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명령서 7건…군부 다잡기·치안 강화에 초점
중앙군사위서 ‘미국 압박’ 발언, ‘핵 억제력 강화’ 방향 시사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중앙군사위원장이 주재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핵전쟁억제력을 강화할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핵전쟁억제력 강화 새 방침’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1일) 참석 보도 이후 22일 만(보도일 기준)이다.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2월22일 중앙군사위 7기 3차 확대회의 이후 다섯달 만이다. 이번 회의가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열렸는지 <노동신문>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새로 제시됐다는 “핵전쟁억제력 강화 방침”은,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대신한 지난해 12월28~31일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 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확대회의에서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는 <노동신문> 보도는 이를 연상시킨다. 신문은 이 문장 바로 앞에서 “확대회의에서는 당의 혁명적 군사노선과 방침들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부문별 과업들이 다시한번 강조되었다”고 전제했다. “다시한번 강조됐다”는 표현에 비춰,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 새 방침의 채택이라기보다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의 후속 조처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긴 막대로 스크린의 한 점을 가리키며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울러 신문은 “당중앙이 제시한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자립적 발전 노선과 정책을 높이 받들자”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을 대체한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 전략노선과, “농업전선을 주타격전방”으로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강조한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2019년 12월28~31일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노선에 변화가 없음을 가리킨다.
다만 ‘핵전쟁억제력 강화’ 방침을 공개한 데선 북-미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회의에서 “세상은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물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포병국장 출신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현역으로는 유일하게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로 승진한 사실도 ‘핵전쟁억제력 강화 새 방침’의 방향을 시사한다. 리병철 부위원장은 2017년 7월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북한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간주된 ‘화성-14형’ 1·2차 시험발사(7월4·28일) 때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박 총참모장은 통상적으로 인민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보다 계급이 높아졌다. <노동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밝혀, 올해 들어 다섯차례 시험발사가 진행된 초대형방사포·전술유도무기·순항미사일 등(3월2·9·21·29일, 4월14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뜻을 강조했다.
이날 보도 내용 가운데 ‘핵전쟁억제력 강화 방침’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인민군 내부 정비와 사회 전반의 치안 강화를 시사한 부분이다. “군사정치활동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편향들” “무력 구성에서의 불합리한 기구, 편제적 결함들”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 <노동신문>의 이번 회의 보도문은 군 조직 정비와 기강 확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서명했다는 ‘7건의 명령서’에는 “새로운 군사적 대책들에 대한 명령서들”과 함께 “중요 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개편안에 관한 명령서”가 포함돼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할 데 대한 명령서”에 서명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양대 치안 기구인 국가보위성(방첩 담당)과 인민보안성(치안 담당)의 조직 개편과 구실 강화 논의가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정경택 국가보위상의 대장 승진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인민군 장성 69명의 승진 인사를 발표해 ‘군 사기 높이기’에도 신경을 썼다.
북한 담화 분석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핵전쟁억제력 강화’라는 표현은 연말 노동당 회의의 연장선에 있는데 이번에 특별히 새롭게 강조된 게 아니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그보다는 군부 다잡기와 박정천의 부상 등인 듯하다”고 짚었다. 청와대는 “관련 부서에서 보도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만 했다.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월25일)을 “국가적 명절”이자 “국가적 휴식일”(공휴일)로 지정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이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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