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기장 활용·대회 분산 등
예산 절감하며 이전 올림픽과 대비
성평등·친환경 올림픽에도 초점
2024 파리 여름올림픽(7월26일~8월12일, 패럴림픽 8월29일~9월8일) 이 7월26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남북한을 포함해 전세계 206개국에서 1만 714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며, 이들이 32개 종목을 놓고 기량을 겨뤄 금 은 동메달을 향해 경쟁한다.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전 세계 200곳 넘는 나라가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직전 도쿄 여름올림픽이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21년에 관중도 없이 열렸지만, 파리올림픽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뢰한 조사에서 파리올림픽을 통해 프랑스가 장기적으로 120억달러(약 1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는 파리올림픽 경제 효과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최대 107억유로(약 16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던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일자리 15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대회 조직(8만개), 관광(6만개), 건설(1만개) 분야가 올림픽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처럼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치르는 초대형 행사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이른바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 격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들에서 애초 예상됐던 거대한 경제 효과라는 ‘장밋빛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대회 뒤 큰 손실을 남겨온 선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2022년 스위스 로잔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를 보면, 1964년부터 2018년 사이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 43개 총비용은 1200억달러(약 166조5천억원)에 이른 반면 이익은 700억달러(약 97조1천억원)에 그쳤다. 연구팀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개최 도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대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나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확실한 수익성이 있지만, 개최 도시와 정부에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막대한 기반시설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여름올림픽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 뉴스 전문채널 유로뉴스는 지난 1월 ‘올림픽 개최로 경제가 활성화될까’라는 기사에서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부터 13개 여름올림픽 가운데 10개 대회(1968년 멕시코 대회는 자료 부족으로 제외)에서 모두 212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고 보도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약 57억달러), 2012년 영국 런던 대회(약 52억달러),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약 43억달러) 손실액은 개최국에 말 그대로 ‘재앙’을 안겼다. 캐나다 정부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대회 때 애초 계획한 예산을 훌쩍 넘겨 새 경기장을 우후죽순 지었고, 이때 생긴 빚을 2006년까지 갚아야 했다. 심지어 이때 지어진 주경기장 별명이 막대한 빚(Owe)을 뜻하는 ‘빅 오’(Big O)인데, 지금도 일부에선 이 별명으로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2015년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뮐러 교수는 주로 스포츠와 관련된 초대형 행사를 열었던 나라들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곱가지 나쁜 증상을 겪게 된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메가 이벤트 증후군’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정부가 ‘메가 이벤트’의 효과를 과장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은 뒤, 정작 본전은 찾지 못하는 경우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이후 유로존 전체를 흔드는 경제위기에 휩싸이다가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는데, 배경으로 올림픽 개최도 지목됐다.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막상 처치 곤란한 투자나 물건을 일컫는 ‘하얀 코끼리’들이 올림픽 뒤 고스란히 남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유명한 ‘새 둥지’ 경기장은 건설비로만 4억6천만달러가 투입됐고, 이후 유지 관리비로 매해 1천만달러가 들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건설됐던 거의 모든 시설이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몬트리올올림픽 때 만들어진 경기장 ‘빅 오’는 최근 경기장 지붕 교체에 8억7천만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론자들이 아예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개최 전에는 비용을 최소 규모로 잡은 뒤,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을 써서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73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회 준비가 마무리되던 2019년 정부 감사에서 실제 지출(280억달러)이 예상치의 4배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2 런던올림픽(예상 50억달러, 지출 180억달러)이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예상 140억달러, 지출 200억달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겨울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히면,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예산 103억달러를 책정했다가 실제로는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51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올림픽에서 ‘승자의 저주’가 대회 때마다 계속되자, 힘겹게 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손사래를 치고 일찌감치 떨어져나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이탈리아 로마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이듬해 튀르키예 에르주룸이 썰매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 등을 언급하며 2026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떨어져나갔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메가 이벤트 증후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앞서 뮐러 교수는 ‘메가 이벤트 신드롬’을 치유할 10여가지 방안을 내놨다. 대회 개최 도시를 분산해 잉여 시설을 최소화하고, 대회 뒤 골칫덩이가 될 만한 시설들은 임시구조물로 지으라는 것 등이다. 또 올림픽 대회 개최와 도시 개발 문제를 뒤섞지 말고, 예산을 쓰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의 조언도 포함됐다.
이번에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은 아직까지는 ‘적자 올림픽’ 방어에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017년 올림픽 유치 이후 예산 8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후 수십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있었지만 이전 호화로웠던 올림픽들과 견줘 상당히 저렴한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지은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리옹이나 마르세유 등으로 대회를 분산하면서 돈을 아꼈다.
다만, 올림픽 개최 효과를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쪽은 “파리올림픽이 성평등, 친환경, 사회통합 등 보편 가치를 강조하는 ‘선도국가형 올림픽’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가 50%씩 참가하게 된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의 출전권을 부여받아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게 대표되는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또 환경 면에서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든 경기장에서 100% 재생에너지가 쓰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향후 올림픽의 지향성을 밝힌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의 하나로 꼽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첫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은 개최지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 홍석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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