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가심비’ 만족시킬 ‘소확행’ 가게·제품들 선뵈

“손수건에 이름을 새기는 거, 진짜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딱 ‘내 것’이라는 생각에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돈도 들여야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구할 수 있다면 또 시도해보고 싶다.”


대학생 김주연(22)씨는 최근 무인양품이 처음으로 선보인 자수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커스터마이징(주문 제작)이 차량이나 정장 등 고가 제품뿐만 아니라 손수건, 속옷 등 다양한 영역까지 진화하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소확행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를 잇는 소비 경향으로 꼽힌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2018년의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회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 관련 열쇳말 가운데 1위(51.8%)였다. 소확행의 확산과 지속은 움츠러든 경기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팀장은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작고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짧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의 기쁨을 누리는 ‘스몰 챌린지’ 등이 부상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과 브랜드들은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커스터마이징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로는 ‘각인 서비스’가 있다. 기성품에 특별한 문구나 문양을 새겨주는 서비스다. 무인양품은 지난달 27일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에 ‘자수공방’을 열었다. 소비자가 구매한 침구나 옷 등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타낼 수 있는 자수를 놓아준다.
고급 비누나 빗에도 이름 철자 등을 새겨주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BULY)1803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표 제품인 사봉 수페팡 비누와 아세테이트 빗에 대해 무료로 각인 서비스를 진행한다. 불리1803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일 접하는 작고 가까운 것에서 만족을 느끼려는 소확행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고급 비누의 인기도 높아져 각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특성, 상태가 중요한 품목의 경우 본격적인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럭스벨은 일대일 속옷 상담(컨설팅)과 맞춤 제작 서비스로 승부를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브래지어 교육은 물론 정확한 치수와 개인 특성을 파악해 적합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서비스(사라스핏)를 제공한다. 김민경 럭스벨 대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브래지어 정보가 너무 부족해 뭐가 딱 맞는지 아닌지 모른다”며 “치수 측정이 일반적인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밀하게 진행돼 상담 소비자 90%가 맞춤 브래지어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스타트업 ‘톤28’은 개인 피부 특성에 맞는 천연 맞춤 화장품을 만들어 4주마다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아티스트리는 최근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5가지로 조합이 가능한 고농축 앰플리파이어를 내놓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제일기획 이원석 앤서(Answer)2팀 팀장은 “소확행이 급부상함에 따라 마케팅 영역 또한 상품의 장점을 열거하며 비일상적인 판타지를 추구하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소중한 일상적 가치들을 통해 상품을 소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정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