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가디언’ 인터뷰서 밝혀, 봉건제 붕괴시킨 흑사병 사례
‘사회적 국가’ 되살릴 가능성 주장 “불평등의 폭력과 현재 대결 중”
자본주의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밝혀내 세계적 석학으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코로나19는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구축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케티 교수는 12일 영국 <가디언>과 한 회견에서, 중세의 흑사병이 봉건제를 무너뜨리며 사회 변화를 가져온 것을 예로 들며 코로나19 대유행에 적합하게 대응하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적 국가”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적 차원에서 불평등이 1980년대보다 커졌다며 “이 위기에 적합하게 대응하면, 선진국 전반에서 사회적 국가를 되살리고 개발도상국에서도 사회적 국가의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새로운 사회적 국가는 공정한 조세체계를 요구하고, 대기업들을 그 조세체계에 종속시킬 국제적인 금융장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가 “이 위기에 대응할 이론들”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병 대유행이나 금융 붕괴와 같은 강력한 충격들은 사회에 영향을 주지만, 그 영향의 본질은 역사와 사회의 힘의 균형에 관한 이론들, 즉 이데올로기에 좌우된다”며 “평등의 방향으로 사회를 움직이려면 주요한 사회적, 정치적 동원이 언제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적어도 보건 분야에 공공투자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지만, 외국인 혐오와 국수주의 등 완전히 다른 영향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케티는 1918년 스페인 독감 때 유럽과 미국에서 인구의 0.5~1%가 죽었지만, 가난한 인도에서는 6%가 죽었음을 지적했다. “이번 위기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높은 불평등 수준이 드러난 것이고, 우리는 현재 그런 불평등의 폭력과 대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케티는 “진보는 사회 안전과 진보적인 조세체계를 마련하고, 우리의 재산권 체계를 바꾸려는 정치적, 지적인 운동에 의해 일어난다”며 “우리가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위기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회적인 목표 없이 자유무역과 단일 통화를 유지하면, 자유로운 자본 이동으로 가장 이동성이 좋고 부유한 시민들만 득을 볼 것이고, 중산층과 하위층은 소외될 것”이라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보건과 교육 분야의 공동투자 등을 포함한 공동의 조세 및 사회정책과 결합돼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피케티는 2013년 출간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 이윤이 노동 소득보다 월등해 자본주의에서 불평등이 커지는 연원을 역사적 통계로 분석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펴낸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25세가 되는 모든 남녀에게 프랑스의 1인당 평균 자산인 20만유로의 60%인 12만유로(약 1억6천만원)를 주자는 파격적인 ‘기본자산’ 개념을 주장했다. < 정의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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