 친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좌식 배구 코트에 나서는 라이트는 AP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팬이었다가 패럴림픽 선수가 됐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내가 표를 구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아’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라이트는 “2005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하지만 가족, 친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운동하는 것은 현실화된 꿈”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육상 선수 모하메드 카마라(18)의 삶은 내전으로 엉망이 됐다. 외신은 카마라가 4살 때 반군에 잡혔고, 이유도 없이 반군한테 오른팔을 잘리는 불운을 겪었다고 전했다. 튼실한 하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쪽 팔이 없어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도 힘차게 달리면서 어린 시절의 끔찍했던 기억을 지우고 있다. 내전 종료 후 최초로 패럴림픽에 참가한 시에라리온 선수인 카마라는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 말고도 2005년 지뢰를 밟아 양쪽 다리를 잃은 말렉 모하마드(아프가니스탄), 2007년 이라크에 파병 중 한쪽 팔을 잃은 존앨런 버터워스(영국)가 출전했다. 버터워스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이유는 내가 잘 생겼기 때문”이라며 장애를 의지로 승화시켰다. 시에라리온의 카마라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장애를 떠안기도 한다. 물론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장애인을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해 줘야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김양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