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송4법’ 처리 완료… 111시간 만에

국힘, 윤 대통령에 또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밝혀

 

한국교육방송공사법개정안이30일오전서울여의도국회본회의에서국민의힘의원들이퇴장한가운데더불어민주당등야당주도로통과되고있다.더불어민주당이추진하는‘방송4법’가운데마지막법안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의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및 미디어 학회 등으로 확대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4법' 가운데 마지막 법안이다.

국회는 이날 오전 9시11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9명 전원 찬성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으나 재석 의원 189명 중 찬성 188명, 무효 1명으로 강제 종결됐다. 방송 4법 필리버스터는 지난 25일 오후 5시 반께 방통위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방송법(KBS 관련) 등을 거쳐 111시간 만인 30일 오전 9시10분께 종료됐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이사의 수를 9명에서 21명으로 증원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설립해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게 하고, 이사회는 특별다수제와 결선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사장을 임명제청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민심 이기는 정치 없어…윤, 거부권 신중하길”

‘방송 4법’ 통과 뒤 요청

 

                우원식 국회의장이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박6일에 걸쳐 이른바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차례로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신중히 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30일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우원식 의장은 산회를 선포하기에 앞서 “5박6일 본회의 열고 무제한 토론을 거쳐 4건의 법률안이 가결됐다. 4건의 개정 법률안은 현시점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국회의 결정이다. 정부는 이를 무겁게 인식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서로 다른 세력의 대화와 토론의 장이다. 여·야 정당만이 아니라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것이 협치의 본령이다. 의장의 중재안은 그 대화와 타협의 프로세스였다. 그런데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절차조차 정부·여당에 의해 거부됐다.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노력보다 대결의 논리가 앞섰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려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마련하자며, 정부·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중단’을, 야당에는 ‘방송 4법 입법 강행 중단’을 요청하는 중재안을 제안했으나 정부·여당에 거절 당했다.

우 의장은 의장 중재안을 거부한 정부·여당을 향해 “단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강퍅한 권력자의 야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삼권분립 대통령제에서 권한은 대통령에게 집중돼있다. 권한이 큰 쪽이 여지를 주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닫힌다. 더 격한 대립과 갈등만 남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표도 무제한 토론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입법부 수장의 제안마저 거부하는데 다른 누가 갈등을 중재하려 나설 수 있겠나”고 말했다. 또한 “여당은 (의장이 제시한 숙려기간 동안) 법안을 상정하지 말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 어떤 대안도 없었다. 민주당 비난을 감수하며 중재안을 낸 의장을 편파적이라고 몰아붙였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께 국회의장으로서 말씀드린다. 민심을 이기는 어떤 정치도 없다. 민심을 좇으려면 국민이 선택한 국회를 통해 국민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용기와 결단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 고한솔 기자 >

 

윤, 이진숙 이번 주 임명 강행할 듯…야당 탄핵 카드 맞불 예고

이진숙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사흘째 진행 중이다.
 

도덕성과 자질 양면에서 야당과 언론단체의 불합격점을 받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법정 시한인 29일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주 안에 이 후보자와 방통위 부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이를 통해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속전속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야당은 ‘이진숙 탄핵 카드’로 맞서겠다고 예고하면서, 여야의 수싸움이 숨 가쁘게 이어질 걸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으나, 여야 간 치열한 공방 탓에 결국 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사흘에 걸쳐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현장 조사까지 진행한 야당은 “청문 과정에서 수많은 위법·불법 행위 정황을 찾아냈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부적격 사유가 쌓이고 있어 ‘부적격’ 의견을 명시한 보고서 채택도 안 될 말이고, 그냥 수사기관으로 보내야 한다”(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주장했다. 과거 문화방송(MBC) 경영진 시절 노조 와해 공작에 앞장서는 등 자질 논란이 큰데다, 대전문화방송 사장 때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불거진 까닭이다. 이에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이 “부적격 사유도 병기해 임명권자(대통령)에게 제출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회부된 날부터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만약 이 시한 안에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청문회 다음날부터 열흘 이내까지 시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시한도 넘기면 대통령은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지난 26일 청문회를 마친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은 최대 8월5일까지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전임자인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도 1~2일로 짧게 잡은 만큼, 야당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뜸 들이지 않고 속도전에 나설 걸로 보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이사 선임 절차를 통한 공영방송 장악을 눈앞에 둔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31일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동시에, 앞서 사퇴한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의 후임자를 임명해 방통위의 ‘2인 의결 체제’를 복원할 걸로 보인다. 이 부위원장의 후임으론 판사 출신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 법조인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원장·부위원장 인선을 따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국회 상황이나 민주당 반응을 보고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2인 체제가 갖춰지면 이 후보자는 취임 뒤 첫 전체회의에서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문진과 한국방송(KBS) 이사진 선임을 위한 의결을 시도할 걸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8월12일, 한국방송 이사 11명의 임기는 8월31일까지다. 앞서 방통위는 방문진과 한국방송 이사 공모를 진행해 지원자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까지 모두 마쳤고, 선임안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할 경우,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탄핵소추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만일 임명 뒤 방문진 이사 선임 등에 나서면 그 자체가 불법적인 걸로 보고 있어 당연히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소추안 발의와 표결에는 국회 본회의 일정이 필요하고, 이 후보자는 전임자들처럼 탄핵안 가결 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를 추진하더라도 방문진 등 이사진 선임은 윤 대통령 뜻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야당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부터 대오각성하고 공영방송 탈취 시도를 당장 포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방송 4법 처리를 기필코 완수해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사내 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음모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논의하기 위해 열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용 이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다. [김정효 기자]

                                                                         < 엄지원 장나래 이우연 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