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감동‥ 예멜에 ‘침묵의 갈채’

봄 정기연주회, 애도 분위기속 ‘십자가 칠언’ 완벽연주

박수가 없는 ‘어색한’ 연주회-, 우레 같은 갈채가 쏟아질 법 한테, 청중은 말없는 침묵의 박수를 보내야만 했다. 전례없는 일이어서 다소 어색한 감도 있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연주회장은 숙연의 공감대와 경건의 감동이 흘러 넘쳤다.
예멜 음악애호가협회((The Yemel Philharmonic Society: 이사장 유인·지휘 김승순)가 4월26일 저녁 밀알교회에서 마련한 합창단과 앙상블의 봄 정기연주회-.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의 명작인 ‘예수님 십자가상의 칠언(The Seven Last Words of Christ on the Cross)’ 을 무대에 올린 예멜은 예배당을 가득 메운 청중의 ‘침묵의 갈채’를 받으며 “역시 예멜”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날 연주회는‘사실 예수님이 돌아가시는 장면인데 박수를 칠 수 있느냐”는 곡의 특성에, 최근 온 동포들이 안타까워하는 한국의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는 김승순 지휘자의 당부에 호응, 습관처럼 박수를 보내려던 처음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청중 모두가 박수를 꾹꾹 참으며 수준높은 연주의 감동을 나눴다.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은 골고다 형장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돌아가시기 전 첫번째 말씀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Father, forgive them)”부터 “다 이루었다 (It is finished)”, 그리고 “주님 이제 안계시네(He is no more)”와 부활 후 “주이름 찬양하라”까지를 모은 오라토리오로, 예멜은 이날 전곡을 모두 우리말로 불러 찬양의 은혜도 안겨주었다. 

특히 종교음악사의 명곡이지만 난해함으로 합창단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이 곡을 예멜은 물 흐르듯, 아름다운 화음으로 재연해 수준을 과시했다. 이날 독창자로는 소프라노 이은혜Grace Lee), 알토 김영미(Sarah Kim), 테너 김기훈(Kihoon Kim), 베이스 이의만 씨(Paul E.Lee)가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피아노 반주는 김유미 씨가 수고했다. 예멜은 이날‘주님이 만드신 솜씨’와 ‘강가에서’ 등 두 곡의 앙코르로 청중의 호평에 보답했다.
 

“예수님 십자가 수난의 은혜와 감동을 생생하게 전하는 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밝혔던 김승순 지휘자는 연주회를 마친 후 “세월호 참사를 대비해 만든 곡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음악회처럼 되었다. 청중들께서 박수를 안치면서 끝까지 엄숙한 모습으로 호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땀흘려 연습해준 단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로 창립 16주년을 맞이한 예멜은 오는 5월31일, 프랑스콩쿨 입상자를 비롯한 유망 음악도들의 발굴·등용무대인 ‘Young Artists Concert’를 열 예정이다.
 

< 문의: 416-803-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