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안법 연일 비판, 끄떡않는 중국…홍콩 마지막 총독, G7 개입 촉구
NYT “러 크림반도 강제병합 연상 행동 없는 경고로 중국 대담해져”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예고한 중국 지도부에 맞서 홍콩 시민 수천명이 거리시위를 벌였다. 국제사회는 홍콩 보안법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비유하며 비판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홍콩 보안법 입법 의지를 다지고 있다.
25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1시께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의 소고백화점 앞에서 시작된 보안법 반대 시위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워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일부 시위대는 도로를 가로막고 보도블록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경찰은 180여명을 불법시위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NBC> 방송에 출연해 “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과 중국에 부과되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홍콩을 통한 외국자본 접근 기회를 잃게 되면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에 진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뉴욕 타임스>(NYT)는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경고’는 중국 지도부에 더이상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소개했다. 미국 노터데임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2014년 홍콩 우산시위 관련 책의 저자인 빅토리아 후이는 “중국은 외국 정부가 계속 비난을 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한다면, 미국은 그간 말로만 했던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준 법적 권리를 박탈한다면, 홍콩 사회의 전반적인 친서방 성향과 기업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라고 짚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도 중국 지도부를 ‘열린 사회의 적’으로 표현하며, 주요 7개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패튼 전 총독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지도부가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파가 압승을 거둘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주요 7개국이 홍콩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중국 지도부는 보안법 제정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25일 업무보고에서 “국가 주권 수호와 홍콩의 안정을 위해 보안법을 차질 없이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은 리 위원장의 말을 따 “전인대 상무위가 보안법 초안을 입안·심의했으며, 이번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심의를 제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런 행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러시아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입법을 통한 위험 등을 다각도로 따져 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치러야 할 지정학적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크림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신문은 특히 세계가 코로나19 대처에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이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피에르 카베스탕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전에는 중국이 신중하고 세계에서 소프트파워를 쌓으려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런 시대는 시진핑의 출현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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