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폭염이 사라지고, 선선한 기운이 완연한 가을이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계절은 속일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지났다고 해서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일교차가 커지는 이런 환절기에는 건강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환절기에 접어들면 일교차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증식이 쉬워져 감기, 독감 등의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도 늘어난다. 또 가을철에는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우울증이 증가하고, 탈모에 영향을 주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일시적으로 많아져 탈모가 심해지기도 한다.
환절기… 일교차
감기·돌연사 조심
◇ 환절기 대표질환 감기… 생활 속 예방습관 중요
환절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호흡기 질환은 감기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한 공기로 약해지면서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감기 바이러스는 날이 추워지거나 일교차가 커지면 더 오래 생존하는 특성이 있다.
인플루엔자로 불리는 계절성 독감의 경우 백신이 있긴 하지만, 아직 모든 감기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따라서 최선의 예방법은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람이 과밀한 곳은 피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 씻기와 양치질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영양과 수면은 건강의 기초가 되는 만큼 과로를 한다든지,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을 초래하는 일은 이 시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낮에 아직은 약간의 무더위가 남아있다고 해도 기온이 떨 어지는 저녁에 대비해 긴 소매 옷을 챙겨 다니는 게 좋다. 수시로 실내공기를 환기하고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감기 예방의 기본이다.
일단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몸에서 열이 나면 수분이 증발하는 만큼 물을 마시면 탈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물은 가래를 몸에서 빼주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감기가 2주 이상 지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감기 증상이 너무 오래간다 싶으면 단순히 감기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감기’일지라도 증상이 심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축농증, 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아무리 증상이 가벼워도 2주 이상 지속하는 감기는 반드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 일교차 커 돌연사 위험… 과음 후 아침 운동 금물
환절기 질환 중에서도 인체에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게 바로 심혈관계 질환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환절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날이 차가워져 체감 기온이 떨어지면 건강한 사람도 혈압이 약간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건강한 사람보다 계절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보통 여름철에 낮았던 혈압은 찬바람이 시작되는 가을철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10도 정도 기온이 내려가면 혈압은 13mmHg가량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문제는 이런 혈압 상승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협심증, 대동맥박리, 심부전증 등의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말초동맥들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커져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심장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고혈압 환자는 갑자기 혈압이 치솟아 뇌출혈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심장질환자는 심장발작이나 흉통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증상은 아침에 잠에서 깨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노인이라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환절기에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 위험요인인 과음, 흡연을 피하는 게 좋다. 과음은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 심근 허혈과 연관이 있다. 흡연도 담배 속의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이나 뇌로 가는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에 부담을 준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과음과 과도한 흡연을 한 다음 날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침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찬 공기에 노출되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혈압 환자라면 되도록 실내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10~15분간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최대맥박수의 70~80% 강도로 20분쯤 제자리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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