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내부 문서가 해킹당해 연일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다. 문서를 해킹한 해커는 고리 1·3호기와 월성 2호기에 대한 사이버 테러까지 경고하고 있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해 해킹 실상을 밝히고 범인을 검거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은 한수원의 안일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자처하는 한수원 전산망 해커는 15일부터 21일까지 무려 네 차례에 걸쳐 해킹한 자료를 인터넷에 올렸다. 첫날에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전체 임직원 개인정보가 담긴 엑셀파일 등을 공개했다. 당시 해커는 원전 기밀을 유출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도 띄웠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틀이 지난 17일에야 정보 유출 사실을 알았다. 또 18일 2차로 월성·고리 원전 내부자료 등이 공개된 뒤에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원전 설계도면과 같은 기밀서류가 유출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늑장 대응에다 사실 은폐라 아니 할 수 없는 행태다. 또 19일에 이어 21일에는 네 번째로 한수원을 조롱하는 글과 함께 원전 도면을 포함한 내부문서 4개의 압축파일이 공개됐다. 해커가 끊임없이 한수원을 조롱하며 협박을 가하고 있는데도 한수원은 뭐 하나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없는 양상이다.
한수원은 이번 해킹 사태 말고도 과거 원전 비리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 국민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지난해 원전에 시험성적표를 조작한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뇌물 상납 구조가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러고도 한수원은 원전의 잦은 고장과 내부의 허술한 보안의식이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9일에도 이미 악성코드 유포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안일한 대응만 계속했다.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해커는 ‘한수원 악당들은 원전을 즉시 중단하고 갑상선암에 걸린 1300여명의 주민과 국민에게 직접 사죄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런 내용으로 보았을 때 해커가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차원에서 사이버 소동을 벌인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나 위험하고 자칫 사태가 잘못 진전되면 원전의 기밀이 알려져 2차, 3차 범죄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서둘러 범죄의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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