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과거사법 개정안 극적 합의 이달 20대 마지막 국회 열어 처리

국가폭력 묻힌 사건 재조사 길 터

        

여야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임기 안에 처리한다는 데 7일 합의했다.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의원회관 현관 지붕 위에서 사흘째 고공농성을 벌여온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51)씨도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이날 합의로 형제복지원 사건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 벌어진 인권유린 사건들의 진실이 규명될 길이 열렸다.

행안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간사와 함께 지난 3월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도 “20대 국회 마무리 시점에 과거사법 처리에 여야가 합의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른 시일 안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가슴 아픈 과거사의 상처가 아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날 야당의 요구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서 과거사위 조사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청문회를 공개에서 비공개로 바꾸는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요원해 보였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된 과거사법은 2010년 과거사위의 활동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형제복지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사건 등을 조사하지 못한 채 해산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를 재가동하는 내용이 담긴 과거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처리가 지연되다가 지난해 10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한국당이 날치기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법사위에 발이 묶여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최승우씨가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에서 24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다가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룬 데는 부산 지역 중진인 김무성 통합당 의원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최씨를 면담하고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행안위 여야 간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절차상 문제 때문에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 국회에서 해결하자는 합의를 봤다. 본회의를 당연히 열어서 (과거사법을 포함해) 계류된 법안을 처리하고 국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20064월부터 20106월까지 42개월의 조사활동을 마친 뒤 201012월 해산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짧아 상당수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완료되지 못했다. 이후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사건 등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관련 피해자들은 과거사위의 재가동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 정환봉 김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