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의 유방과 항우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재미있을 뿐더러 유익한 교훈을 주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당대 역사가 사마천에 의하면 유방은 깡패였다고 합니다.
행실이 바르지 못했고 힘든 농사일도 싫어해 날마다 술 마시고 여인들이나 희롱하며 놀면서 허송세월했습니다. 초한 전쟁 중 적군에게 크게 패해서 급히 도망치는 상황에 자신의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가다가 초나라 병사가 바싹 쫓아오는데 수레가 너무 무거워 빨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유방은 두 아이를 수레 밖으로 밀어내었습니다.
부하 하후영이 그것을 보고 재빨리 아이들을 다시 수레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유방은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아이들까지 수레에 태워야 한단 말이냐? 그러다가 놈들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냐?” 하며 하후영을 꾸짖었습니다.
“친자식들인데 어찌 아이들을 버리고 갈 수 있단 말입니까!” 하고 하후영이 반박했지만 오히려 유방은 그렇게 고집하는 하후영을 칼을 뽑아 찌르려 했고 하후영은 두 아이를 자신의 팔에 안고 줄행랑을 쳐버렸습니다.
이런 인격을 가진 유방이 라이벌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하여 한(漢) 왕조를 세웠습니다. 사실 항우가 거의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난 인물입니다. 명문가 출신에 뛰어난 전략가이며 장군이었습니다. 워낙에 뛰어나기에 그는 싸워 이길 때마다 부하들을 향해 “하여 何如!”, 즉 “어떠냐!” 하고 자랑스럽게 외쳤습니다.

반면에 유방은 뒷골목 건달 짓 하던 것이 그의 주된 경력이라 학문도 없고 전쟁에도 서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아는 유방은 늘 부하들을 향해 “여하 如何?, 즉 “어떻게 하지?” 를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대에 와서 평가하기를 바로 그 차이, 하여! 와 여하? 의 차이가 이들의 운명을 가리게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워낙에 특출해 부하들을 세울 줄 몰랐던 항우.
자신이 너무도 부족하기에 늘 부하들의 의견을 구했던 유방.
항우 밑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았고 유방에게는 자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인물들이 많이 따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자란 것 같은 유방이 오히려 더 대단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사실 오늘날 교회와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한 리더십은 “여하?” 의 리더십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늘 하나님 앞에 엎드려 “주님, 어떻게 하지요?” 를 물으며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어떻게 할까요?”를 자주 질문할 수 있는 그런 겸손한 리더들이 오늘날 필요한 일꾼들의 모습입니다.
디도서 1장 7절에는 교회 감독에게 “제 고집대로 하지 아니하며 급히 분내지 아니하며…” 라고 그 자격을 말하고 있고 베드로전서 5장 3절에서도 감독들에게 “맡은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라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하여! 와 여하!
똑같은 두 글자의 순서 배열의 차이인데 이것에 의해 천하를 가지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 노승환 목사 - 밀알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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