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쏘시개 패널’…노동자 78명 중 48명 사상
9개 업체 소속 70여명 신축작업중 발화·폭발
불에 취약하지만 값싼 자재 사용이 화 부른 듯
29일 밤 10시40분 현재 사망 38명·부상 10명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불은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났다. 화재 진압 도중 사망자 25명의 주검이 발견됐고, 오후 6시42분께 불길이 잡힌 뒤 밤 11시 가까이까지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주검 13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또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불은 냉장·냉동 보관용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식 철근 콘크리트조로 지어진 해당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1만1043㎡)로 신축 중이었으며, 화재 발생 당시 공사 현장에서는 9개 업체 소속 70여명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지하 2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관련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냉동창고 건축 자재인 우레탄폼과도 연관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이 끝나는 대로 자세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이 각 층의 한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에 비춰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여서 작업하던 도중 화를 당하거나, 대피 도중 뒤엉킨 채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한 건축자재를 사용한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쇄 폭발, 순식간에 들어찬 유독가스 등이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창고 벽체 등은 금속 패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 형태로 돼 있고, 단열재로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이 많이 사용된다. 우레탄 등은 불에 약한데다 불이 붙을 경우 독성가스를 다량 방출한다. 또 우레탄폼 작업 중엔 1~10㎛ 크기 기름방울이 안개 형태로 공기 중에 분포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용접 작업 중 불꽃이 튀거나 담뱃불 등으로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 등 대신에) 불연재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벽과 벽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안전 규정이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용접 등 과정에서 불꽃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보호캡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관계 부처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마지막 인원이 구조될 때까지 인명 구조 및 수습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형사 등 125명을 동원해 수사본부를 꾸려 공사 과정 중 불법·부실 여부 등 조사에 나섰다.
우레탄폼 타며 유독가스…탈출 못하고 뒤엉켜 인명피해 커진듯
인명피해 왜 많았나
지하 엘리베이터 마감작업 중 원인미상 발화·폭발
우레탄폼 눌어붙으며 배출된 유독가스 치명적 피해
열에 취약 샌드위치패널·폐쇄적 창고 구조 화 키워
9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5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물류창고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하고 화재가 일어날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 건축자재를 사용한 게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추정된다. 급속도로 불이 번지며 마감작업 중이던 노동자 수십명이 채 탈출하지 못하거나, 탈출 과정에서 서로 뒤엉킨 채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 한화그룹 관계사 발주 물류센터 불이 난 물류센터는 완공을 앞두고 있던 냉동·냉장창고로, 1979년 한화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가 현재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가 건축주다.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1043㎡ 규모로 2018년 5월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 착공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다. 현재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9개 업체 소속 노동자 70여명이 투입돼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숨진 노동자 38명은 지하 2층 4명, 지하 1층 4명, 지상 1층 4명, 지상 2층 18명, 지상 3층 4명, 지상 4층에서 4명이 각각 수습됐다.
■ 불에 약한 우레탄폼 연관 가능성 소방당국은 불이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원인 미상의 발화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와 연기 발생으로 노동자들이 탈출할 틈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냉동창고는 열기에 매우 약한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다.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이 패널은 값이 싸고 단열성이 뛰어나 대부분의 냉동창고 건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열에 약한 스티로폼과 함께 우레탄폼으로 마감된 내부에서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고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배출하는 시안가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일종의 독가스다. 불길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안에 들어찼고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불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나 불꽃으로 발생해 우레탄폼 내장재를 태우며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방당국의 추정이다.
■ 폐쇄적 창고 구조도 화 키운 듯 대규모 인명피해의 원인이 일반 건물에 비해 문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은 물류창고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물류창고는 폐쇄적인 구조인데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에 있는 사람이 바깥으로 피난하기 어렵다. 화재 확산 속도보다 피난하는 시간이 더 짧다. 그렇다 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창고는 평상시에는 근무 인원이 적지만 공사 중에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크다”며 “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공사 중 사고는 폭발성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 김기성 송경화 기자 >
'● Hot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이 장악한 보건부…코로나 재앙 자초 ‘브라질의 트럼프’ (0) | 2020.05.25 |
---|---|
한국 확진발생 격감…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생활 거리두기”로 (0) | 2020.05.05 |
인도 백신업체 '코로나19 도박' 검증없이 생산부터 (0) | 2020.04.30 |
계엄군 ‘5·18 도청진압 때 무장헬기 투입’ 사전 계획 (0) | 2020.04.27 |
전두환 1년만에 법원 출석.. 졸다가 헬기사격 부인 (0) | 2020.04.27 |
CNN "김정은 위중"보도-한국정부 "특이동향 없어" (0) | 2020.04.21 |
4.15 총선 민주·시민, 180석 확보…'슈퍼여당' 탄생 (0) | 202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