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토론토는 비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일기예보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30년 동안 몇 번 비나 눈이 왔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데, 볼 때마다 20번 이상은 비가 왔다는 데이터가 뜹니다. 5월 30일인 오늘만 봐도 과거 30년 동안 비가 21번 왔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하나 있지요. 무지개입니다. 비 온 후 갠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노라면, 하늘나라 다리일까, 무지개 끝에는 정말 보물단지가 숨겨져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잖아요. 뜬금없는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성경 66권에서 무지개를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성경 전체를 통틀어 무지개와 관련된 사람은 노아, 에스겔, 그리고 사도 요한, 세 사람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사람이 무지개를 본 시점과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인데요. 먼저, 노아는 홍수가 끝난 후에 실제로 무지개를 본 사람입니다. 수마가 핥고 지나가서 온통 죽음의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땅, 온전한 형태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한 산과 들, 그 가운데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는 일곱 빛깔 형형색색의 빛의 향연, 그가 본 무지개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언약의 무지개였지요.
두 번째로 에스겔입니다. “그 사면 광채의 모양은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 같다” (겔 2:18). 이 구절은 에스겔이 환상 중에 본 하나님의 보좌를 묘사한 구절 중 한 부분인데요. 하늘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의 영광이 사면으로 빛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 같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에스겔이 본 무지개는 현실 세계에서 본 무지개가 아닌 환상 가운데 본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 같다!” 즉 비가 오는 중에 무지개가 떴다는 겁니다.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나요? 글쎄요. 매우 어려울 겁니다. 또 다른 특이점은,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구체적인 소명을 주시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이상을 보여 주셨다라는 점입니다. 에스겔 2장 이후에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구체적인 소명을 주시는데, 에스겔이 그 모든 소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꿈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에스겔이 본 무지개는 꿈의 무지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사도 요한이 본 무지개 역시 에스겔처럼 환상 가운데에서 본 무지개입니다. 에스겔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에스겔은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무지개를 본 반면, 사도 요한은 폭풍우 전에 무지개를 보았다는 것이 다릅니다. “내가 곧 성령에 감동하였더니 보라 하늘에 보좌를 베풀었고 그 보좌 위에 앉으신 이가 있는데 앉으신 이의 모양이 벽옥과 홍보석 같고 또 무지개가 있어 보좌를 둘렀는데 그 모양이 녹보석 같더라” (계 4:2-3). 계 4장의 주된 내용은 사도 요한이 성령에 감동되어 천상세계를 본 것인데, 특이한 점은, 하나님께서 7년 대환란 등 종말 사건들을 요한에게 보여주시기 전에 먼저 하늘 나라의 영광의 보좌에 앉으신 그리스도를 보여주셨다는 거에요. 마지막 때에 사탄의 마지막 총공세가 펼쳐지고 그로 인해 성도들이 환란을 당하게 되겠지만, 하늘 나라의 영광을 미리 보았다면 어떨까요? 소망과 믿음으로 환란을 극복할 수 있겠지요. 계 4:2-3에선 무지개가 폭풍우 이전에 떴다고 볼 수 있는 구석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지만, 이런 이유로 폭풍우가 몰아 닥치기 전에 뜬 무지개라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무지개를 본다! 얼마나 놀라운 은혜입니까? 네, 하나님은 장차 다가올 거대한 폭풍우에 앞서 무지개를 보여 주시는 분입니다.
< 송만빈 목사 - 노스욕 한인교회 담임목사 >
'● 교회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과 소망] 뿌리깊은 개혁 (0) | 2018.06.19 |
---|---|
목사고시 합격자 차기 총회 회기에 안수 (0) | 2018.06.12 |
“가르치려 말고 배우는 자세로” (0) | 2018.06.12 |
물질·소비문화 함몰 영혼구원 힘써야 (0) | 2018.05.30 |
[기쁨과 소망] 설교를 버려라 (0) | 2018.05.30 |
에스라처럼 민족위해 기도를 (0) | 2018.05.30 |
‘청지기 신학강좌’ 두 주제가 깨우친 신앙 (0) | 2018.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