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시엔엔’ 등 보도
“북, 핵무기 숨기려 시도”, “미사일 공장은 공사 종료”
미 당국자들 인용해 북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 시각 전달
전직 관리 “북한 두둔 트럼프에 불만 세력이 정보 유출”

정보 정확성에도 이견…실러 박사 “함흥 미사일 공장 아니다”
역으로 ‘3차 방북 폼페이오 협상력 위한 지원사격’ 분석도


미국 언론이 정보당국 등을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12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처를 논의하려고 5일 방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잇따르는 보도의 진위와 배경, 효과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시엔엔>(CNN)은 2일(현지시각) “국방정보국(DIA)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국방정보국이 위성사진, 감청, 인적 정보를 활용해 내린 결론에 다른 정보기관들의 평가도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내용을 회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달 30일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을 은폐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비슷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가 최근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함흥에 있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제조 공장의 외부 공사가 완성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런 보도에 공식 확인을 삼가며 ‘북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투로 반응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정보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범위의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행정부 내의 견해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시엔엔>에 “정보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선의로 행동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에 대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선전하는 데 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노선에 불만을 품은 정보 당국 등 행정부 내 강경파가 ‘김정은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려고 정보를 흘린다는 뜻이다.

잇따라 공개된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 박사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함흥 미사일 공장 확장’ 보도를 반박했다. 그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이다. 당시 이미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고, 탄소섬유복합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됐다”며 “추진체 통을 만드는 시설일 수는 있지만 미사일 제조 공장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들은 역으로, 북한을 세 번째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원사격’ 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위성사진이나 감청으로 북한 내부를 훤히 파악하고 있으니 핵무기·핵물질·핵시설 신고 때 숨길 생각은 말라’는 경고 효과를 줄 수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엔엔>은 김 위원장이 ‘내가 무얼 하든 미국은 이미 나를 못 믿을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가 미국에 협력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