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와 협상 타결… 캐나다와는 31일까지 협상
미-멕, 나프타 대신에 별개 양자협정도 대비
트럼프, ‘나프타’ 명칭 폐기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백악관에서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팔장을 끼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추진 중인 미국이 멕시코와 협상을 타결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은 캐나다와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나프타를 해체하고 미국-멕시코 간 양자 무역협정만 남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미국과 멕시코가 기존 나프타보다 “훨씬 더 공정”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협정을 위한 조건들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동안 이를 나프타라 불러왔지만, 이젠 ‘미국-멕시코 무역협정’이라 부를 것이다. 우리는 나프타란 이름을 없앨 것이다. 미국이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나프타를 통해 손해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와는 “곧 협상할 것”이라면서도 “캐나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협정을 맺지 않고)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캐나다를 이 합의에 받아들일지 아니면 별도 협정을 맺을지 두고 보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직후부터 나프타로 미국이 큰 손해를 본다며 개정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미국-캐나다-멕시코의 3자 협상에서 쉽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지난 5주간 멕시코와 우선적으로 협상해왔다. 루이스 비데가레이 멕시코 외무장관은 워싱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만약 캐나다와 미국 정부가 어떤 이유로 나프타 협정을 맺지 못하면,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협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미국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과 관련된 원산지 규정이었다. 현행 규정으로는 승용차는 부품의 62.5%을 역내에서 조달하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에선 기준이 75%로 높아졌다. 또 최소 시간당 16달러를 받는 노동자들에 의해 제품의 40~45%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합의했다. 미국 자동차조사센터 자료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자동차 공장 평균 시급은 20달러가 넘지만 멕시코는 7달러 안팎이다. 저임금을 찾아 멕시코로 가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조항인 셈이다. 타결된 협정은 15년간 유효하며, 6년마다 점검된다. 자동차 원산지 규정 등이 강화돼,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자동차 등 한국 업체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퇴임하는 11월 말 전에 협상을 완결지을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정 개정안에 서명하려면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캐나다가 3국 협정에 합류하려면 9월1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에게 31일까지 이견 조정을 위한 시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그동안 나프타 개정안에 대해 기업과 정부 간 소송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기존 나프타 조항에선 ‘특별나프타중재위원회’를 통한 분쟁 해결이 가능했지만, 개정안에선 일부 산업을 빼고 위원회가 폐지되는 것으로 돼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단 양국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정의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