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니예,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거주지 표적 공습으로 이스라엘에 암살돼"
카타르서 정치국 이끌며 가자 휴전협상 참여…카타르서 망명생활 해오다 피살
이스라엘 소행 경우 102일만에 이란 본토 또 공격…확전 일촉즉발, 이란 대응 주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하마스가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약 10개월째 이어지는 와중에 하마스 서열 1위 지도자가 이란 심장부에서 살해되면서 중동 정세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확전 위기 속에 이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하니예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됐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그의 거주지를 표적으로 한 이스라엘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이란혁명수비대는 하니예 살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날 늦게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란 국영 TV가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란이 '저항의 축'이라 부르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등의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이란에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30일 열린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했다.
하니예와 이란의 발표대로 이스라엘군의 소행이 맞는다면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지난 4월 19일 이후 102일 만으로 이번이 두번째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도 공습,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 사망과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외국 언론의 보도에는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 됐다는 보도를 봤다면서도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올해 62세로 가자시티 인근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하니예는 1980년대 1차 인티파타(민중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했다.
그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고 총리에 올랐지만, 이후 선거 결과를 둘러싼 하마스와 파타(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간 갈등 속에 해임됐다.
이후 2007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하면서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다.
하니예는 2017년 2월 가자지구 지도자 자리를 야히야 신와르에게 넘기고 같은 해 5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는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상에 참여해왔다.
하마스 고위 관리 무사 아부 아르무즈는 하니예 암살은 "처벌받지 않은 채 지나갈 수 없는 비겁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TV가 보도했다. < 연합=김연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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